미국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라스베이거스’ 콘서트 무대. 방탄소년단은 이곳에서 4월 8, 9, 15, 16일 네 번의 콘서트를 개최했다. 사진 하이브
미국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라스베이거스’ 콘서트 무대. 방탄소년단은 이곳에서 4월 8, 9, 15, 16일 네 번의 콘서트를 개최했다. 사진 하이브
방탄소년단이 4월 9일(현지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에서 그룹 방탄소년단 콘서트 ‘BTS PERMISSOIN TO DANCE ON STAGE-LAS VEGAS’를 앞두고 짧은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사진 하이브
방탄소년단이 4월 9일(현지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에서 그룹 방탄소년단 콘서트 ‘BTS PERMISSOIN TO DANCE ON STAGE-LAS VEGAS’를 앞두고 짧은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사진 하이브

방탄소년단(BTS)이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3관왕을 차지했다. ‘톱 듀오·그룹’ ‘톱 송 세일즈 아티스트’ ‘톱 셀링 송’ 부문이다. 올해로 6년 연속 수상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 상은 팝계에 그들의 존재감을 높인 첫 번째 마일스톤이다. 2017년 이 상의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을 수상했을 때, 1년 뒤 ‘LOVE YOURSELF 轉 ‘Tear’’로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할 거라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2020년에 ‘Dynamite’로 싱글 차트 1위에 오를 거라 예상한 사람 또한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2017년 빌보드 뮤직 어워드는 SNS와 유튜브가 음악 시장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치게 되었는지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그렇게 6년, 방탄소년단은 다시 뜨거운 존재가 됐다. 한국 대중음악 최초, 최고의 금자탑을 쌓아온 업적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 뜨거운 이슈가 현재의 그들에게 드리워져 있다. 병역을 둘러싼 문제 말이다. 한국에서 절대 건드려서 안 될 금기는 병역이다. 유승준, 엠씨몽 같은 연예인들이 병역 기피 때문에 몰락했다. 헌정 사상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밟았던 이회창도 아들의 병역 논란 때문에 두 번이나 대선에서 패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없는 법을 만들어서라도 입영 대상자의 군 문제를 해결해준 경우가 있었다. 

1996년, 한국 바둑이 낳은 신동이자 신산이었던 이창호 병역 혜택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국수 조훈현은 물론, 한·중·일 바둑계의 최정상에 서 있던 그가 현역으로 입대해야 한다는 의견은 거의 없었다. 다만, 합법적으로 병역 특혜를 줄 근거가 없었다. 정계가 나섰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국회의원 105명이 진정서를 내며 권위를 인정받은 세계 바둑대회 우승자가 병역 특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이창호는 한국기원 소속의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할 수 있었다. 그리고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 국가대표팀은 예상을 뒤엎고 16강을 넘어 8강, 4강에 진출했다. 스포츠 대회의 병역 특례 조건은 올림픽 메달과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한정돼 있었지만 국민 여론은 이미 ‘태극전사’들의 군 면제를 지지했다. 대통령까지 나서 월드컵 대표팀의 군 면제를 이끌어냈다. 모든 법에는 예외가 있다는 명제를 한국 사회도 증명한 것이다. 

방탄소년단의 황금기가 시작된 이후, 멤버들은 때가 되면 입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들의 입대 이슈가 한창 뜨거웠던 2020년, 슈가는 믹스테이프 ‘D-2’에 담긴 ‘어떻게 생각해?’에서 “군대는 때 되면 알아서들 갈 테니까 우리 이름 팔아먹으면서 숟가락 얹으려고 한 새끼들 싸그리 다 닥치길”이라 썼다. 소속사인 하이브 또한 비슷한 입장이었지만 최근의 행보를 보면 명확하지 않다. 멤버들의 군 입대 기간에 하락할 수밖에 없는 주가를 비롯, 여러 경영적인 이슈가 얽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히려 바람을 불어넣어 온 건 정치권이다.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야당이었던 지난해 8월 대중예술인과 스포츠 선수 가운데 국제대회 입상 기준에 미치지 못하지만 특별한 성과를 거둔 이를 특례의 대상으로 포함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른바 ‘BTS특별법’이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었던 황희 전장관도 임기 마지막까지 방탄소년단의 병역 특례를 주장했다. 여기까지는 이창호와 월드컵 국가대표팀 때와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그런데, 여론이 과거만큼 호의적이지 않다. 

최근 갤럽에서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대중예술인을 병역 특례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에 59%가 찬성했고 33%가 반대했다. 대부분의 연령대와 성별에서 찬성이 50%대 전후였다. 여론은 왜 방탄소년단의 병역 특례에 미온적일까. 

첫째, 1990년대와 2000년와는 달리 군 입대 자원이 줄었다. 이창호 세대, 월드컵 세대의 출생 인구는 매년 80만 명을 웃돌았지만 현재 현역으로 입대하는 세대는 3분의 2 정도다. 여기서 남녀 비율로 나누면 대략 반절이 될 것이다. 전체 병력 규모가 그때와 지금 유의미한 변화가 없는 상황이니 징병 대상 중 입대 비율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실제로 1993년 현역 판정률이 73%, 2003년 86%이었던 반면 2021년에는 약 92%로 올랐다. 과거 같았으면 면제 및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았을 인원들까지 전부 현역으로 끌려가고 있다. ‘건장한 남자’라면 군대에 가는 게 아니라 ‘남자’라면 무조건 군대에 가야 하는 상황이란 얘기다. 장병 규모를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는 한 이 추세는 더욱 심각해질 게 분명 할 테고. 이런 상황에서 병역 특례 대상을 늘리자고? 일반 남성의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할 방법이 없다. 

둘째, 기준이 애매하다. 스포츠에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같은 확실한 기준이 있다. 지역과 세계를 대표하는 이벤트다. 거기에 종목마다 하나, 혹은 세 개의 메달로 한정된다. 반면 음악은? 여론을 납득시킬 기준이 없다. 빌보드와 그래미? 빌보드는 미국 매거진이고 그래미는 미국 레코드협회(RIAA)에서 선정하는 시상식이다. 봉준호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로컬 행사’일 뿐이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같은 국제기구가 관리하는 이벤트가 아니다. 여기서 이런 반론을 제기할 수 있겠다. 콩쿠르 또한 마찬가지 아니냐고. 맞다. 몇몇 콩쿠르에서 병역이 걸린 한국인 참가자에게 상을 몰아준다는 얘기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따라서 클래식의 선례를 따라 기준이 애매한 대중예술로 병역 특례를 확대할 게 아니라 오히려 반대가 돼야 하지 않을까. 저출산을 해결할 수 없고, 국위선양 담론의 설득력이 약해지는 추세에서 병역 특례 또한 없애는 걸로 말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무엇인가. 군 문화 개선이 아닐까. 윤석열 정부는 병사 월급 200만원을 공약했다. 인생의 황금기를 국가를 위해 바치는 시간을 합당히 보상하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것만으로 충분한가. ‘노예’로 비견되는 입대 기간을 사회에서 발휘했던 재능을 활용하는 시간으로 전환하는 발상이 필요하다. 이제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일과 후 스마트폰 사용조차 도입 전에는 ‘군대가 보이스카우트냐’는 반대가 있었다. 복무 기간이 줄 때도 늘 마찬가지였다. 

과거 연예병사 제도가 있었지만 부조리로 사라졌다. 이미 제1차 세계대전 때부터 병사들을 위한 위문 공연을 제도적으로 운용해온 미군의 사례를 참조, 연예병사 제도의 단점을 보완한 새로운 부대를 창설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아이돌을 포함한 대중예술인뿐만 아니라 20대에 재능을 꽃피워야 할 각종 문화예술인들로 하여금 일반 병과가 아니라 공연에 특화된 분야에서 복무하게 하는 것이다. 당사자에게는 계속 재능을 연마할 수 있는 시간이요, 일반 병사에게는 여가와 소양을 함께 만족시킬 수 있는 기회다. 무조건적인 면제보다는 그들의 복무로 군 문화, 즉 20대 청년들의 문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의무와 효용 사이에서 선택해야 할 문제다. 방탄소년단의 진은 올해 12월 4일, 만으로 30세가 된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일일공일팔 컨텐츠본부장, 한국 대중음악상 선정위원, MBC ‘나는가수다’, EBS ‘스페이스 공감’기획 및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