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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에 참여한 타이거 우즈가 본시합 전 모래 갈퀴로 스윙을 연습하고 있다. 사진 EPA연합

스포츠 선수가 샷을 하기 전 반복적으로 하는 생각이나 행동을 프리샷 루틴(pre-shot routine)이라고 한다. 몸의 긴장을 풀기 위해 샷을 하기 전 클럽을 좌우로 공 위에서 흔드는 동작인 골프의 왜글(waggle)도 대표적인 프리샷 루틴이다. 

새가슴을 ‘미소 루틴’으로 극복한 ‘태국의 박세리’ 에리야 쭈타누깐. 사진 셔터스톡
새가슴을 ‘미소 루틴’으로 극복한 ‘태국의 박세리’ 에리야 쭈타누깐. 사진 셔터스톡

‘태국의 박세리’라 불리는 에리야 쭈타누깐의 ‘미소 루틴(smile routine)’은 프리샷 루틴이 얼마나 큰 효과를 불러오는지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다.

쭈타누깐은 여자골프 사상 최고의 장타자라는 평을 들으면서도 여러 차례 역전패를 당한 ‘새가슴’이었다. 2016년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에서는 마지막 3개 홀에서 연속 보기를 범하며 우승컵을 리디아 고에게 헌납했다. 2013년 초청 선수로 출전한 혼다 타일랜드 때는 2타 앞서다 18번 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범한 적도 있다. 당시 우승자는 박인비였다.

이런 쭈타누깐은 2018년 여자골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한국의 김효주와 연장전을 치른 끝에 우승했는데 좀처럼 보기 어려운 장면을 보여주었다. 그는 샷을 할 때마다 입가를 말아 올리며 ‘억지웃음’을 지었다. 실제 샷이 아닌 연습을 할 때도 같은 루틴을 반복했다. 왜 그랬을까? 

 

새가슴 치료해준 ‘미소 루틴’

쭈타누깐은 태국 여자골프의 역사를 써 내려간 선수다. 태국 선수 첫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우승, 남녀 통틀어 첫 메이저 대회 우승(2016년 브리티시여자오픈), 태국 선수 첫 세계 랭킹 1위 등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쭈타누깐은 프로가 되고 오랫동안 코스에 들어갈 때마다 비관적인 생각에 사로잡힐 때가 잦았다고 한다. 앞에서 말한 역전패의 악몽이 그를 괴롭혔던 것 같다. ‘미소 루틴’이란 처방은 스웨덴 출신으로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의 스승인 피아 닐슨과 린 메리어트 두 사람이 만들었다. 이들은 “쭈타누깐은 심리적 압박을 받으면 경기 속도가 빨라지는 경향이 있었다. 이를 늦추고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찾다가 미소를 권했다”고 설명했다. 장타에 미소 루틴까지 장착한 쭈타누깐은 한동안 한국 선수 최대의 라이벌로 활약했다. 

심리학에 ‘안면 피드백 이론’이라는 게 있다. 표정에 따라 감정 상태가 달라진다는 이론이다. ‘지금 웃을 일이 없더라도 일단 웃으면 앞으로 웃을 일이 생긴다’는 이야기다. 선후(先後)를 바꾼 궤변 같지만 그렇지 않다고 한다. 이는 뇌의 감정 중추가 표정을 관장하는 운동 중추와 인접해 있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표정에 따라 감정 상태가 달라질 수 있다. 근대 심리학의 창시자 미국의 윌리엄 제임스가 “사람은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임진한 프로는 “골프는 역경을 극복해 나가는 인생의 축소판이나 다름없다”며 “어려운 순간에도 긍정의 힘으로 이를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루틴은 실제 샷을 하는 동작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프리샷 루틴을 라운드, 대회, 시즌 전체를 준비하는 몸과 마음의 준비로 확대할 수 있다. 

2018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라운드를 앞두고 어떤 준비를 하는지 동영상을 찍어 분석한 일이 있다. 우즈는 첫 티샷 1시간 15분 전 연습 그린에 도착해 티잉 그라운드를 밟기 전까지 약 1시간 12분 정도 몸을 풀었다. ‘그린-드라이빙 레인지-그린’ 순서로 몸을 푸는데 시간으로 따지면 첫 번째 그린에서 20분,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37분, 두 번째 그린에서 15분을 보냈다. 드라이버를 비롯해 우드와 아이언 등 풀 스윙은 44회, 짧은 거리 칩샷은 24회를 한다. 우즈가 드라이버를 휘두른 건 고작 7차례뿐이다. 대신 퍼팅과 쇼트 게임에 큰 비중을 뒀다. 특히 그린에서 퍼팅을 101번이나 연습했다. 

우즈는 첫 연습 그린에서 ‘원 핸드 퍼트(한 손 퍼팅·16회)’로 손의 감각을 살리고 롱 퍼트(10회) 연습으로 그린 빠르기를 점검하고, 거리감을 익혔다. 그다음에는 4.5m 이내 거리에서 51차례 퍼팅을 했다. 드라이빙 레인지로 자리를 옮긴 뒤, 우즈는 본격적으로 샌드웨지를 17회 휘두르며 쇼트 게임을 점검하고 8번 아이언(13회)-4번 아이언(10회)순으로 샷감을 조율했다. 우즈는 잠시 휴식을 겸해 캐디와 야디지북을 보며 핀 위치 등을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5번 우드(4회), 3번 우드(4회), 드라이버(5회)순으로 롱 게임을 준비했다. 우즈는 마지막으로 피칭(6회)과 샌드웨지(7회)를 가볍게 친 뒤 드라이버를 2회 때리는 것으로 드라이빙 레인지 몸풀기를 마쳤다. 다시 그린으로 이동한 우즈는 4차례 롱 퍼트 이후 나머지 시간은 쇼트 퍼트(20회)에 할애하고 출발 3분 전 티잉 그라운드를 밟았다. 

임 프로는 “사실 아마추어 중에도 라운드를 앞두고 미리 연습장에 가서 공을 50개 정도 쳐보고, 연습 그린에서 그린 빠르기를 점검하면서 퍼팅감을 점검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확실히 그런 사람들의 실력이 체계적으로 빨리 향상된다”고 했다. 


주식 투자훈련도 프리샷 루틴처럼 

‘슈퍼 개미’ 이정윤 세무사는 “주식 투자에서도 골프의 프리샷 루틴처럼 준비과정을 빼놓지 않고 꼼꼼하게 하면 성공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고 했다. 

주식을 5년, 10년 했다고 하지만 예를 들어 삼성전자 주식 하나를 몇 차례 거래해본 게 전부라고 하면 투자에 대한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고 한다. 초보 투자자에게 가장 큰 훈련이 되고 공부가 되는 것은 장이 열리기 전 증권사 데일리 리포트를 정독하고 정리해보는 것과 HTS

(홈트레이딩 시스템)상에서 꼭 점검해야 하는 해외 지수나 예상 체결가 조회 등을 정리해보는 것이라고 한다. 단기 매매를 할 경우에는 장이 열리기 전과 장 중, 장 마감 후 이 같은 정보들을 바탕으로 투자 일지를 적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중장기 투자의 경우에도 적어도 매주 한 차례 이상 주간 투자 동향을 정리한다. 

이 세무사의 설명이다. “증권사 데일리 리포트는 해외 증시 동향이나 국내 산업 동향, 기관과 외국인 등의 매매 동향 등 개인 투자자 수준을 뛰어넘는 정보를 요약 작성하여 매일 제시하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여러 곳의 증권사 데일리 리포트를 읽어보는 것이 좋다. 처음에는 한두 증권사의 것만 읽기에도 아침 시간이 빠듯하겠지만 익숙해지면 여러 개 증권사 리포트를 읽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장이 열리기 전에 HTS의 각종 메뉴를 검색해보고 분석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미국의 마감 지수를 확인하고 오전 8시 10분부터 제공되는 예상 체결가를 조회하며 아침에 나오는 재료를 분석하여 장 전 매매 관심 종목을 선정해야 한다. 장 전 예상 체결가 상위 종목들의 아침에 나온 재료를 분석하는 훈련을 매일 하다 보면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아먹는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장 중에는 상승률 상위, 하락률 상위, 거래 대금 상위, 외국인·기관 순매수 상위 종목들과 시가총액 상위 그룹 그리고 장 중에서 속보로 나오는 뉴스 재료 및 공시 사항 등을 확인한다. 장 전과 장 중에는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에 투자 일지를 간단하게 적는다. 하지만 장 마감 후 적는 투자 일지는 증권 분석 리포트를 쓴다는 심정으로 시장의 흐름과 자신의 투자 상황과 논리를 매일 기록하고 점검하면 실력이 빠른 속도로 향상된다. 

이 세무사는 “매일 상승률 상위 30종목 분석을 통해 어떤 재료가 상승을 이끌었는지 찾아보고 선물과 옵션의 기초 상품인 코스피 200종목 중 한두 개라도 꾸준히 분석하면 기업 분석과 주가지수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감각을 동시에 기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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