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초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EPN) 득점왕을 수상하며 다시 한번 손세이셔널(Son+Sensational·세상을 놀라게 한 손흥민이란 의미의 합성어)을 일으킨 손흥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그의 손에는 득점왕 트로피 골든 부트(Golden Boot)가 빛나고 있었다. 모든 언론이 앞다퉈 손흥민의 트로피 사진을 올렸는데, 트로피만큼 대중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은 건 그가 입고 있는 티셔츠였다.
심플한 라운드넥의 흰색 기본 셔츠였는데, 왼쪽 가슴에 ‘NOS7(엔오에스세븐)’이란 로고가 눈에 띄었다. 손흥민의 팬들이라면 이 로고가 그의 성인 ‘SON’을 반대로 배열하고 백넘버 7을 붙인 이름이란 걸 알아볼 수 있었다. 손흥민은 퍼스널 쇼퍼(개인을 위한 전문적인 쇼핑 상담자)를 둘 정도로 패션에 관심이 많다. 손흥민의 퍼스널 쇼퍼로 알려진 샘 모건은 15세부터 희귀한 한정판 패션 아이템들의 구매 대행 활동을 하며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유명 셀러브리티들도 구하기 쉽지 않은 패션 아이템들을 찾아내 빠르게 고객에게 전달하는 능력으로 입소문을 탄 샘 모건은 어린 십대 나이에 유명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들을 고객 리스트에 올리며 패션 유명 인사가 됐는데, 특히 폴 보그바, 메수트 외질, 델레 알리 등 유명 축구 스타들이 그의 VIP 고객으로 잘 알려져 있다. 샘 모건은 영국 BBC 공식 유튜브 채널 영상을 통해, 자신의 고객 중 패션 센스가 뛰어난 축구 스타로 손흥민을 손꼽았다.
손흥민의 사복 패션과 공항 입국 룩은 연예인들 이상으로 화제가 되곤 한다. ‘블랙 핑크 패션’이라 불리는 핑크 슈프림×버버리 트렌치코트 룩, 뉴시스 하트와 A 조합의 로고로 알려진 프랑스 패션 브랜드 아미(Ami)의 티셔츠 룩, 발롱의 후드 티와 반바지 룩 등 최근의 공항 룩도 팬들로부터 브랜드명과 가격 문의가 쏟아졌다. 한때 패션 테러리스트라 불리기도 했던 손흥민은 매년 진화하는 패션 룩을 보여줬고, 이제는 축구 실력만큼이나 패션 감각도 월드 클래스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게 패션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손흥민이 론칭하는 개인 브랜드는 어떤 모습을 지니게 될까? 일단, 프리미어 리그 득점왕 획득 후 귀국 공항 패션으로 ‘NOS7’ 로고 티셔츠를 선택한 건, 성공적인 티저 마케팅이었다. 6월 17일 공개라는 사실 외에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NOS7 인스타그램 공식계정 팔로어가 급증했다. 각각의 이니셜을 따른 브랜드 콘셉트 ‘Nothing, Ordinary, Sunday’를 통해 심플하고 미니멀하면서도 편안한 일요일 같은 패션&라이프스타일로 추측되고 있다.
손흥민은 여러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롤 모델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라고 말하곤 했는데, 호날두 역시 그의 이름과 백넘버를 조합한 ‘CR7’ 브랜드를 출시했다. 손흥민의 개인 브랜드 이름 콘셉트가 호날두의 개인 브랜드 이름을 닮아 있음을 볼 수 있다. CR7은 호날두의 고향 포르투갈 마데이라 제도에 첫 매장을 오픈한 후, 속옷을 시작으로 신발, 향수 등을 선보였고, 아이웨어와 피트니스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또한 나이키와 협업을 통해 CR7 축구화를 발매하기도 했다.
제시 린가드도 2018년 월드컵 이후 자신의 이름과 세리머니를 결합한 ‘JLINGZ’라는 패션 브랜드를 출시했다. 그 외에도 안드레 이니에스타는 ‘미카쿠스’, 케빈 더 브라위너는 ‘KDB’, 리오넬 메시는 ‘더 메시 스토어(The Messi Store)’를 출시했다. ‘더 메시 스토어’는 타미 힐피거의 여동생 지니 힐피거와 협업하여 만든 브랜드로, 메시의 여동생 마리아 솔 메시가 디자인 파트를 담당하고 있다. 시즌마다 새로운 프린트 장식을 업데이트하는 후드 티가 대표적인 아이템이다.
그러나 그동안 먼저 출시된 축구 스타들의 브랜드들이 선수들의 활약과 실적을 따라 판매율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경향을 보여왔기에, 단지 유명세만으로 브랜드를 성공시키기 어렵다는 평이다.
갈수록 후퇴하는 축구 실력으로 비난을 받으며, 제시 린가드의 ‘JLINGZ’ 인기도 시들해졌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CR7도 전성기 때만큼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선수들의 은퇴 후에도 계속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조던(Jordan) 같은 브랜드 가치를 이어갈 수 있을지가 큰 숙제로 남아있다.
지난 3월 한국 기업 평판 연구소는 스타 브랜드 가치 빅데이터를 측정한 결과, 손흥민의 브랜드 평판이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증명하듯, 6월 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선수 소장품 경매에서 손흥민 선수의 친필 사인이 새겨진 축구화가 1600만원에 최종 낙찰됐다. 이를 낙찰받은 이는 놀랍게도 대학생이었다. 이 축구화는 올해 대한민국 벤투호가 11년 만에 이란을 꺾은 경기에서 손흥민이 결승골을 넣을 때 신었던 것이다. 처음 22만원에서 시작한 경매가는 순식간에 1600만원까지 치솟았다. 또한 손흥민의 친필 사인이 들어간 유니폼은 650만원에 낙찰됐는데, 그 뒤로 김민재 선수의 유니폼이 210만원에 낙찰된 것에 비교하면 금액 차이가 크다.
2022년은 손흥민의 해라 할 수 있다. 프리미어 리그 득점왕이란 최고의 영예와 함께, 계속 꿈꿔왔던 그만의 브랜드도 세상에 공개된다. 손흥민이 귀국 패션으로 입은 NOS7 로고 티셔츠가 벌써 가품 시장에 등장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정식 브랜드가 출시되지도 않았는데, 이런 해프닝이 펼쳐지는 것을 보면 NOS7이 올해 가장 기대되는 신규 브랜드라는 의미다. 축구장을 떠난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의 필드에서 손흥민이란 이름의 가치가 얼마나 영향력을 보여줄지 패션계의 손세이셔널을 기대해본다.
▒ 김의향
패션&스타일칼럼니스트, 케이노트(K-note)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