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발 슛을 하는 손흥민 선수. 사진 연합뉴스
왼발 슛을 하는 손흥민 선수. 사진 연합뉴스

내가 사면 값이 내려가고 내가 팔면 값이 오르는 것은? 주식이다.

난센스 퀴즈라고 웃으면서도 마음속으로 뜨끔한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실제 대다수 투자자가 너도나도 한몫 잡으려는 투기 심리에 앞다퉈 증시에 들어가 가격 흐름의 꼭지에서 주식을 산다. 그리고 폭락장에서 이러다가는 한 푼도 못 건지겠다는 공포심에 떨며 가격 흐름의 바닥에서 주식을 처분해버린다. 가장 비쌀 때 사서 가장 쌀 때 팔기 때문에 결국 큰 손해를 본다.

‘골프와 주식’ 시리즈 첫 회에 메이저리그(MLB)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와 전설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이 내놓은 성공 비결을 이야기했다. 4할 타자는 “치기 좋은 공만 쳤다”고 했고, 투자의 귀재는 “좋은 종목을 충분히 싼값에 산다”고 했다.

너무나 단순해서 비결이라고 할 것도 없다. 그런데 이렇게 간단한 비결을 실천하지 못하고 번번이 ‘내가 다시 주식 투자를 하면 손에 장을 지진다’며 돌아서게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인간은 늘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탐욕과 공포 심리에 빠진 채 매수·매도 버튼을 누르며 손해를 보는 것이다.

경제와 증시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이 있다.

주류 경제학에서는 합리적 인간을 전제로 수요와 공급의 자동 조절 현상으로 경제 현상을 분석한다. 효율적 시장 가설은 자산 가격에는 그 자산의 가치에 관한 모든 공개된 정보가 반영된다고 본다. 금융시장에서 주식 가격은 이용 가능한 모든 정보가 신속하게 반영돼 결정되기 때문에 주식 투자자가 평균 수익 이상의 초과 수익을 얻을 수는 없다고 본다.

하지만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완전히 합리적이지 않다’는 제한적 합리성이라는 인간 특성에 초점을 맞춘다.

인간의 심리적 특성을 경제학 이론에 적용한 학문이다. 주식 투자를 실패의 길로 이끄는 대표적인 심리 편향을 살펴보자.

손실회피편향(loss aversion bias)은 경제적 이익과 손실이 같은 크기임에도 이익보다 손실의 가치를 크게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손실회피편향이 있는 인간의 이익에 대한 효용 함수의 기울기는 완만하지만, 손실에 대한 효용 함수는 기울기가 가파르다고 한다. 예를 들어 1만원을 잃어버렸을 때의 상실감이 1만원을 얻었을 때의 행복감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다. 정서적으로는 두 배에서 네 배 차이가 난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손실회피편향은 주식 투자에서 자주 나타나는 심리다. 팔지 않으면 손해가 확정되는 것이 아니라며 버티다가 더 큰 손해를 보는 경우다.

누군가의 추천을 받아 일확천금 기회를 노리고 5000만원어치를 산 ‘잡주(우량주가 아닌 주식을 이르는 속어)’가 있다고 하자. 예상과 달리 이 주식이 계속 내림세를 보인다면, 반 토막 난 시점이라도 서둘러 손절매(loss cut)하는 게 맞다. 그 손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버티다가 더 큰 손해를 보거나 상장 폐지라는 참변을 당할 수 있다.

처분 효과(disposition effect)는 주가가 내려갈 때는 너무 오래 붙잡고 있고 거꾸로 주가가 반등할 때는 너무 서둘러 팔아 버리는 비합리적 행동을 말한다. 주가가 내려갈 때는 손실을 확정하는 것이 싫어서 손절매를 못 하고, 주가가 반등할 때는 주가가 다시 내려가서 손실을 볼까 봐 서둘러 처분하는 경향으로, 손실회피편향과 같은 맥락이다. 일반적으로 내려가던 주가가 다시 상승세를 타게 되면 일정 기간 오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서둘러 판 사람들은 크게 후회하게 된다. ‘내가 사면 떨어지고, 내가 팔면 오른다’고 푸념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슈퍼개미’ 이정윤 세무사는 “오르면 쉽게 팔고 내리면 팔지 못하는 것은 손실 확정이 두려운 것과 함께 손실 이후에 새로운 좋은 종목을 선정하여 수익을 낼 자신이 없기 때문”이라며 “처분 효과와 손실회피편향은 공통으로 투자자들이 왜 손절매에 취약한지를 설명해준다”고 말했다.

과잉확신(overconfidence)은 근거 없는 과도한 믿음으로 미래에 대해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판단하는 성향을 이른다. 대부분 투자자는 시장을 이길 종목을 골라낼 수 있다고 과신하는 성향이 있어 호기롭게 덤비지만, 급등락하는 시장의 변동성에 공포를 느끼고 허물어진다. 이미 벌어진 결과를 바탕으로 자신의 판단이나 선택이 옳았다고 선택적으로 믿는 사후확신편향(hindsight bias)도 과잉확신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이 세무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과잉확신은 어떤 한 종목에 ‘몰빵’을 하거나 ‘영끌’하는 투자자의 심리를 잘 설명해준다. 상담을 하다 보면 자신이 가진 단 한 종목을 ‘확실한 종목’이라고 표현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본다. 이런 과잉확신 투자자에게는 이렇게 답해준다. 가장 확실한 한 종목을 선정할 수 있는 능력자라면, 두 번째 확실한 종목과 세 번째 확실한 종목을 찾아서 3분의 1씩 투자해야 한다. 투자자는 확신보다는 확률을 믿어야 한다.”


피셔인베스트먼트의설립자 케네스 피셔. 사진 케네스 피셔 홈페이지
피셔인베스트먼트의설립자 케네스 피셔. 사진 케네스 피셔 홈페이지

이러한 인간 본능에 내재한 비합리적 편향은 어떻게 극복 가능할까?

세계적인 자산운용사 피셔인베스트먼트의 설립자 케네스 피셔는 그의 책 ‘역발상 주식 투자·Beat the Crowd: How You Can Out-Invest the Herd by Thinking Differently’에서 독자적인 사고를 해야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설파한다.

주식시장은 군중심리에 의해 움직이는 만큼 우리의 뇌와 행동, 심리를 끊임없이 단련해 독자적인 사고를 해야 남다른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주장이다. 내가 보는 시황 판단은 잘못된 것일 수 있다는 전제하에 끊임없는 의심과 부정을 통해 검증하고 군중심리를 역이용할 줄 아는 역발상 투자자가 탐욕과 공포가 지배하는 정글 같은 시장에서 살아남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골프는 또 어떤가? 여기서도 본능과 싸워 이겨야 한다. 장타를 치겠다고 온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면, 실수로 끝나게 된다. 멀리 치려면 오히려 몸의 힘을 빼고 부드럽게 움직여야 한다. 공이 오른쪽으로 크게 휘는 슬라이스가 난다고 점점 더 왼쪽을 향해 어드레스하면 공은 더 깎여 맞는다.

임진한 프로는 “힘 빼는 데 3년 걸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본능을 제어하는 게 힘들다”며 “잘못된 스윙 동작이나 습관을 고치려면 타이거 우즈 같은 세계 정상급 골퍼도 적어도 1년 이상 걸린다”고 했다.

그렇게 노력해도 매우 급한 상황이 되면 예전 스타일과 새로 익힌 스타일이 하나의 스윙에서 혼재하며 갈등을 일으켜 큰 실수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만큼 본능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처절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에서 활약하는 손흥민은 왼발과 오른발로 넣은 득점수가 비슷할 정도로 양발을 모두 잘 쓴다.

어떻게 오른발잡이인 손흥민은 왼발도 같은 수준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일까? 손흥민은 양말 신을 때, 바지 입을 때, 운동화 끈을 묶을 때도 왼쪽부터 했다. 경기장에 들어설 때도 왼발부터 들어갔다.

손흥민을 키운 아버지 손웅정씨는 자서전에서 “흔히 말하는 루틴의 개념이 아니다. 내가 흥민이에게 왼발을 강조한 것은 ‘왼발을 잊지 말라’는 차원이었다”며 “슈팅 훈련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을 때도 매일 왼발부터 훈련을 했다. 그렇게 왼발 슈팅 훈련과 감아 차는 훈련에 매진하자 3년쯤 지났을까, 우리는 함께 감을 잡기 시작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