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골프의 성지(聖地)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로 돌아온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우즈는 올드코스에서 열린 디오픈에서2000년과 2005년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 AFP연합
7년 만에 골프의 성지(聖地)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로 돌아온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우즈는 올드코스에서 열린 디오픈에서2000년과 2005년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 AFP연합

‘슈퍼개미’ 이정윤 세무사는 투자를 실패로 이끄는 대부분의 ‘막무가내 투자’가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생생하게 소개했다. 먼저, 주변에서 종목을 추천받는다. 그리고 늦게 사면 더 오를지도 모르니 분석 없이 당장 산다. 살 때는 30% 정도만 수익이 나도 꼭 이익 실현을 하겠다고 결심한다. 약 10%가 오를 때까지 설레면서 곧 이익 실현의 그날이 다가온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반대로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살 때와 비교해 값이 -10%, 혹은 -20%가 된다. 그러자 ‘본전은 하겠지’ 위안하며 ‘난 장기 투자자니까’라고 자기 세뇌를 시작한다. 타의에 의한 장기 투자를 시작하며 그제야 투자한 기업이 어떤 기업인지 공부한다.

그럼 제대로 된 투자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살펴보자. 주식 투자에는 크게 톱다운(top-down) 방식과 보텀업(bottom-up) 방식이 있다. 톱다운 방식이란 ‘경제-산업-기업’순으로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듯 넓은 범위에서 좁은 범위로 분석하는 것이고, 보텀업 방식이란 ‘기업-산업-경제’순으로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듯 좁은 범위에서 넓은 범위로 분석하는 것이다.

이 세무사는 톱다운 방식의 투자가 가장 효율적이고 바람직하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국내 코스피, 코스닥 종목을 모두 합치면 대략 2000종목이 넘는데 이 종목을 모두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고 싶은 업종의 종목을 선택해서 집중하면 어떨까. 주요 업종이 대략 30개 정도인데, 30개 업종 중 하나를 고르는 것과 2000종목 중에 하나를 고르는 것을 비교했을 때 어떤 것이 더 편할까 생각하면 쉽게 답이 나온다.”

그럼 ‘막무가내 투자법’과 비교되는 톱다운 분석은 어떻게 이뤄질까. ① 국제 증시와 환율, 금리, 상품 시장을 보면서 세계 경제 사이클을 확인한다. ② 글로벌 경제에서 우리나라의 위치를 파악해본다. ③ 우리나라 경제에서 유망한 업종이 있는지 살펴본다. ④ 유망 업종 내 톱픽 종목을 찾는다. ⑤ 톱픽 종목의 최적 매수 타이밍을 찾아낸다. ⑥ 매수 후 언제 매도할지 시나리오를 설정해놓는다.

이 세무사는 톱다운 방식에 크게 세 가지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먼저, 성공 투자의 필수 요소인 통찰력을 기를 수 있다. 그는 “통찰력은 전체를 보지 않고서는 길러질 수 없는데, 톱다운 분석은 주식시장 전체를 분석하는 방법”이라며 “최소한의 경제 용어와 경제 이론만 알더라도 매일 연구와 분석을 통해 통찰력을 기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선택과 집중이 가능해진다고 했다. 그의 설명이다. “톱다운 분석을 활용하면 업종을 먼저 선택하고 업종 내에서 리스트 업한 종목에 집중할 수 있게 되면서 경쟁력 있는 종목을 선정할 수 있다. 특히 성장 산업을 선택하는 혜안이 생긴다면 성장주 투자 성공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다.”

결국 성공 투자로 이끄는 최적의 포트폴리오 구성도 톱다운 분석을 통해 가능해진다. 이 세무사는 “톱다운 방식으로 시장에 접근하면 전체적으로 보는 습관이 생기고, 전체적으로 보는 습관이 생기면 어느 업종에 얼마의 비중으로 투자할지 판단이 선다”고 했다. 포트폴리오의 핵심 원리는 분산 효과이고, 분산 효과의 핵심은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개별 리스크인 비체계적 위험을 없애는 것이다.

이런 기본 원리를 생각한다면 업종별 분산 투자를 위해 업종별 지수를 매일 또는 매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종합주가지수와 코스닥지수의 분석으로 현재 시장이 단기·중기·장기적으로 상승장인지 하락장인지를 파악한 후, 업종별 지수를 통해서 지금 어느 업종이 상승 업종이고 어느 업종이 하락 업종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 이는 보텀업 전략을 기본으로 하는 투자자들이 가장 놓치기 쉬운 부분이다. 톱다운 방식으로 접근하면 자연스럽게 강세 업종, 나아가서 성장 산업으로 포트폴리오의 구성이 가능해진다. 시장 전체에 관심을 두고 업종별 비중을 적절히 조절하여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투자 성과가 더 좋아질 수 있다. 나아가 경기 순환을 고려해 주식과 현금 비중을 적절히 조절하면, 투자 성과가 더 좋아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럼 톱다운 분석을 위해서는 평소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경기 예측이 중요한 만큼 많은 정보를 접하고 해석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증권사 리포트와 종이 신문, 경제 뉴스를 끊임없이 봐야 한다. 여러 경제 지표는 물론이고 주로 핫한 테마, 핫한 업종 위주의 분석 글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신문 제목이나 증권사 리포트 제목만 봐도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 수 있다. 증권사 리포트는 요즘 애널리스트들이 어떤 경제 지표를 중요하게 여기는지, 어떤 업종에 치중해서 글을 쓰는지 볼 수 있다.

이 세무사는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 백 명 중 열 명이 공개된 정보를 열심히 보고, 열 명 중 한 명이 그 정보 가치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려고 노력한다”며 “백 명 중 한 명이 정보 분석을 제대로 하고 있고 그들이 초과 수익을 얻고 있다”고 했다.

골프도 샷의 기본기를 배운 후 코스에 나가서 좋은 스코어를 얻고자 한다면 톱다운 방식이 필요하다. 임진한 프로는 이렇게 설명했다. “먼저 코스의 특성과 라운드하는 날의 기상 조건을 파악한 뒤 전략을 세워야 한다. 바람이 많이 부는 곳에서 높은 탄도의 구질을 고집한다면 결과가 어떻게 되겠는가? 그리고 그 코스에서 자주 필요한 샷을 미리 대비하고 가야 한다. 티샷하고 남는 거리가 하이브리드로 쳐야 하는 긴 코스라면 그것에 맞게 샷 연습을 하면 도움 된다. 그린이 얼마나 빠른지에 따라 퍼팅하는 방법도 달라야 한다.”


2005년 7월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열린 디오픈에서 우승한 타이거 우즈. 사진 AP연합
2005년 7월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열린 디오픈에서 우승한 타이거 우즈. 사진 AP연합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골프의 고향’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의 올드코스 공략법을 가장 깊게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골퍼다. 전설 같은 일화가 있다.

우즈는 올드코스에서 열린 2000년 디오픈에서 19언더파 269타(2위와 8타 차), 2005년 디오픈에서는 14언더파 274타(2위와 4타 차)라는 경이적 스코어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우즈는 2000년 대회에서 112개나 되는 올드코스의 벙커에 단 한 차례도 빠지지 않았다. ‘우즈의 머릿속에 올드코스의 지도가 입력돼 있다’는 이야기는 농담이 아니었다.

우즈는 또 스팅어샷이라고 불리는 저탄도 롱 아이언샷으로 티샷을 하며 페어웨이를 지켰다. 치명적인 벙커를 피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올드코스의 작고 깊은 항아리 벙커에 빠지는 순간 1타를 잃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린을 공략하는 샷을 하지 못하고 벙커에서 탈출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러프는 다른 바닷가 골프장과 비교해 어렵지 않다고 했다.

2007년 올드코스에서 처음으로 브리티시 여자 오픈이 열렸을 때다.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이웃사촌’이던 우즈에게 올드코스 공략법을 전수받았다. 당시 우즈가 전한 비법의 핵심은 ‘최대한 코스의 왼쪽을 공략하고, 롱 퍼팅 연습을 많이 하라’는 것이었다. 올드코스에는 티잉 그라운드에서 잘 보이지 않는 벙커가 많다. 그중에서도 코스 오른쪽에 많이 숨겨져 있다.

벙커를 피하고 나면 길이가 100야드 이상 되는 운동장만 한 그린이 기다린다. 올드코스에는 두 개의 홀이 하나의 그린을 사용하는 곳이 7곳(2·16번홀, 3·15번홀, 4·14번홀, 5·13번홀, 6·12번홀, 7·11번홀, 8·10번홀)이나 된다. 우즈는 전성기 시절 디오픈에서 스리 퍼트를 거의 하지 않았다. 아이언샷으로 그린을 공략할 때부터 내리막 경사 같은 까다로운 위험 요소를 제거했고, 롱 퍼팅이 남더라도 완벽한 거리감으로 쉽게 파를 지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