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PGA투어
사진 PGA투어

2011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데뷔한 키건 브래들리(36·미국)는 그해 처음으로 출전한 메이저 대회였던 PGA챔피언십 우승을 포함해 2승을 거두며 신인왕에 올라 ‘백인 타이거 우즈’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좋은 체격 조건(191㎝·86㎏)에 어려서 티칭 프로인 아버지에게 골프를 배워 기본기가 탄탄했다. 그의 고모 팻 브래들리(71)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31승을 거두고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 회원이 된 여자골프의 전설이다. 어려서 고모 경기를 응원하면서 골프에 애정이 쌓였다고 한다.

퍼팅이 단점이었지만 당시 유행하던 빗자루처럼 생긴 롱퍼터를 사용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12년과 2018년에 한 차례씩 우승하는 데 그쳤다.

브래들리는 10월 16일 일본 지바현 나라시노 컨트리클럽(파70·7041야드)에서 열린 조조챔피언십(총상금 1100만달러) 4라운드에서 버디 4개, 보기 2개로 2타를 줄여 합계 15언더파 265타를 기록, 2위 리키 파울러(34·미국·14언더파)를 1타 차로 제치고 통산 5승째를 거두며 상금 198만달러(약 28억원)를 받았다.

최종 라운드를 3라운드 선두 파울러에 1타 뒤진 2위로 출발한 브래들리는 접전을 벌이다 17번 홀(파4)에서 결정적인 버디 퍼트를 넣으면서 2위 그룹과 격차를 2타 차로 벌려 우승할 수 있었다. PGA투어를 통해 챔피언 퍼트를 하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던 브래들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브래들리는 “일본에서 타이거 우즈의 뒤를 이어 우승하는 것은 정말 큰 영광이었다”고 했다.

3년 전인 2019년 조조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가 통산 82번째 우승을 거둘 때, 브래들리는 같은 조에서 경기를 했다. 이제는 타이거 우즈의 이름 옆에 그의 이름이 챔피언의 이름으로 함께 놓이게 되었다. 브래들리는 “많은 사람이 새벽까지 경기를 보면서 정말 많은 축하 문자를 보내줬다. 우승을 가족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특별하다”며 “메이저에서 우승하고,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도 특별하지만, 그 기쁨을 가족과 함께 나눈다는 것은 내가 그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것이 얼마나 굉장한 것인지를 여태까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브래들리는 2016년 12월 결혼해 이듬해 아들을 낳았다.


올해 미국 프로골프(PGA)투어에서 4년 만에 우승한 키건 브래들리. 사진 PGA투어
올해 미국 프로골프(PGA)투어에서 4년 만에 우승한 키건 브래들리. 사진 PGA투어

4년 만에 다시 우승했다.
“다시 PGA투어의 챔피언이 된 것은 정말 놀랍고 영광스러운 일이다. 이번 우승을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했기 때문에 나에게 큰 의미가 있다. 완벽한 경기를 한다고 해서 반드시 우승하는 건 아니다. 이번 우승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고, 앞으로도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과 유럽의 골프 대항전인 라이더컵과 미국과 세계연합팀의 골프 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에 대표 선수가 되고 싶고 다시 메이저 챔피언이 되고 싶다는 열망이 있다. 쉽지 않은 목표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챔피언 퍼트를 하고 감격의 눈물을 쏟았는데.
“마지막으로 운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아내와 시상식 도중에 화상 통화를 하는데 울음이 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다. 우승하고 그런 기분이 들었던 것도 처음이었다. 이제 아빠가 되었고, 가족을 꾸려서 그런지 우승 직후 가족이 많이 보고 싶었다. 아내 질리언이 가족을 위해 많은 희생을 하는 것에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었다. 보상이라는 단어가 이런 상황에 잘 어울리는지는 잘 모르겠다. PGA투어 대회에서 우승한다는 것은 정말 나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그동안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그리고 아내의 희생이 나와 우리 가족에게 정말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런 고마운 마음 때문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던 것 같다. 정말 큰 의미가 있는 우승이었다.”

2019년 조조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가 PGA투어 통산 82번째 우승을 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다. 어떤 기억이 있나.
“3년 전 이 대회에서 우즈가 우승할 때 챔피언 조에서 함께 경기하며 그의 82번째 우승을 곁에서 지켜본 것은 정말 대단한 경험이었다. 3라운드와 4라운드를 함께 경기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경기에 뒤지고 있을 때 추격하는 법, 앞서고 있을 때 지키는 법 등 경기 운영 능력을 많이 느꼈다. 그때 온종일 경기를 하면서 생각했던 것은 우즈가 예전보다는 조금 천천히 걷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도 이번에 그것을 따라 하려고 했다. 18번 홀은 그때와 똑같은 위치에 핀이 꽂혀 있었다. 우즈와 함께 경기하던 모습을 떠올리면서 경기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우즈와 같은 대회에서 우승한다는 것은 정말 특별한 일이다. 그래서 나 스스로 더 자랑스러웠다.”

우승의 원동력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나.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우승이라는 결과를 얻는 것은 정말 큰 의미가 있고 즐거운 일이다. 대회 기간 내내 퍼트가 잘되었다. 17번 홀 버디 퍼트는 약 6m 거리였다. 그 중요한 순간에 그 어려운 걸 성공했으니 정말 굉장했다. 그전에 서너 개의 좋은 퍼트를 했는데 성공하지 못했었는데 그 퍼트가 들어가면서 우승을 할 수 있었다. 버디 퍼트를 하기 전 이걸 성공하면 2타 차로 앞선 채 18번 홀에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퍼트가 들어가면 우승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나를 믿고 그냥 쳤다. 그 퍼트는 완벽하게 성공했고, 그 홀에서 그런 경기를 한 나 자신이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우승까지 위기상황도 있었을 텐데.
“16번 홀(파3)에서 보기를 하며 위기를 맞았다. 대회에서 벙커 샷을 하다 섕크(클럽 헤드와 샤프트가 연결되는 지점에 공이 잘못 맞아 의도하지 않은 곳으로 날아가는 일)가 난 적은 그날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차분히 넘어가려고 했다. 섕크가 난 공은 그린에 올라갔지만 홀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래도 2퍼트로 16번 홀을 마무리한 것은 정말 잘한 것이었다. 그래서 17번 홀에서 내 인생의 최고의 버디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그 버디를 할 수 있었다. 대회를 돌이켜서 생각해 보면 16번 홀이 우승의 결정적인 홀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섕크가 났지만 절대로 포기할 수 없었고, 상대가 역전하게 두고 싶지 않았다. 아직 우승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 그간 열심히 연습했으니까. 우승은 원래 쉽지 않은 것이고, 우승하는 과정 또한 쉽지 않은 것임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 16번 홀의 2퍼트는 정말 중요한 것이었다. 그동안 이런 기회가 여러 번 있었지만, 그 기회를 잡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준비가 돼 있어야 했다. 그래서 17번 홀의 버디는 굉장했고, 내 인생 최고의 홀로 평생 기억될 것이다.”

PGA투어 프로들을 대상으로 2020년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섕크와 4퍼트 중에선 섕크 중 훨씬 더 창피한 일로 67%가 섕크를 꼽았다. 그 이유는 “섕크가 훨씬 나쁘다. 그다음 샷이 어디로 갈지도 알 수 없으니까”라고 했다.

아시아에서 PGA투어 우승을 차지한 기분은 어떤가.
“골프장 관중뿐만 아니라 도시의 사람들 모두 친절했다. 팬들의 응원 열기가 뜨거워서 선수들이 경기하는 데 큰 힘이 됐다. 경기를 한 나라시노 골프장도 훌륭한 코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