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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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야생화되는 지구에서 생존을 상상하다
회복력 시대
제러미 리프킨│안진환 옮김│민음사│2만6000원│432쪽│11월 1일 발행

“진보의 시대에서 회복력 시대로, 효율성에서 적응성으로 역사의 중심축이 이동한다.”

세계적인 미래학자이자 경제·사상가인 제러미 리프킨이 8년간의 집필 끝에 완성한 신작 ‘회복력 시대’에서 전하는 메시지는 간결하면서도 강력하다. 상향 평준화된 무한 경쟁 시대 속 인간이 자신의 미래에 대해 깊이 절망하고 있는 오늘날, 저자는 근본적으로 다른 미래에 대한 창을 열어주며 자연의 세계로 돌아가 지구에서 생명이 번성할 수 있는 이 기회를 놓치지 말 것을 촉구한다.

역사상 가장 진보한 오늘이지만 인류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확산을 계기로 전무후무한 무방비 상태를 경험하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의 눈부신 산업 발전을 이끌었던 효율성의 원칙은 지구를 지배하는 종으로 인간을 추앙하기도 했지만, 회복력은 떨어지고 예기치 않은 사건에 취약해지는 대혼란을 가져왔다. 저자는 이 같은 상황에서 인간이 다른 생명체들과 공존하며 번영할 새로운 방법을 탐구하기 위해 지난 50여 년 동안 글로벌 경제와 사회, 거버넌스 혁신, 기후변화 등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담아 신작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진보의 시대를 지나는 동안 효율성은 시간을 조직하는 최적의 표준이 됐다. 그에 따라 인간은 사회의 풍요를 향상시킨다는 목표하에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천연자원을 수탈하고 상품화하거나 소비를 최적화하기 위한 탐구에 몰입했다. 그렇게 자연이 고갈되는 과정에서 오늘날 경제와 정치는 자연을 재산으로 관리하거나 소비해버리는 수단으로 전락했다.

하지만 이러한 메커니즘은 언젠가는 한계에 직면해 지속 불가능하다. 저자는 새로운 시대가 부상하면서 효율성이 적응성에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고, 진보가 회복력에 굴복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MZ 세대(밀레니얼 세대+Z 세대·1981~2010년생)를 비롯한 젊은 세대는 이미 성장에서 번영으로, 금융 자본에서 생태 자본으로, 생산성에서 재생성으로, 국내총생산(GDP)에서 삶의 질 지수(QLI)로, 세계화에서 세방화로, 대의민주주의에서 시민 의회와 분산형 동료 시민 정치로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1부 ‘효율성 대 엔트로피: 현대성의 변증법’ 파트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마스크 부족 사례를 예로 들어 세계화가 불러온 효율성이 유일한 경제 미덕은 아니며 오히려 상충관계에 있다는 주장을 심도 있게 논의한다. 두 가지 이상의 감염병이 발생해 부정적 외부효과를 급증시키는 슈퍼 신데믹(super syndemics) 현상에 대한 개념도 소개한다.

2부 ‘지구의 자산화와 노동력의 빈곤화’ 파트에서는 효율성의 증가가 갈수록 더 적은 노동인구와 더 많은 실업자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설명한다. 또 1920년대 광고의 급부상으로 소비 개념 자체를 필수적인 것에서 쾌락주의적 갈망으로 바뀌어 소비자 부채마저 증가하는 일련의 과정을 보여준다.

3부 ‘우리가 어떻게 여기에: 지구상의 진화에 대한 재고’ 파트에서는 효율성이나 특정한 보상을 극대화하는 것이 아닌, 유연성의 유지를 통한 지속이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회복력은 정확한 현상의 재정립을 의미하지 않으며, 시간 속 작용과 상호작용의 패턴을 의미한다는 메시지도 전한다.

마지막 4부 ‘회복력 시대: 산업시대의 종말’ 파트에서 저자는 이 모든 문제점을 회복하기 위해서 생명애 의식을 도약시켜야 한다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세대를 거듭하는 문제점의 연관 고리를 끊기 위해서 가장 좋은 시작은 교육의 장(場)에 자연과 새로운 연계가 가능한 재관여 장치들을 두는 것이다. 인간의 본성은 육지와 바다로 향하는 무수한 여정에 내던져져 절정에 이른 온갖 혼돈과 위험을 무릅쓰고 애착의 대상을 끊임없이 탐색하는 방랑자다. 책은 그 시선을 자연 속 회복력에 두는 것만이 재야생화되는 지구에서 인간이 재번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소개한다.


이건희 회장 2주기 기념 반도체 리더십
이건희 반도체 전쟁
허문명│동아일보사│3만원│456쪽│10월 25일 발행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2주기(10월 25일)를 맞이하여 반도체 리더십 책이 출간됐다. 1974년 한국반도체 인수부터 1983년 호암의 최첨단 메모리 반도체(VLSI) 진출 선언, 1993년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과 오늘날의 삼성까지. 지난 40년간의 삼성 역사가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겼다. 삼성의 ‘초격차’ ‘1등주의’ ‘위기의식’이라는 외침이 나온 배경과 ‘이건희 리더십’을 집중 조명한다.


유행어의 법칙부터 MZ 세대의 말 습관까지
말의 트렌드
정유라│인플루엔셜│1만6800원│340쪽│11월 28일 발행

경제나 패션에 트렌드가 있듯, 요즘 말에도 트렌드가 있다. 빅데이터 분석 기업 바이브컴퍼니의 연구원인 저자는 새로운 말들의 세계를 파고들면서 그 심연에 있는 시대와 사람들의 변화를 읽는다. 유행하는 말들의 공통점, 새로고침이 한창인 말들의 현장, MZ 세대의 언어 습관 등을 폭넓게 조망하는 이 책은 우리에게 가장 최신의 생생한 언어 감각을 선물할 것이다. 


한 권으로 정리한 6000년 인류사
세계사 신박한 정리
박영규│김영사│2만2000원│500쪽│12월 9일 발행

세계사 공부를 처음 시작하는 이들에게 추천할 입문서가 나왔다. 세계 4대 문명부터 21세기 지식시대까지 6000년 인류사를 한 권에 정리했다. 문명의 형성, 주요 왕조와 제국, 역사의 변곡점을 만든 사건과 인물 등 핵심을 담았고 유럽사와 중국사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사를 균형감 있게 서술한다. 중동, 몽골, 이슬람, 인도의 역사와 그 주변의 역사까지 정리해 세계사 전체 흐름을 정리했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3高시대’
2023 한국경제 대전망
경제추격연구소 외 25인│21세기북스│1만9800원│276쪽│11월 7일 발행

코로나19의 충격이 회복되는가 싶었지만 고환율, 고금리, 고물가의 3고(高)시대가 오며 초인플레이션 공포까지 함께 다가오고 있다. 경제 한파 속 위기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대한민국 최고 경제 석학 26인이 모였다. 

 2022년 경제를 되짚고, 세계 경제의 전반적인 흐름부터 개인에게 도움이 되는 증시, 부동산은 물론 에너지, 공급망, 산업 이슈까지 굵직한 내용들을 담아 정리했다. 


본질적인 아트 컬렉팅의 모든 것
현대미술 투자 교과서
도쿠미쓰 겐지│황소연 옮김│앵글북스│1만6500원│202쪽│10월 11일 발행

호황과 불황을 관통하는 미술 투자의 황금률이 있다. 록펠러 가문의 미술 투자원칙인 ‘무명과 다량’부터 월급만으로 4000점의 컬렉션을 만든 컬렉터의 사례 등 다양한 미술 투자 일화가 담긴 책이 나왔다. 미술 시장의 대박 공식인 ‘사망, 이혼, 파산’, 아티스트와 컬렉터가 상생하는 미술 생태계의 원칙까지 내막을 알고 나면 미술 시장에 한층 가까워질 것이다.


英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96년 생애
여왕, 그녀의 삶(The Queen: Her Life)
앤드루 모튼│그랜드 센트럴│ 14.74달러│448쪽│11월 15일 발행

뉴욕타임스의 베스트셀러만 배출하는 작가인 저자가 70년간 재위하며 영국 최장 집권 군주로 등극한 엘리자베스 2세에 대한 신작 전기를 썼다. 여왕은 언제나 대중과 언론의 뜨거운 관심사였다. 몸에 밴 겸손함과 온화한 미소, 돋보이는 유머 감각, 철저한 자기 관리로 70여 년간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 위대한 군주이자, 자기 수양으로 성공한 영국의 대표 어머니에 대한 회고록이다.

전효진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