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류법이 전파된 이후 각 지역 특성에 맞는 다양한 종류의 증류주들이 생겨나고 발전해 오고 있다. 이 중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고 많이 마시는 증류주는 단연 위스키다. 현재 위스키의 연간 판매량은 전체 증류주 중 약 90%를 차지한다.
위스키의 어원은 스코틀랜드 언어인 게일어(gaelic)로 ‘우스게바하(Usque Haugh)’에서 유래됐다. 영어로는 ‘아쿠아비테(Aqua Vitae)’로 ‘생명의 물’이란 뜻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브랜디, 불어로 오드비(Eau-de-vie)나 보드카 등의 증류주는 모두 ‘생명의 물’이란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 11세기부터 십자군 전쟁을 통해 사라센 지역의 증류법이 본격적으로 유럽으로 전파된 후,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켈트족이 만든 증류주가 현대 위스키의 원류가 됐다.
위스키는 곡물, 물, 효모 등 세 가지 원료만을 이용해 만들며 최소 3년 이상의 숙성기간을 거쳐야만 인정받을 수 있다. 문헌상으로는 15세기말 제임스 4세의 명령문에 위스키에 대한 언급이 나타난 것이 최초의 기록이다.
역사적으로 아일랜드인과 스코틀랜드인은 같은 종족으로 지리적으로 인접해 많은 문화를 공유했기 때문에 위스키 또한 거의 비슷한 시기에 제조를 시작했을 것으로 추측되며, 때문에 누가 먼저 만들었는지 원조를 밝히기는 상당히 어렵다.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위스키 원조 논쟁은 계속되어 오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아이리쉬 위스키는 위스키를 ‘whiskey’로 쓰지만 스카치위스키는 ‘e’를 뺀 ‘ky’로 끝나는데, 이는 서로 자존심을 지키다 보니 나타난 차이점이라고 볼 수 있다.
위스키 숙성의 발견
스튜어트 왕조에 의해 통치되던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는 1707년 양국 의회의 연방법 통과로 합병이 이뤄져 대영제국의 기틀을 마련하게 된다. 합병 이후 영국은 부족한 재정을 충당하면서 스코틀랜드의 문화를 억압하기 위해 증류주에 높은 세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증류업자들은 비현실적인 높은 세금을 피해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 물이 있는 계곡 옆에 증류소를 세우고 몰래 밀주를 만들기 시작했다. 정통 스카치위스키인 싱글몰트 위스키 제품 이름에서 ‘글렌(Glen)’이란 단어를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게일어로 ‘계곡’이란 뜻으로 이런 역사적인 배경에서 유래됐다.
밀주 제조자들은 술을 만드는 과정에서 물에 발아시킨 보리인 ‘맥아(Malted barley)’를 건조시킬 때 석탄 대신 스코틀랜드 산 속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이탄(泥炭, peat, 식물의 퇴적층이 만들어낸 일종의 석탄)을 사용했다. 이때 맥아에 자연스럽게 훈연이 스며들어 위스키에서 스모키한 향이 나게 됐다. 또한 증류된 원액을 팔고 남은 술은 저장할 곳이 마땅치 않아 ‘셰리(Sherry) 와인’의 빈 오크통에 담아 산 속 깊은 창고에 숨겨 보관하게 됐다.
시간이 지난 후 뚜껑을 열었을 때 투명했던 증류주 원액이 호박색으로 바뀌었고, 오크통에서 숙성되면서 와인향과 나무향이 위스키 원액과 섞여 복합적인 맛과 향을 풍기는 매력적인 술로 변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로써 위스키는 다른 증류주와 차별되는 숙성이란 특징을 갖게 된다. 이런 우연한 기회로 위스키의 품질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숙성과정이 나왔다는 것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한편, 귀족 및 왕실까지 마시는 밀주로 인해 골치를 앓던 영국 정부가 1823년 세금을 대폭 내려 현실화하자 합법적인 증류소들이 하나둘 다시 생겨나기 시작했다.
스카치위스키의 종류
● 싱글몰트 위스키 : 정통 스카치위스키를 뜻하며, 발아보리인 몰트만을 이용하여 한 증류소에서 만든 위스키를 말한다.● 블렌디드 위스키 : 연속 증류된 그레인 위스키(곡물로 만든 위스키) 70 ~75%에 30~40여종의 다양한 싱글몰트 위스키를 섞어 만든 위스키다.
● 그레인 위스키 : 몰트 외에 옥수수나 수수와 같은 곡물을 이용하여 대량 생산한 위스키로, 일반적으로 블렌디드 위스키의 베이스로 사용된다.
숙성기간에 따른 위스키 등급
● 스탠더드 위스키 : 3~11년 숙성
● 프리미엄 위스키 : 12~16년 숙성
● 슈퍼 프리미엄 위스키 : 17~25년 숙성
● 레어 위스키 : 30년 이상 숙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