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성’이라는 용어가 세계적 관심사로 등장한 것은 유엔환경계획(UNEP) 산하 세계환경개발위원회(WCED)에서 1987년 출간한 ‘브룬트란드 보고서 (Brundland Report)’가 나오면서다. 위원장을 맡았던 스웨덴 브룬트란드 총리의 이름을 딴 이 보고서에서는 인류의 미래를 보장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제시했다. 미래 세대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현세대의 경제사회 발전을 이뤄야 한다는 게 기본 개념이다.
이 개념은 1992년 6월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유엔환경개발회의(UNECD)의 리우선언에 환경문제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세계 정상들의 합의로 발표됐고 국제사회의 행동계획인 ‘어젠다 21’에 구체화됐다. 2015년 뉴욕에서 개최된 유엔총회에서는 지속 가능 발전 목표(SDGs)를 제시해 2030년까지 전 세계가 이행하기로 결의했다. 지속 가능성은 환경문제를 넘어 사회적 문제, 경제개발, 그리고 기업 지배구조 등 적용 범위를 넓혀가며 글로벌한 윤리적 기준으로 확산하고 있다. 말 없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과도한 착취가 지구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것처럼 사회 내 편향적 권력 구조나 자원 분배가 특정 계층이나 집단의 생존을 위태롭게 하는 경우 국가 경제나 개별 기업의 성장과 지속 가능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최근 대부분 글로벌 투자은행이나 자산 운용사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투자 적격성 평가 기준에 적용하고 있는 배경이다.
지속 가능성 문제가 경제발전과 충돌하는 첫 번째 이슈는 자원의 희소성이다. 환경과 자원의 과도한 사용으로 생산의 3요소로 불리는 토지, 노동, 자본 중 고정 변수로 간주된 토지의 생산성 감소와 자원의 부족 현상이 경제성장의 제약 요인으로 등장한 것이다. 특히 환경오염의 부정적 영향이 오염을 일으킨 세대나 지역에만 발생하지 않고 다음 세대에 비용을 전가하고 다른 지역에까지 오염을 확산시키는 외부 효과로 사용자 부담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로 대두했다. 이에 환경문제를 사회운동을 통해 개선하거나 유엔이 나서 국제 협력과 사회적 대처를 독려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또 다른 이슈는 인구 감소 문제다. 인구 감소 원인으로 꼽히는 주택 가격 상승, 교육비와 양육 부담 증가, 생활비 상승 등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공급자에게는 생산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경쟁 심화로 인한 교육 기간 연장이나 경쟁 압박 등도 시장 효율성을 제고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그러나 생활비 상승이나 노동시장 진입 비용의 사적 부담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확대될 경우 출산 연령 상승과 출산 포기 문제를 야기한다. 가격 상승과 효율성 제고의 편익 수취자와 비용 부담자가 일치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는 선진국들이 물가를 관리하고 교육이나 보육 비용을 사회화하는 배경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생산 가능 인구(15~64세)는 3637만2000명이다. 정점을 기록한 2019년 3762만8000명에 비해 4년 만에 125만6000명 줄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생산 가능 인구가 1% 감소하면 국내총생산(GDP)이 0.59%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2050년 생산 가능 인구는 2398만4000여 명으로 2022년보다 34.75% 감소할 전망이다. 그 결과 GDP는 2022년 대비 28.38%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을 세 차례나 낮춰 지난 7월에는 1.4%로 제시했다. 우리 경제는 두 차례 외환위기 시기 외에는 1%대의 성장률을 보인 적이 없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생산성이 개선되더라도 향후 5년간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2.0%에 그칠 것으로 추정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주원인이다. 이미 경기대책만으로는 저성장을 막을 수 없다. 인구 감소를 멈추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최대한 빨리 시행해야 한다. 시간이 늦어질수록 경제적, 사회적 침체는 가속화할 것이다. 가장 강조해야 할 지속 가능성 이슈는 ‘사람의 지속 가능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