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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케어(healthcare), 한국에서는 2000년대 이후 정보기술(IT)과 의료가 결합하면서 이 용어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헬스케어의 본래 의미는 건강(health)과 관리(care)의 합성어인데, 건강(健康)은 몸(육체)이 튼튼하고 마음(정신)이 편안한 상태를 뜻하고, 관리(管理)는 체계적으로 보살피고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헬스케어는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질병 예방 습관과 치료 활동으로 이해할 수 있다.

기대 수명이 늘어나면서 헬스케어는 부동산 산업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의 방향을 결정할 매우 중요한 패러다임으로 부상했다. 특히, 부동산 산업에서는 일상생활에서 가장 오래 체류하는 주택 공간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이에 주택 투자에 있어서 지금과는 다소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 

이선호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 팀장 - 감정평가사, 전 대림산업· 노무라이화자산운용 근무
이선호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 팀장 - 감정평가사, 전 대림산업· 노무라이화자산운용 근무

金 세대에 부는 헬스케어 바람

2024년 12월을 기점으로 한국은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의 20% 이상)에 진입했다. 낮은 출생률로 총인구 증가세는 멈춘 반면, 1차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의 고령화 진입으로 인구구조의 질적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5년 후에는 2차 베이비붐 세대(1964~74년)도 실버 계층에 진입하기 시작하면서, 10년 후에는 65세 이상 고령층 인구가 10명 중 3명이 될 것이다. 건강관리를 중시하는 고령층이 우리 사회의 핵심 주거 계층으로 자리 잡는 것이다. 

그렇다고 젊은 세대가 건강을 도외시하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말, 김난도 교수는 ‘트렌드 코리아 2022’에서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를 키워드로 제시하면서,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 1981~2010년생)의 ‘건강을 즐겁게 관리하는 방식’이 보편화하는 현상을 설명했다. 젊은 세대의 힙한 웰니스 라이프스타일(PT·명상· 러닝 등)도 한몫하면서, 고령층 전유물로만 알았던 건강관리가 세대를 초월해 보편화하고 있는 것이다. 

1만2032가구라는 단군 이래 최대 단일 아파트 단지로 꼽히는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 단지 곳곳에는 공원 같은 조경 등 입주민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시설이 갖춰져 있다. 35층 스카이라운지와 초호화 게스트하우스 등은 고급 호텔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 뉴스1
1만2032가구라는 단군 이래 최대 단일 아파트 단지로 꼽히는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 단지 곳곳에는 공원 같은 조경 등 입주민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시설이 갖춰져 있다. 35층 스카이라운지와 초호화 게스트하우스 등은 고급 호텔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 뉴스1

헬스케어가 미래 주택 공간을 어떻게 바꿀까

세대를 아우르는 건강 중심의 주거 공간 특화는 앞으로 미래 주택의 핵심 가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이후에 지어지고 있는 4세대 아파트에도 서서히 이런 흐름이 반영되고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변화는 건강 친화적 설계다. 예를 들어, 병원균과 미세먼지를 저감하기 위해 실내 공기 질을 개선하는 환기 및 에어샤워 시스템을 강화하고, 유해 물질 방출을 줄인 친환경 건축 자재를 사용하며, 일조와 채광을 최대로 확보하도록 천장고를 높이고 혁신 창호를 설계한다. 여기에 자연 친화적인 정원 및 커뮤니티 공간 설계 역시 심리적 안정감과 스트레스 해소, 휴식·여가에 대한 욕구 충족을 위해 중요한 요소다. 대단지의 경우에는 생태 연못 및 수변 공간, 전망대도 갖출 것으로 예상한다.

운동 공간 확대도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가구별 홈트레이닝 공간(홈짐)뿐만 아니라, 아파트 단지 내 실내·외 운동 공간인 헬스장, 수영장, 골프 연습장, GX룸, 산책로 등을 더욱 확대할 것이다. 운동 습관과 더불어 식습관(식단 관리)도 같이 고려해야 하는데, 현재 몇몇 소수 아파트 단지에서 시행 중인 조식 서비스가 점점 일반화하고 하루 세끼 모두를 제공하는 상시 카페테리아 운영도 확대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건강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스마트홈 시스템은 필수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건설사도 앞다퉈 아파트 관리 시스템을 헬스케어와 결부해 고도화하고 있다. 스마트 미러, 체중계, 혈압계 등 IoT(사물인터넷) 센서와 연동해 건강 데이터를 수집하고, 수면 패턴이나 운동량 분석 후 인공지능(AI) 기반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진화할 것이다. 

본격적인 헬스케어 시대, 어떤 주택에 투자하면 좋을까

헬스케어는 건강하고 풍요로운 주거 생활의 핵심 요소다. 결국 헬스케어에 적합한 주택이 효용도가 더 높을 것이고, 주택 투자시장을 이끌 것으로 예상한다.

첫째, 헬스케어 시대에 매력적인 입지는 대형 병원(의료 시설) 근처다. 흔히 ‘병세권’이라고도 하는데, 전통적인 주택 입지 선택 기준인 역세권(대중교통 접근성)과 학세권(우수한 교육 환경)보다 더 중요한 미래 주택 입지 선정 기준이 될 것이다. 초고령사회일수록 빠른 치료 및 응급 대응이 가능한 지역이 선호될 수밖에 없고, 스마트홈 시스템과 연계된 원격 의료, AI 건강 모니터링 서비스와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둘째, 건강 친화적인 상품성을 확인해야 한다. 상품성은 주로 물리적인 설계, 시공 등 하드웨어 측면의 품질로 판단해야 한다. 세대 내 전용공간은 주로 IoT와 연계된 냉난방, 공기 정화, 조명 등 스마트홈 시스템의 고도화가 중요하고, 주민이 같이 숨 쉬는 공용 공간(운동·조경·커뮤니티 등)은 규모뿐만 아니라 심신을 단련하고 여가를 즐길 수 있게 다채롭고 차별적인 공간으로 꾸며져야 한다. 향후 건설사는 브랜드 정체성에 입주민 건강을 입혀 상품 마케팅에 열을 올릴 것이다. 

셋째, 주거 서비스의 지속 가능성을 점검해야 한다. 공간 품질이 하드웨어라면, 주거 서비스는 소프트웨어다. 헬스케어 공간을 다채롭게 준비한들, 분양을 위한 마케팅 용도로만 써먹고, 지속적으로 운영되지 않으면 하드웨어는 무용지물이 된다. 지속적인 운영이 가능한지를 판단할 수 있는 지표는 비용절감을 위한 ‘규모의 경제’와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오퍼레이터(운영사)의 신용’이다. 통상 대단지 아파트 기준으로 1500가구 이상 정도 돼야 운영상 손익분기점 달성이 가능하며, 운영 중단 리스크를 가늠하기 위해 운영사의 신용등급과 트랙 레코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사용재로서 주거 공간의 가치

미국은 시니어 하우징을 기반으로 한 헬스케어 섹터가 리츠 시가총액 5위다. 의료를 비롯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월세 주택이 메인 상품인데, 고령층의 고정적인 연금수입이 안정적인 월세 공급원이다. 그들은 주택을 소유하기보다는 건강한 주거 공간을 소비하면서 그 효용이 계량화된 사용료로 월세를 내며 여생을 보낸다. 

이제 한국 주택에도 주거 서비스의 핵심인 헬스케어가 장착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주거 공간이 단순 소유 욕망에 의한 투기재가 아닌 삶의 질을 높이는 사용재(소비재)로서 평가받을 날을 기대해 본다. 

이선호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