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진핑(習近平·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4월 14일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베트남 권력 서열 1위 또럼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과 정상회담 후 양국이 체결한 각종 협정문의 사본을 둘러보고 있다(큰 사진). 시 주석은 베트남, 말레이시아, 캄보디아로 이어지는 동남아 순방 일정의 일환으로 4월 14~15일 베트남을 국빈 방문했다. 두 정상은 이날 인공지능(AI), 철도, 문화·체육, 교육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45건의 양자 협력 문건에 서명했다. 두 정상은 공동 명의로 낸 성명에서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규칙에 기반하고, 개방적이며, 투명하고, 비차별적인 다자간 무역 체제를 유지하고, 경제 세계화를 촉진하려는 뜻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또 “패권주의와 힘의 정치, 일방주의 그리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행위에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베트남 측이 트럼프 대통령을 불쾌하게 할 수 있는 문구를 피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4월 2일(이하 현지시각) 중국에 34% 상호 관세를 부과한 이후 중국이 보복 관세로 맞불을 놓은 후 미국은 중국에 145%, 중국은 미국에 125%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중국은 베트남의 가장 큰 무역 상대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2017~2020년) 중에 중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중국 업체는 베트남으로 생산 거점을 옮겨 미국 시장을 공략했다. 트럼프 정부는 이를 근거로 4월 2일 베트남에 46%에 이르는 고율 상호 관세를 부과했다. 단,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상호 관세는 90일간 유예된 상태다. 베트남은 중국 제품의 우회 생산 기지로서 역할을 줄이겠다며 트럼프 정부와 관세 협상에 나서고 있다. 주요 강국과 균형 있는 관계를 유지하는 베트남 특유의 ‘대나무 외교’가 시험대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4월 16일 말레이시아에서 본격적인 국빈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중국의 국기인 오성홍기와 말레이시아 국기를 흔들며 시 주석을 환영하는 사람들(사진 2). 말레이시아는 올해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순회 의장국이다. 트럼프 정부는 말레이시아에 24%의 관세를 부과했고, 90일 동안 유예했다. 시 주석은 이날 오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왕궁에서 이브라힘 알마훔 이스칸다르 말레이시아 국왕이 연 환영식에 참석했고(사진 1), 오후에는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