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성능 인공지능(AI)을 적용한 전자 기기가 증가하며, 방대한 정보를 처리하는 AI 반도체의 열관리 솔루션이 중요해지고 있다. 반도체가 점차 더 높은 성능과 더 작은 크기를 추구하며, 발열 관리의 중요성도 커진 것이다. 냉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불가피하게 반도체 성능을 낮춰야만 한다. 반대로 냉각 시스템이 우수하면 에너지를 절약하고 제품 내부에 공간을 더 확보할 수 있다.
AI 연산을 처리하는 데이터센터도 효율적인 열관리가 필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2019년 이후 매년 약 12% 증가해 2024년 415TWh(테라와트시)에 도달했다. 2030년 945TWh까지 증가해 일본의 연간 총전력 소비량을 초과할 전망이다.
엠에이치에스(MHS)는 AI 반도체 냉각 솔루션을 전문으로 하는 국내 기업이다. 엠에이치에스는 한국을 대표하는 퓨리오사AI, 리벨리온 등 AI 반도체 팹리스(반도체 설계)와 협업하고 있다. 서울 금천구 서울디지털국가산업단지 내 엠에이치에스 본사에서 4월 15일 임종수 엠에이치에스 대표를 인터뷰했다.임 대표는 “냉각기를 안 쓰는 전자 제품은 거의 없다”면서 “냉각 기술 분야에서 유선전화가 무선전화로 바뀌는 수준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창업 계기는.
“셀시아 테크놀로지스에서 히트 스프레더(열 분산 장치)를 개발하는 설계 팀장을 맡았고, 지멘스 기술연구소에선 전산유체역학해석(CFD)으로 제품 설계를 최적화하는 기술용역 업무를 담당했다. 자체 설계한 냉각 기술을 시뮬레이션해 보니, 기존 제품 대비 성능 개선 효과가 ‘이루 말할 수 없이 좋다’는 판단이 들었다. 창업해서 실제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AI 반도체 분야에서 냉각이 왜 중요한가.
“간단하다. AI 반도체는 HBM(고대역폭 메모리)을 쓰기 때문이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쌓아서 만든 메모리다. 데이터가 메모리 반도체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빠르게 왔다 갔다 하게끔, HBM은 GPU 바로 옆에 장착된다. D램을 쌓는 구조이므로 공정의 난도가 높고, D램이 뭉쳐 있다 보니 발열량이 많다. 과거 반도체의 발열은 100~200W정도에 불과했지만, AI 반도체와 HBM으로 진화하며 발열량은 ㎾대로 껑충 뛰었다. 20~30㎜에 불과한 반도체에서 1㎾의 열이 발생하면 기존 기술로 감당이 안 된다. 사무실에서 쓰는 작은 전기난로 발열량이 1㎾다. D램의 적층 수가 지금은 12단, 16단 수준인데 나중에 24단, 48단이 되면 발열은 더 감당이 안 된다. 면적을 넓히면 열관리가 쉬워지지만, 반도체는 제품 특성상 크게 만들 수가 없다. 냉각 기술이 중요한 이유다.”
엠에이치에스의 기술은 무엇이 다른가.
“기존의 반도체 냉각 기술은 공기로 식히는 공랭식(空冷式)이 주였다. AI 반도체의 냉각 문제로 인해 냉각 기술은 공기 대신 냉각수를 이용해 열을 식히는 수랭식(水冷式)으로 전환되는 시점이다. 헤어드라이어를 작동하면, 공기가 열선을 지나가며 곧장 뜨거운 바람이 나오지만, 물은 그 엄청난 가스불로 냄비에 올려놔도 5~10분이 지나야 100도에 다다르는 것을 생각해 보라. 물은 그만큼 열을 많이 머금을 수 있다. 바꿔 말하면 물은 많은 양의 열을 더 빨리 빼갈 수 있다.

엠에이치에스는 수랭식 냉각 중에서도 독자적인 마이크로 채널 수랭식 쿨링 방법(MACS)을 이용한다. 반도체 성능이 높아질수록 발열 문제는 필연적인데, 수랭식 기술도 발열 성능을 더 높이기 위해 유량을 높여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엠에이치에스의 MACS는 물이 흐르는 관을 직경 1㎜ 미만의 여러 개 관으로 바꾼 것이 특징이다. 관 직경을 줄여 칩 발열량을 빠르게 빼내고 냉각 성능을 극대화하도록 설계했다. 특히 발열 면적이 작고 평평한 반도체 칩 같은 발열체에 적용하기에 유리하다. 이 기술을 개발하고 양산하는 데 10년이 걸렸다.”
액침 냉각이 새로운 반도체 냉각 솔루션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수랭식의 한계로 인해 반도체를 액침 냉각유(쿨런트)에 담가 열을 식히는 액침 냉각이 떠올랐으나 수랭식 한계를 극복한 MACS를 활용하면, 액침 냉각이 필요 없다. 액침 냉각은 사업화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본다. 전자 제품을 기름에 담가 처리하는 걸 5~10년 정도 오래 하면, 연화 작용 등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또 냉각 과정에서 뜨거워진 기름의 냉각이 다시 필요하다. 액침 냉각의 실제 도입은 힘들다고 본다.”
국내 팹리스와 어떤 협력을 하고 있나.
“퓨리오사AI의 핵심 제품인 1세대 워보이(Warboy)에 히트싱크(방열판)를 납품했고, 2세대 레니게이드(Renegade)에도 10여 개 업체와의 경쟁을 뚫고 히트싱크 납품을 따냈다. 리벨리온과 히트싱크 개발 협력 계약을 체결해 AI 반도체 신경망처리장치(NPU) 아톰(ATOM)에 납품했다. 워보이, 레니게이드, 아톰에 납품한 히트싱크는 MACS 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공랭식이었다. 제품의 발열량이 그렇게 많지 않아 공랭식으로 납품했는데, 향후 AI 반도체 성능 향상으로 발열량이 더 늘면 수랭식이 필요하게 될 거다.”
냉각 기술은 다른 분야로 확장이 가능하겠다.
“냉각기를 안 쓰는 전자 제품은 거의 없다. 지금까지 냉각 기술은 정체돼 있었지만, 유선전화가 무선전화로 바뀌는 수준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엠에이치에스는 2017년부터 지멘스헬시니어스의 초음파 진단기 모델에 히트싱크를 매년 약 5억원 규모로 납품하고 있다. MACS 기술을 이용해 압출기와 냉매가 없는 무소음, 친환경 에어컨을 자체 개발해 작년 6월 특허등록을 완료했다. 엠에이치에스의 냉각 기술을 사용하면 차량용 라디에이터의 냉각 성능을 약 30% 높일 수 있다. 내연기관 엔진을 사용하지 않는 전기차 분야에서도 모터, 인버터, 컨버터에는 수랭식 냉각 장치가 필요하다. 거의 모든 기계, 전자 장비에 냉각 장치가 들어간다. 최근에는 유도무기 수랭식 냉각 관련하여 방산업체와 기술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냉각 기술 분야에서 엠에이치에스의 문제 해결 능력은 독보적이다. AI 반도체, 바이오 및 의료 기기, 항공, 인공위성, 방산, 통신, 자율주행, 전기차 전장 및 배터리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여러 기업에 기술 컨설팅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