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데이터센터는 고품질의 ‘탈질’ 촉매가 필요하다. 해외 경쟁사가 독점 중인 ‘고밀도 셀’ 탈질 촉매 제조 기술을 개발해 공장을 짓고 있다.”
질소산화물(NOx)을 제거하는 탈질 촉매 국내 1위 제조 기업 ‘나노’를 이끄는 신동우 창업자 겸 회장은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급증하고 있는 AI 데이터센터용 탈질 촉매 수요에 이같이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밀도 셀은 오염된 공기가 통과하는 구멍을 훨씬 촘촘하게 만든 형태의 탈질 촉매다. 나노가 생산하는 탈질 촉매 제품은 공기 중에서 화석연료를 연소하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질소산화물을 다시 무해한 질소로 전환하는 제품이다. 나노는 지난 2월부터 본사가 있는 경북 상주에 고밀도 셀 양산을 위한 신공장을 짓고 있다. 총 200억원이 투입되는 신공장을 무인 운반 차량(AGV)과 로봇 용접 등 스마트 공장으로 만들어 생산성을 극대화할 예정이다. 완공 시점은 오는 11월쯤이다.
신 회장은 경남 진주에 있는 경상대 재료공학과 교수 재직 중 국제통화기금(IMF) 위기가 닥치자, 1999년 졸업생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대학 실험실에서 6명의 학생과 창업했다. 이후 교수직을 명예퇴직하고 고향인 경북 상주에 돌아와 탈질 촉매 공장을 지었다. 나노는 2014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나노는 최근 거래 정지라는 악재가 해소되면서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나노는 2022 회계연도와 2023 회계연도의 각 감사 기관 의견 불일치 탓에 지난해 4월부터 거래가 정지됐다. 관계사에 대한 나노의 지급보증을 부채로 인식해야 한다는 견해에 대해 전기 감사 회계법인과 당기 감사 회계법인의 의견 일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탓이다. 그러나 올해 나노가 지급보증을 해소하며 5월 21일 주식거래가 재개됐다.
유상증자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은 신회장은 “본업에 충실하고 해외시장 확대에 전력을 다하겠다”며 “주주가 실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나노 관계사인 베어링(회전체의 마찰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부품) 제조 회사 ‘엔비알모션(NBR Motion)’은 최근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청구를 마쳤다. 다음은 일문일답.
연초에 신공장을 착공했다고 들었는데.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다. 모든 데이터센터는 데이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비상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비상 발전기를 갖추고 있다. 비상 발전기는 디젤발전기가 유일한 대안이다. 그간 선박과 육상용 디젤발전기용 탈질 촉매 공급 세계 1위 실적을 바탕으로 유사한 AI 데이터센터 디젤발전기용 고밀도 탈질 촉매를 개발했다. 해외 경쟁사가 독점해 온 이 촉매를 생산하기 위한 전용 공장을 지난 2월 착공했고, 올해 11월 준공된다. 200여 억원이 투입된다. 내년부터는 연간 2500㎥ 규모의 첨단 제품을 생산해 주로 북미 중심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관계사 엔비알모션 상장도 준비 중인데 소개해달라.
“엔비알모션은 베어링용 소재인 볼 형태의 강구와 원통 형태의 롤러, 금속에 비해 내부식성과 내마모성이 큰 세라믹 볼 등을 만드는 회사다. 내연기관차뿐만 아니라 전기차, 로봇용 감속기, 산업용 기계 등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다. 나노는 세라믹 기반 환경 소재 기업이고, 엔비알모션은 금속 기반 베어링 소재 기업으로 사업 연관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양사 모두 각자 전문성이 있는 고도 기술 소재 분야에서 독립적인 성장을 도모하는 중이다.”
나노가 개발 중인 또 다른 신제품도 있나.
“현재는 복합 기능 탈질 촉매를 개발 중이다. 하나의 촉매로 여러 종류의 대기오염원을 동시에 저감할 수 있는 차세대 환경 탈질 촉매다.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반도체, 디스플레이 공정 등에서 나오는 다양한 유해가스를 동시에 제거할 수 있는 촉매가 주요 타깃이다.”
나노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 전략은.
“나노는 창업 이래 탈질 촉매 한 길을 걸어왔다. 석탄 화력, 선박 디젤엔진, 천연가스 발전 등 각 분야의 환경 규제에 대응하는 맞춤형 탈질 촉매를 개발해 공급했고, 특히 선박용 탈질 촉매 시장에서는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024년 기준 매출의 78%는 국내, 22%는 해외에서 나왔다. 2025년에는 해외 비중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미국, 유럽, 아시아 등지에 적극 진출 중이다.”
글로벌 전략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면.
“창업 초기에 독일 발전소에 첫 제품을 공급했다. 이후 중국, 인도, 폴란드 등지로 시장을 확장해 왔다. 특히 인도 국영기업 BHEL에는 기술을 이전했고, 2022년부터 인도 현지 공장에서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앞으로는 북미 데이터센터 시장, 천연가스 발전소, 복합 탈질 촉매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해외 진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 1년 동안 주식거래가 정지됐다가 재개됐다.
“2023 회계연도 지정 감사기관과 전기 감사기관 간 의견 충돌로 인해 발생한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특히 전기 감사기관의 이례적인 의견 변경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주주가 피해를 본 데 대해 깊이 공감하며, 향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
유상증자 가능성이 주가에 영향을 준다는 분석도 있다. 유상증자할 생각이 있나.
“지금으로서는 유상증자를 할 계획이 전혀 없다. 신공장 건설 등 필요한 자금은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다. 본업에 충실하고 해외시장 확대에 전력을 다해 주주가 다시는 실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나노의 시가총액(427억원, 7월 10일)이 실적에 비해 저평가된 이유는 무엇이라 보는가.
“13개월간의 주식거래 정지에 대한 투자자 불신이 크다. 거래 정지 당시 매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던 점에서 불만도 클 것이다. 여기에 유상증자 우려와 신공장 투자에 따른 오해도 겹쳤다. 그러나 나노는 거래 재개 이후 사실상 새로 상장한 기업 수준의 안정성과 투명성을 갖추게 됐다. 앞으로는 실적과 성과로 주가 회복을 이끌겠다.”
나노엔지니어링, 나노에너지, 엔비알모션 등 나노 자회사와 관계사를 모두 합친 매출은 지난해 약 2000억원에 달했다.
상주라는 지방 소도시에 회사를 창업했는데 20~30대 직원이 많다고 들었다.
“현재 나노 본사에는 약 115명이 근무하고 있고, 이 중 70%가량이 20~30대다. 대졸 초임 연봉 4000만원, 금요일 오후 3시 퇴근, 주 4.5일 근무 도입 등이 경쟁력 있는 일자리의 핵심이다. 여기에 세련된 근무 환경, 자유로운 업무 선택, 눈치 보지 않는 육아휴직 문화까지 갖췄다. 인도, 미국 등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외국인 석·박사 연구원 7명도 함께 일하고 있으며, 회사의 학위 지원으로 자체적으로 4명의 박사와 4명의 석사를 배출했다.”
지방에서 글로벌 기업을 만들고 싶은 창업자에게 조언한다면.
"사업의 목표는 매출과 이익을 넘어 공익이어야 한다. 그 목표가 고난을 극복하는 원동력이 된다. 창업 전에는 반드시 경쟁력 있는 실력을 갖춰야 하며, 청춘을 바친 창업 동지들과 함께 끈기 있게 걸어가야 한다. 수도권 중심의 ‘한강의 기적’을 넘어, 상주에서 ‘낙동강의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