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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슈머’가 된 팬덤… 멤버부터 데뷔까지 팬이 결정 <br>직캠으로 캐릭터 살리고, 스토리텔링으로 차별화 성공
  > 2018년02월 238호 > 커버스토리
[K팝 성공 키워드 2] 워너원·아이오아이의 프로슈머 경영
‘프로슈머’가 된 팬덤… 멤버부터 데뷔까지 팬이 결정
직캠으로 캐릭터 살리고, 스토리텔링으로 차별화 성공
기사입력 2018.02.11 16:24


프로듀스101 시즌2로 데뷔한 워너원이 지난해 돌풍을 일으켰다. <사진 : YMC엔터테인먼트>

“All I Wanna Do! Wanna One! 안녕하세요. 워너원입니다.”

2017년은 BTS(방탄소년단)의 해였지만, 워너원도 빼놓을 수는 없다. CJ E&M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101 시즌2’로 데뷔한 워너원은 지난해에만 약 135만 장의 앨범을 판매하며 아이돌 그룹 중 3위에 올랐다. 워너원보다 많은 앨범을 판매한 아이돌 그룹은 BTS와 엑소(EXO)뿐이었다. 활동 종료 시점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워너원의 인기는 올해 말까지 더 뜨겁게 타오를 가능성이 크다.

워너원의 성공은 프로듀스101 선배라고 할 수 있는 아이오아이(I.O.I)의 뒤를 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이오아이도 예상을 뛰어넘는 성공을 거뒀다. 2016년 데뷔한 아이오아이는 활동 기간에 24만 장의 앨범을 판매하며 여자 아이돌 그룹 중 2위를 기록했다.



프로듀스101 시즌1에 출연한 연습생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 : CJ E&M>

소비자가 아이돌 음반 제작에 참여하기도

워너원과 아이오아이가 기존 아이돌 그룹과 다른 점은 ‘팬들이 직접 고른 멤버들로 이뤄져 있다’는 것이다. 프로듀스101은 프로그램 제목처럼 101명의 연습생으로 시작해 마지막에는 11명의 데뷔조 멤버만 남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101명 중에 11명을 고르는 게 바로 시청자, 팬들의 몫이다. 아이돌 전문 비평 웹진 ‘아이돌로지’ 편집장 미묘는 “H.O.T. 같은 1세대 아이돌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 같은 존재들이었고, 빅뱅이나 소녀시대 같은 2세대 아이돌은 데뷔 과정을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보여주면서 조금 더 친절해졌다”며 “최근 나타나는 양상은 여기서 더 나아가 연습생 시절부터 소비자들에게 보여주고 직접 고르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현상은 제품의 기획 단계부터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프로슈머(prosumer·생산적 소비자, 프로듀서와 컨슈머의 합성어)’를 떠올리게 한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만들어진 제품을 생각 없이 구입하지 않는다. 자신의 개성에 맞는 제품을 찾고, 그런 제품이 없다면 기업에 자신의 의견을 반영해달라고 요구한다. 자동차 튜닝 시장과 스마트폰 액세서리 시장이 커진 것도 프로슈머들의 입김이 세진 덕분이다. 트렌드에 민감한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프로슈머의 움직임이 본격화된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돌 그룹을 만드는 게 아주 새로운 시도는 아니다. 과거에도 비슷한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프로듀스101처럼 큰 성공을 거둔 경우가 없었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가장 큰 차이점으로 프로듀스101을 기획한 CJ E&M의 역량을 꼽는다. 한 방송국 라디오 PD는 “프로듀스101은 CJ라는 대기업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플랫폼 활용을 극대화하면서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렸고, 이 부분이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방송사가 제작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걸 넘어서 소비자가 직접 아이돌 그룹의 음반 제작에 참여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예컨대 K팝(K-pop) 전문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메이크스타’에서는 아이돌 그룹의 앨범이나 화보집 제작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가 여러 건 올라와 있다. 걸그룹 ‘소나무’의 앨범 제작 프로젝트에는 지난 8일 기준으로 311명이 참여해 목표 금액 1000만원의 5배가 넘는 5298만원이 모였다. 100만원을 후원하면 소나무 멤버와 식사할 수 있는 미니 팬미팅 참석을 리워드(보상)로 받을 수 있다. 해외에서도 텀블벅·킥스타터·인디고고 같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통해 음반을 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에서는 아이돌 그룹이 이런 방식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매년 60여 팀의 아이돌 그룹이 데뷔하는 상황에서 크라우드 펀딩이 새로운 홍보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프로듀스101이 성공을 거두면서 비슷한 유형의 프로그램이 뒤를 이었다. ‘소년24’ ‘아이돌학교’처럼 엠넷이 만든 프로그램도 있었고, KBS의 ‘더 유닛’이나 JTBC의 ‘믹스나인’도 제2의 프로듀스101을 목표로 야심차게 출발했다. 하지만 이 중에 어느 프로그램도 제2의 프로듀스101이 되지는 못했다.


캐릭터·스토리텔링이 차별화

미묘 편집장은 이 차이를 ‘스토리텔링’에서 찾았다. 프로듀스101이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과 차별화되는 건 연습생 한 명 한 명에게 캐릭터를 부여하고, 그 캐릭터를 활용해 시청자들이 몰입할 수밖에 없는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미묘 편집장은 “프로듀스101 시즌2는 11부작 드라마였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드라마가 종영했는데 거기에 나왔던 주인공들이 눈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듀스101 시즌1에서는 김소혜가 스토리텔링의 중심에 있었다. 방송 초반에 노래와 춤, 모두 서툴렀던 김소혜는 김세정의 도움을 받아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결국 아이오아이 데뷔조에 들었다.

엠넷은 스토리텔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동원한다. 연습생 한 명 한 명의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개인 직캠을 공개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CJ E&M 관계자는 “프로듀스101 방송에 대한 대중과 팬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요구사항을 파악했다”며 “연습생과 팬들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 방송에 나오는 연습생 전원의 직캠 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는 것도 소통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고 말했다. 워너원의 최고 인기 멤버인 강다니엘이 이런 소통의 결과물이다. 강다니엘은 프로듀스101 시즌2의 첫 순위 발표 때만 해도 가장 인기 있는 멤버가 아니었다. 강다니엘이 첫 순위 발표식에서 얻은 득표 수는 81만7245표로 5위였다. 두 번째 순위 발표식에서는 8위로 더 떨어졌다. 하지만 개인 직캠이 공개되면서 강다니엘의 매력이 입소문을 탔고, 결국 워너원에서 가장 많은 팬덤을 만들어냈다. 강다니엘은 최종 순위 발표식에서 1위를 기록했다.


plus point

프로듀스101, AKB48과 컬래버레이션

“세계 최강의 악마를 불러오는 셈이다.”

‘아이돌로지’의 미묘 편집장이 일본 유명 프로듀서 아키모토 야스시(秋元康)의 프로듀스101 시즌3 제작 참여에 대해 남긴 평이다. 아키모토는 일본 최고의 걸그룹인 AKB48을 만든 인기 프로듀서다. 그는 ‘만나러 갈 수 있는 아이돌’을 콘셉트로 전용 극장에서 꾸준히 라이브 공연을 하는 AKB48의 시스템을 만들었다. 아이돌을 넘어 일본 대중문화의 흐름을 바꿨다는 평가도 받는다.

동시에 아키모토는 콘서트 도중에 AKB48 멤버들의 팀을 재배치하는 등 파격적인 결정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한다. 미묘 편집장은 “AKB48의 스토리텔링이 스펙터클해진 건 아키모토가 악역을 맡았기 때문”이라며 “프로듀스101의 스토리텔링이 풍부한 이유도 엠넷이 악역을 맡아왔기 때문인데, 그런 맥락에서 보면 세계 최강의 악마를 불러오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프로듀스101 시즌3인 ‘프로듀스48’은 현재 참가자 오디션을 진행하는 등 제작 준비 과정에 있다. 오는 5월 첫 방송 예정이다.

기사: 이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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