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비즈 | 조선비즈K | Tech Chosun | 조선일보
‘악마의 잼’ 누텔라로 세계인 입맛 잡아… 매출 13조원 <br>최상의 원료 사용, 제조법 철저히 숨겨 세계 3위 우뚝
  > 2018년01월 235호 > 케이스스터디
[Case study] 이탈리아 초콜릿 제과업체 ‘페레로(Ferrero)’
‘악마의 잼’ 누텔라로 세계인 입맛 잡아… 매출 13조원
최상의 원료 사용, 제조법 철저히 숨겨 세계 3위 우뚝
기사입력 2018.01.22 03:57


이탈리아 시골마을 알바에 위치한 페레로 공장. <사진 : 페레로>

연인들이 서로 초콜릿을 주고받는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가 되면 전국은 금빛 물결로 출렁인다. 한알한알 금박지 옷을 입은 초콜릿 ‘페레로로쉐’가 전국 편의점을 비롯해 길거리 가판대를 가득 채우기 때문이다. 11월 대학수학능력시험 때도 마찬가지다. 수험생들의 책상엔 초콜릿을 뱉어낸 금박지가 가득 쌓인다. 수능 선물 트렌드가 엿 대신 초콜릿으로 바뀌면서 페레로로쉐를 수험생에게 선물하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페레로로쉐의 매력은 바삭한 웨이퍼 속에 들어있는 부드러운 초코 크림에서 정점을 찍는다. 이 초코 크림은 ‘악마의 잼’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헤이즐넛 잼 ‘누텔라’다. 살이 찌는 것을 알면서도 먹는 것을 멈출 수 없어, 마치 악마가 뒤에서 조종하는 것 같다고 해 붙은 별명이다. 빵을 주식으로 먹는 유럽 등에서 누텔라는 식탁에 매일 올라오는, 우리나라의 김치 같은 존재다.

이탈리아 기업 ‘페레로’는 페레로로쉐·누텔라 등 중독성 강한 초콜릿 제품으로 전 세계인들의 입맛을 지배하고 있다.



1950년대 이탈리아 전역으로 페레로 제품을 실어나르던 트럭. <사진 : 페레로>

‘가난’에서 탄생한 ‘악마의 잼’ 누텔라

페레로 그룹은 1940년대 당시 30대였던 젊은 과자 장인 피에트로 페레로가 시작했다. 제2차세계대전에서 이탈리아는 패했고, 전쟁의 상처로 모두가 가난했다. 피에트로의 꿈은 세계적인 초콜릿 장인 겸 상인이 되는 것이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초콜릿의 주원료인 코코아는 귀한 음식으로 여겨져 배급이 제한됐다. 이에 따라 초콜릿 가격은 더욱 치솟을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초콜릿을 사먹을 수 없게 되자, 피에트로는 제과점 옆에 연구실을 차려놓고 코코아 대신 다른 재료를 넣어보며 신제품 연구에 몰두했다. 근처 피에몬트 지역에서 많이 생산되던 헤이즐넛은 그 후보 중 하나였다. 헤이즐넛으로 만든 초콜릿은 맛이 좋았고, 원가도 코코아에 비해 6분의 1에 불과했다. 전 세계인을 ‘비만의 늪’에 빠트린 ‘누텔라’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누텔라의 초기 모습은 잼이 아니었다. 일반 초콜릿처럼 입으로 베어먹을 수 있는 ‘바(Bar)’ 형태였고, 제품명 역시 누텔라가 아닌 ‘잔두야(Giandujot)’였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초콜릿을 먹고 싶었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망설이고 있었던 이탈리아인들은 잔두야가 출시되자 앞다퉈 사먹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전역에 잔두야를 배달하는 트럭은 1950년 200여대였지만, 수년 뒤 1000여대로 늘어났다.

피에트로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공장 노동자들이 점심 도시락으로 샌드위치를 들고다니는 데서 착안, 빵에 발라먹을 수 있도록 잔두야를 잼 형태로 바꾼 ‘수퍼크레마’를 출시했다. 수퍼크레마는 이탈리아인들의 아침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국민 잼’으로 단숨에 뛰어올랐다. 이탈리아 학교에는 점심과 저녁 사이 아이들이 간식을 먹는 ‘스푼티노’ 시간이 있는데, 이때 크래커를 수퍼크레마에 찍어먹는 것이 하나의 관습으로 자리잡기도 했다. 피에트로의 아들 미셸 페레로는 수퍼크레마에 설탕을 더 넣고, 이름을 누텔라로 바꿔 1957년 제품을 완성했다.

누텔라의 성공을 발판 삼아 현재 페레로는 페레로로쉐, 킨더초콜릿 등을 생산하는 세계적인 제과업체로 성장했다. 전 세계에 22개 생산공장이 있고, 170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한 해 생산되는 누텔라의 무게는 미국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맞먹고, 페레로가 사용하는 헤이즐넛 2년치를 모으면 이탈리아 콜로세움 크기의 바구니를 채울 수 있다고 한다. 세계 시장 점유율로는 마스·몬델리즈·네슬레에 이어 현재 4위지만, 조만간 3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지난 17일(현지시각) 28억달러(약 3조원)를 주고 네슬레의 미국 제과 부문을 인수하면서 덩치를 더욱 키웠기 때문이다.

페레로에 따르면, 페레로는 2016년 전년 대비 8.6% 늘어난 103억유로(약 13조원)의 매출을 기록해 처음으로 100억유로를 돌파했다. 페레로는 “2024년까지 연간 160억유로의 매출을 올리겠다”고 2013년 약속한 바 있다.

순이익은 더욱 크게 증가했다. 7억9300만유로를 기록했는데, 이는 2015년(5억1400만유로)에 비해 54%나 늘어난 것이다. 현지 언론들은 “이탈리아 경제가 악화하면서 기업들은 그 영향으로 수입이 줄어들고 있지만, 페레로는 오히려 계속 성장하고 있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페레로 대표 제품 누텔라의 초기 버전, 수퍼크레마. <사진 : 페레로>

성공비결 1 |
‘제조법은 아랍어로’… 철저한 기밀 유지

2015년 사망할 때까지 약 60년간 페레로 그룹을 이끈 미셸 페레로는 코카콜라의 제조법이 몇몇 고위 임원들에게만 알려진 ‘특급 기밀’이라는 얘기를 듣고 웃음을 터트렸다고 한다. 페레로 제품의 제조법을 아는 이들은 그보다 더욱 극소수이기 때문이다.

영국 가디언은 과거 “페레로의 보안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을 연상시킬 정도”라고 평가한 바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페레로는 제조법을 보관하는 방식부터 남다르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복잡한 아랍어로 제조법을 써놓고 이를 이집트 카이로 어디엔가에 숨겨놨다는 것이다. 세계 각국에 퍼져있는 페레로 공장은 외부인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고 있다. 외부인이 들어갈 일이 생겼다 해도, 노트북·휴대전화 등 전자기기는 모두 반납해야 한다. 수첩과 연필 등 필기구를 비롯해 기록할 수 있는 그 무엇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보안을 위해 초콜릿 생산설비도 페레로 그룹이 직접 제작한다고 한다. 지금까지 페레로의 제조법을 훔치기 위해 수많은 경쟁업체들이 스파이를 보냈지만 모두 실패했다.

제조법뿐만 아니라 페레로 가문 인사들의 사생활과 그룹 현황 역시 비밀투성이다. 미셸은 재임 기간 단 한 번 인터뷰에 응했을 뿐, 절대 언론에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외부에 모습을 드러낼 때도 선글라스를 벗지 않았다. 그룹 차원에서도 언론 노출을 극도로 꺼린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페레로는 홈페이지에 매출 관련 보도자료만 올려놓았을 뿐, 전화와 이메일은 받지 않는다”고 했다.

이렇게 기업 전체를 꽁꽁 숨겨둔 덕분에 페레로는 제조법이 유출되는 사고 한 번 없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특히 누텔라의 경우 출시 6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일부 재료만 공개됐을 뿐, 구체적인 제조법은 여전히 비밀에 부쳐져 있다. 현재 시중에 나와있는 헤이즐넛 잼 제품은 모두 누텔라를 흉내낸 ‘가짜’에 불과하다.

그러나 페레로의 비밀주의를 모두가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페레로에 대해 가능한 한 많은 사실과 수치를 알고 싶지만, 이들은 어떤 종류의 질문에도 답변을 거부한다”며 “이는 사회적 책임이 있는 세계적 기업의 자세와는 모순되는 것으로, 페레로는 습관적인 침묵을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페레로의 제2대 CEO였던 고(故) 미셸 페레로. <사진 : 페레로>

성공비결2 |
최상의 원료만 사용… 페레로의 장인정신

페레로의 장인정신은 제품 주원료인 헤이즐넛부터 시작된다. 페레로가 사용하는 헤이즐넛의 양은 엄청나다. 전 세계 헤이즐넛 생산량 중 4분의 1을 페레로가 가져간다. 페레로는 원료의 중요성을 깨닫고 1990년대부터 농업 회사를 설립, 직접 헤이즐넛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2014년에는 세계 최대 헤이즐넛 생산업체인 터키 올탄 그룹을 인수했다. 지금은 헤이즐넛 농작지를 아제르바이잔으로 넓히기 위해 아제르바이잔 정부와 관련 사업 진출에 대해 협상 중이다.

이렇게 정성 들여 수확한 헤이즐넛이지만, 모두 다 제품에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가지 테스트를 통과한 최상품의 헤이즐넛만이 페레로 제품에 사용될 수 있다. 페레로는 헤이즐넛의 품질을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 독자적인 로스팅 절차와 기술까지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레로가 새로운 제품 하나를 개발하는 데도 수십 년이 걸린다.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완벽한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다. 실제로 1957년 누텔라 이후 출시된 제품인 사탕 ‘틱택’은 12년이 지난 1969년에야 세상 빛을 볼 수 있었다. 다음 타자 페레로로쉐는 13년이 지난 1982년 탄생했는데, 페레로로쉐 안에서 바삭하게 씹히는 웨이퍼를 동그란 모양으로 구부리는 방법을 찾는 데만 5년을 쏟아부었다고 한다. 달걀 모양의 초콜릿 ‘킨더 조이’에 들어있는 장난감은 완구 업체에서 주문 제작한 것이 아니다. 어린이 심리학자 등이 포함된 20여명 규모의 페레로 그룹 내 발명팀이 지금도 매번 직접 개발하고 있다.

돈이 아닌 제품의 신선도를 먼저 생각하는 자세 또한 페레로를 세계적 기업으로 끌어올렸다. 페레로 그룹은 판매 목표량을 정해두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시장 추이를 지켜보면서 팔리는 만큼만 공급하기 위해서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들은 떨이로 싸게 팔아넘기는 다른 기업들과 달리, 페레로는 유통기한이 3개월 이하로 남은 제품들은 모두 회수한다.



지난해 9월 CEO에서 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지오반니 페레로. <사진 : 페레로>

성공비결3 |
3대째 가족경영… 일찍부터 경영수업

페레로가 매출 실적에 구애받지 않고, 수십년씩 연구를 통해 최상의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이들이 가족기업이기 때문이다. 페레로 그룹의 경영권은 창업주인 피에트로에서 그의 아들 미셸을 거쳐, 현재 손자인 지오반니가 쥐고 있다.

가족경영의 장점은 어릴 때부터 관련 분야에 대해 맞춤형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셸이 아들 지오반니에게 어릴 때부터 아침 식사로 누텔라를 먹인 일화는 유명하다. 이를 통해 제품을 점검하는 한편, 누텔라를 이용한 신제품을 매일 아침 구상하는 등 실생활 속에서 꾸준히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오반니는 지난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 역시 우리 아이들에게 매일 아침 식사로 누텔라를 먹인다”고 고백한 바 있다. 미셸은 또 아들을 공장 깊숙한 곳에 데려간 뒤, 눈을 가린 채 공장을 빠져나오는 연습을 종종 시켰다고 한다. 초콜릿 제품 개발에 필요한 후각을 단련하게 하기 위함이다. 이들은 이처럼 어릴 때부터 가문이 이끄는 사업을 보고 배움으로써 판매량 등 눈에 보이는 실적보다는 장인정신 등 가문의 전통을 이어가는 데 가장 무게를 둔다.

그러나 가족경영은 구시대적 유물이라며 이제는 변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미셸에 대해 “전후(戰後) 세대의 전형적인 가족 사업가였으며, 자신이 그 누구보다도 페레로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확신하는 사람”이라며 “그의 성공에 대해 왈가왈부할 순 없지만, 오늘날 가족기업들 중 대부분의 지도자들은 (소비자와) 동떨어진 세계에 속해있다. 그들은 기술의 파괴와 세계화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충고 때문인지 최근 페레로는 조금씩 가족경영에서 탈피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창업자의 손자인 지오반니가 지난해 9월 최고경영자(CEO)에서 회장으로 직함을 바꾼 데서 확인할 수 있다. 지오반니는 이사회 등을 지휘하는 동시에, 그룹의 성장과 세계화를 이끌 수 있는 장기 전략 수립에 집중하겠다고 설명했다. 단기 및 중기 전략을 위해서는 페레로 그룹 임원 라포 치빌레티를 CEO로 발탁했다. 페레로 가문 외 인사가 CEO를 맡은 것은 치빌레티가 처음이다.



선물용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로 출시된 페레로로쉐. <사진 : 페레로>

성공비결 4 |
단순 초콜릿에서 벗어난 참신한 타깃팅

페레로는 단순히 맛있는 초콜릿을 만드는 것이 아닌, ‘선물용 초콜릿’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발굴했다. 한알한알 금박지에 싸인 초콜릿 페레로로쉐가 대표적이다. 페레로로쉐는 최소 3개에서 최대 48개까지의 초콜릿을 단순한 일자(一) 모양부터 하트모양, 종(鐘)모양, 토끼모양 등 다양한 갯수와 디자인으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필요에 따라 적당한 제품을 선물할 수 있도록 선택 폭을 넓힌 것이다. 선물용 용기에 포장한 고급 초콜릿이면서, 개당 600원 정도의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점 또한 페레로로쉐의 경쟁력을 키웠다.

페레로 그룹의 또 다른 대표 제품 킨더 초콜릿도 타깃팅 성공 사례로 꼽힌다. 킨더 초콜릿은 아이용 초콜릿이지만, 페레로의 타깃은 아이가 아닌 부모다. 초콜릿을 구매하는 것은 결국 아이가 아닌 부모인 만큼, 부모가 ‘사주고 싶은’ 초콜릿을 만드는 데 집중한 것이다. 아이에게 초콜릿을 사줘야 한다면, 그중에서도 몸에 좋은 제품을 사주고 싶어 할 것이라는 부모의 마음을 공략했다. 페레로 제품 중 95% 이상은 150칼로리 미만이지만, 그중에서도 킨더 초콜릿은 130칼로리 미만으로 특히 낮다. 또 초콜릿 한 통을 사도 쉽게 조각낼 수 있도록 해 부모가 아이에게 조금씩 나눠줄 수 있도록 했다. 피에랄도 올다노 페레로 UK 상무는 “우리는 부모들에게 ‘(킨더 초콜릿을 사면) 내 아이에게 적당한 칼로리의 초콜릿을 적절한 크기로 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고, 이 전략은 결국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누텔라 역시 전통 초콜릿 시장이 아닌 잼 시장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누텔라는 처음 출시됐을 때 경쟁상대가 없었다. 이에 따라 헤이즐넛 잼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고, 결국 지금까지 압도적 차이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기사: 이윤정 기자
 
다음글
이전글 ㆍ101년 역사의 변기·욕조 회사… 연 매출 5조원 비데 시장 장악, 절수 기술 개발해 시장 흐름 선도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18.02
[238호]
정기구독 및 구매 신청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조선> 공식 사이트입니다.
뉴스레터 신청하기
자주묻는질문 1:1온라인문의
독자편지 정기구독문의
배송문의 광고문의
고객불만사항

광고문의: 02-724-6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