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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익률 53%, 부채 없는 알짜기업… 시총 日 6위 <br>모방할 수 없는 기술력이 핵심 경쟁력, 영업력도 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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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study] 일본 전기 기기 기업 ‘키엔스’
영업이익률 53%, 부채 없는 알짜기업… 시총 日 6위
모방할 수 없는 기술력이 핵심 경쟁력, 영업력도 강점
기사입력 2018.02.04 10:18


일본 오사카의 키엔스 본사. <사진 : 블룸버그>

연간 수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거대 제조업체가 영업이익률 50%를 달성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제조업의 영업이익률은 일반적으로 10%가 채 되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일어난 메모리 반도체 초호황 속에서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9~12월) 반도체 부문에서 기록한 영업이익률이 51.6%였다.

그런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보다 영업이익률이 더 높은 회사가 일본에 있다. 센서와 측정 시스템, 공장 자동화 제품을 생산하는 계측·제어기기 업체 ‘키엔스(KEYENCE)’다. 이 회사는 2016 회계연도(2016년 3월 21일~2017년 3월 20일)에 매출액 4127억엔(약 4조445억원)과 영업이익 2189억엔(약 2조145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53.0%에 달한다. 당기순이익은 1532억엔(약 1조5014억원)이었다. 이 회사는 부채도 거의 없다. 자기자본 비율이 94.7%나 된다. 총자산 1조2506억엔(약 12조2559억원) 중 자기자본이 1조1846억엔이다.

실적이 놀라운 만큼 주가도 꾸준히 상승 중이다. 5년 전 주가는 1만3000엔 선이었지만, 지금은 7만엔에 육박한다. 2월 1일 기준으로 키엔스 시가총액은 8조3505억엔으로 일본 증시에서 6번째로 많다. 소프트뱅크와 차이가 크지 않고 거대 통신사 KDDI, 대형 금융회사 미쓰이스미토모파이낸셜그룹보다 시가총액이 더 많다.


성공비결 1 |
산업용 센서 기술력 세계 최고

키엔스는 변위(變位·특정 방향으로 이동한 변화량) 센서, 측정 시스템, 바코드 리더기, 제어 기기, 정전기 제거장치, 레이저 마킹기, 마이크로스코프 등을 만든다. 생산하는 제품은 크게 공장 자동화 제품과 제조 공정 품질 관리를 위한 검사 제품으로 나뉜다.

키엔스는 4차 산업혁명이 확산되면서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 팩토리에 필수적인 산업용 센서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대우증권은 키엔스에 대해 “산업용 센서 부문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며 “키엔스 제품은 자동차, 반도체, 전지·전자, 통신, 기계, 화학, 제약, 식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고 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BCC리서치는 세계 센서 시장이 2016년부터 5년간 연평균 11%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16년 키엔스에 대해 무라타(村田)제작소, 미쓰비시(三菱)전기와 함께 전기전자부품 업종에 ‘빅3’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무라타제작소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콘덴서 등을 제조한다. 개발 능력이 탁월하다. 미쓰비시전기는 사물인터넷(IoT) 분야에 강점이 있다.


성공비결 2 |
직접 판매 방식으로 높은 영업이익률

일본 매체에 따르면 창업자인 다키자키 다케미쓰(瀧崎武光·72) 키엔스 명예회장은 키엔스를 창업하기 전 두 차례 사업에 실패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 경험에서 그는 경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본사는 자체 제조공장을 갖고 있지 않고 대신 자회사가 생산을 담당하며, 대리점을 통하지 않고 직접 본사가 고객과 만나 판매 활동을 벌이는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했다.

키엔스는 100% 자회사인 ‘키엔스엔지니어링’에 원재료를 공급하고, 이 회사에서 제품을 생산해 납품하면 전 세계에 판매한다. 키엔스 본사는 주로 일본 시장에 제품을 판매하고, 세계 시장엔 20개의 현지 법인 자회사를 통해 판매한다. 전체 매출액 중 50%는 일본에서 나오고, 미국 시장 14.9%, 중국 시장 10.8%, 나머지 지역이 24.3%를 차지한다.

다른 회사와 달리 전 세계 시장을 본사 또는 100% 자회사가 직접 영업을 챙기는 구조다. 비용이 더 들어 비효율적일 수 있지만, 키엔스는 고객과 직접 만나는 영업 방식을 고수하며 더 긍정적인 효과를 이끌어냈다.

빠른 납품도 키엔스의 강점이다. 역시 판매 대리점, 유통업체 없이 키엔스가 직접 판매를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키엔스는 언제든지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신속하게 납품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주문이 들어온 제품은 전 세계의 물류센터에서 배송한다. 키엔스는 45개국에 200개의 거점을 두고 있다.



키엔스가 생산하는 비전 시스템(왼쪽)과 패턴 매칭 센서. <사진 : 키엔스>

성공비결 3 |
단순 제품 판매 아닌 맞춤형 컨설팅 영업

2016년 키엔스 매출액 4127억엔 중 매출원가는 793억엔(19.2%)이고, 판매비 및 일반관리비(판관비)가 1144억엔(27.7%)이었다. 나머지가 영업이익으로 회사에 남았다. 다시 말하면, 키엔스 제품을 고객사는 원가보다 훨씬비싸게 사고 있다는 뜻이다.

제품 자체의 경쟁력도 높지만, 키엔스가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하는 것엔 탁월한 영업사원의 능력도 큰 역할을 한다. 이들은 고객에게 단순히 제품을 팔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이렉트 컨설팅 영업’으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한다.

일반적으로 어떤 회사가 구입한 설비에 문제가 발생하면 먼저 유통업체에 이야기하고, 대리점을 거쳐 제조사에 이 사실이 보고된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이 반대의 방향으로 내려간다. 중간 단계가 많아 비효율적이다. 키엔스는 설비를 구입한 회사와 키엔스 직원이 만나 바로 문제를 해결한다. 또 키엔스의 센서 전문가, 시각 시스템 전문가, 바코드 리더기 전문가 등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해결책을 찾아 고객사에 제공한다.

영업사원들은 세계 곳곳의 공장을 돌아다니며 고객의 수요를 철저히 파악한다. 또 현장의 고객에게서 들은 월 1000건 이상의 요청 중에서 신제품에 반영할 단서를 찾아내 제품화한다.

키엔스는 영업사원이 개성을 발휘하게 하기보다는 시스템으로 관리하는 편이다. 영업사원이 고객사를 첫 번째 방문했을 때 무엇을 설명하고, 두 번째 방문했을 때는 어떤 질문을 할 것인지까지 과거의 성공 사례를 기초로 사소한 부분까지 정해놓고 있다. 어떤 방법이 잘 받아들여진다면 모든 사원이 같은 방법을 따라 하도록 한다.



키엔스 직원들이 회사에서 커피를 마시며 업무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 : 키엔스 페이스북>

성공비결 4 |
최고 연봉과 철저한 성과주의

키엔스가 최고 수준의 인재를 모으고 이들에게서 최고의 성과를 얻어내는 것은 일본 최고 수준의 연봉을 주고, 철저하고 공정하게 성과에 따라 보상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일본 경제 주간지 ‘도요게이자이’는 기업이 제출한 보고서 등을 분석해 2015년 기준으로 평균 연봉이 높은 회사 300곳을 발표했다. 이 리스트에서 키엔스는 1위를 차지했다. 평균 연봉은 1777만엔(약 1억7414만원)에 달했다. 로봇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인 화낙의 평균 연봉보다 200만엔 이상 높다.

직원들이 회사를 오래 다니고, 나이가 많으면 평균 연봉도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키엔스 직원의 평균 연령은 36.1세로, 연봉 상위 10개사 중 유일하게 40세에 미치지 못했다. 키엔스는 신규 인력을 채용해 직원 수도 증가세가 빠르다. 2017년 3월 기준으로 키엔스의 직원은 총 5673명으로, 1년 전보다 13.4% 증가했다.

연봉 수준이 높지만, 그만큼 일도 많이 시킨다. 그래서 ‘워라밸(일과 여가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이 나쁜 ‘블랙기업(노동자에게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등 불합리한 근무 환경을 강요하는 기업)’이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일본 네티즌들은 “키엔스 직원은 30대에 집을 사지만, 40대엔 (자신이 들어갈) 무덤을 만든다”라며 비판하기도 한다.

키엔스의 전․현직 직원의 말을 들어보면 이런 비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듯하다.

블랙기업의 실태를 고발하는 ‘명예 사축 블로그’에 2016년 1월 키엔스의 전 직원은 “‘30대에 집을 사고 40대에 무덤을 만든다’라는 말은 현실과 조금 다르다”라며 “(돈을 많이 받기 때문에) 약간 대출을 받으면 20대에도 집을 살 수 있다. 나는 입사 3년째에 5000만엔(약 4억9000만원) 하는 아파트를 샀다. 동료 중에는 입사 1년째에 BMW나 렉서스를 구입한 사람들도 있다. 상사들도 직원이 쉽게 관두지 않게 하기 위해 신입 직원에게 고가의 자동차를 사라고 권하는 편”이라고 했다.

그는 “개발·영업·지원 부서 모두 일이 힘들고 업무량이 많아 노동 시간이 길고 정신적으로 부담된다”라면서도 “직원은 업무 능력에 따라 급여 수준에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입사 4년째엔 1000만엔(약 9800만원) 이상의 연봉을 받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야근은 밤 9시 45분을 넘으면 금지되고, 아침에도 영업점의 경우 오전 7시보다 빨리 출근하면 안 된다고 한다.

한국의 ‘잡플래닛’처럼 기업에 재직 중인 사람들이 자신들의 회사를 평가하고 공유하는 일본 사이트 ‘보커스(VORKERS)’엔 키엔스에 대해 1400여 건의 평가가 올라와 있다. 한 직원은 “키엔스는 능력주의, 성과주의가 철저하다. 연공서열이 없지만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바로 강등된다. 퇴사를 권고받는 경우도 있다. 평가는 상사, 부하, 동기가 평가하는 ‘360도 평가(다면평가제)’다. 급여는 개인 실적에 비례하기 때문에 성과가 좋은 해엔 고액 연봉을 받지만, 나쁜 해엔 전년보다 연봉이 30~40% 떨어지기도 한다”라고 했다.


plus point

다키자키 창업자, 재산 19조원의 일본 3위 부자
대중 노출 꺼려… 은퇴 후 내부 인사에 경영 맡겨

손덕호 기자


일본 오사카에 있는 다키자키 다케미쓰 키엔스 명예회장의 집. 그는 언론에 거의 나서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진 : 블룸버그>

다키자키 명예회장은 1974년 키엔스를 창업해 40여년 만에 일본 증시 시가총액 6위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자신도 일본 세 번째의 부호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다른 부호와 달리 언론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포브스’가 지난해 3월 발표한 ‘2017년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 따르면 다키자키 명예회장은 재산 123억달러(약 13조1979억원)로 세계 102위, 일본 3위 부자에 이름을 올렸다. 부동산 거물 모리 아키라(森章) 모리트러스트 사장보다 재산이 세 배 가까이 많다.

다키자키 명예회장은 본인 명의와 자신의 자산을 관리해주는 회사 ‘티티’의 명의로 키엔스 지분 22.74%를 보유하고 있다. 키엔스 주가가 계속 오르면서 ‘포브스’가 추정한 다키자키 명예회장의 재산은 현재 184억달러(19조7432억원)로 1년도 채 안 된 기간에 61억달러 늘었다.

일본의 부호들은 스스로 창업하거나 보잘것없는 조그만 회사를 물려받아 당대에 거대 기업으로 일군 경우가 많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 마사요시) 사장, 유니클로로 유명한 패스트리테일링의 야나이 다다시(柳井正) 회장, 일본 최대 인터넷 쇼핑몰 라쿠텐의 미키타니 히로시(三木谷浩史) 회장 등도 모두 당대에 부를 쌓았다. 이들은 대중 강연도 자주 하고 언론 인터뷰도 많이 갖는 편이어서 인지도가 높다.

하지만 다키자키 명예회장은 거의 대중 앞에 나서지 않는다. 키엔스도 일반 소비자가 아닌 기업을 상대로 영업하는 B2B(기업 간 거래) 기업이어서,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다.


최종 학력 고졸… 2015년 회장서 퇴임

다키자키 명예회장은 1945년 오사카에 인접한 효고현에서 태어났다. 효고현립 아마가사키공업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는 1974년 29세의 나이로 아마가사키(尼崎)에 ‘리드전기’를 세웠고, 1986년 사명을 키엔스로 변경했다. 키엔스는 영어 ‘키 오브 사이언스(Key of Science)’를 줄인 것이다. 1994년 본사를 오사카시 히가시요도가와(東淀川)구로 이전했다.

2000년 다키자키 명예회장은 키엔스 사장에서 물러나 회장에 취임하면서 당시 이사였던 사사키 미치오(佐々木道夫)에게 사장직을 물려줬다. 2015년엔 회장직에서도 퇴임했다. 지금은 키엔스 그룹 전체 운영에 대해 조언하고 인재를 육성하는 일을 하고 있다. 현재 키엔스 사장(CEO)은 야마모토 아키노리(山本晃則)다. 그는 1987년 리쓰메이칸대학 이공학부를 졸업하고 키엔스에 입사해 2010년 사장에 취임했다.

키엔스 임원진은 내부 출신으로 채워져 있다. 현재 임원 12명 중 다키자키 명예회장과 회계사와 변호사, 감사를 제외한 임원은 6명이다. 이들은 모두 대학을 졸업하고 키엔스에 입사해 이곳에서 경력을 쌓았다.

일본 경제 주간지 ‘도요게이자이’는 “(다키자키 명예회장이 회장에서 퇴임한 후) 창업자와 관계가 있는 사람이 사업에 관여하는 일은 없다는 것이 키엔스 내부의 인식”이라고 했다.

기사: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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