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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환경 업계 15년 근무 후 와인 소매업 뛰어들어 “‘혼술’용 소량 제품 인기… 국내 시장 3배 성장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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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욱의 기업인 탐방 52] 이철형 와인나라 대표
금융·환경 업계 15년 근무 후 와인 소매업 뛰어들어 “‘혼술’용 소량 제품 인기… 국내 시장 3배 성장 기대”
기사입력 2017.07.31 10:56


이철형 와인나라 대표는 “가장 좋아하는 와인은 어떤 종류의 와인이냐”는 질문에 “가성비(가격 대비 만족도) 좋은 와인이 첫번째이고, 두번째가 새로운 와인, 그리고 공짜 와인 순”이라고 답했다. <사진 : C영상미디어 이경호>

2000년부터 와인나라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이철형 대표가 와인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1985년 가을 경상북도 영천의 제3사관학교에서였다. 서울대에서 경영학 학사·석사를 마치고 1985년 석사장교로 그곳에서 교육을 받던 이 대표는 당시 같은 사관후보생이던 우종익(아영FBC 대표), 변기호(우리와인 대표)와 ‘와인 비즈니스’를 같이할 것을 약속했다. “성균관대에서 서양사를 전공한 우종익 대표가 ‘제대하면 와인사업 하겠다’고 먼저 말을 했고, 변기호 대표 역시 ‘와인 좋지, 나도 같이하자’고 하더군요. 금융회사 다니다 휴직하고 입대한 저는 ‘당장은 어렵지만 나중에 나도 조인할게’라고 말했죠.”

석사장교 동기 3명의 약속이 모두 지켜진 것은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2000년이었다. 우 대표는 제대 후 곧바로 와인사업에 뛰어들었고, 변 대표 역시 1992년 우 대표 사업에 가세했다.


군 동기 3명, 와인 수입·도매·소매 회사 운영

금융회사, 환경 관련 회사 등에서 10여년간 근무했던 이철형 대표가 가장 마지막으로 2000년 와인사업에 동참했다.

이들 군대 동기 와인 동업자 3명은 현재 국내 와인사업의 주력회사 대표로 활약하고 있다. 우종익 대표는 와인 수입회사인 아영FBC 대표를 맡고 있으며 변기호 대표는 와인 도매회사인 우리와인, 이철형 대표는 국내 와인 소매유통 회사인 와인나라를 각기 맡고 있다.

와인사업의 3개 축인 수입(아영FBC)-도매(우리와인)-소매(와인나라) 회사를 세 사람이 각각 맡아 와인사업의 수직계열화를 이룬 셈이다. 이들 3개 회사의 연간 매출은 800억원으로 국내 와인회사 중 2위 수준이다. 대기업 계열 와인 회사인 롯데주류, 신세계L&B보다 와인 매출이 많다. 국내 와인비즈니스 1위 회사인 금양인터내셔날은 해태그룹에서 출발한 회사로, 주로 대형마트에 와인을 공급하고 있다.

국내 와인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이철형 대표는 2010년 4월 와인 초보자들을 위한 와인칼럼집 ‘CEO를 위한 와인 커닝 페이퍼’를 썼다. 2014년부터는 매주 1회 같은 이름의 와인칼럼을 언론에 연재하고 있다. 이 대표는 “와인이 다른 술에 비해 어렵다는 인식이 적지 않아 와인 입문자나 애호가들 모두에게 알아두면 도움이 될 와인 지식을 정리해 소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와인나라는 그동안 1만명 이상의 교육생을 배출한 와인나라아카데미(와인교육기관)를 비롯해 국내 최초의 와인바 베라짜노, 르클럽드뱅 등 다양한 와인숍도 운영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서울 잠실점에 있는 키친구엘 매장. 스페인 음식과 다양한 와인을 즐길 수 있다. <사진 : 와인나라>

와인나라를 비롯한 아영그룹 매출 규모는.
“현재 3개 법인이 있다. 아영FBC가 수입상, 우리와인은 도매상, 내가 대표를 맡고 있는 와인나라는 소매상이다. 아영그룹 전체 매출 규모는 연간 800억원 가까이 된다. 와인나라는 7개 와인숍 외에도 국내 최초의 와인바 ‘베라짜노’, 서울 잠실 롯데백화점과 부산 롯데백화점에 ‘키친 구엘’이라는 스페인 파스타와 와인을 즐길 수 있는 공간도 운영하고 있다.”

국내 다른 와인회사와 규모를 비교하면.
“현재 금양인터내셔날에 이어 2위다. 신세계L&B가 3위로 우리 뒤를 바짝 따라오고 있다. 롯데주류는 소주, 맥주, 위스키 같은 다른 술을 합치면 엄청 크지만 와인만 놓고 보면 신세계 수준이다. 사실 금양도 출발이 해태그룹이기 때문에 우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뒤에 대기업이 존재하거나 존재했던 기업들이다. 아영그룹은 흙수저 3명(군대 동기 3명)이 거의 30년을 동업하면서 잘 버텨오고 있다.”

최근 다녀온 인상적인 해외 출장지는.
“슬로베니아를 한두 달 전에 다녀왔다. 동구권인 슬로베니아는 오랫동안 소련의 영향하에 있어 한국과는 와인무역이 거의 없던 나라였다. 그런데 실제 가보면 이탈리아 베네치아와 아주 가깝다. 이탈리아 북쪽 지역과 가깝다 보니 네비올로 같은 이탈리아 포도품종으로 만든 슬로베니아 와인은 우리 입맛에도 잘 맞는다. 특이한 것은, 대개 와인이 발달한 나라는 물이 안 좋은데, 알프스 자락의 슬로베니아는 호텔 방에서도 생수 대신 수돗물을 마실 정도로 물맛이 좋은 게 인상적이었다. 요즘 슬로베니아에서 글로벌 와인시장을 염두에 두고 공을 들이는 와인 중 하나가 ‘오렌지 와인’이다. 오렌지로 만든 와인은 아니고, 화이트와인을 만들면서 포도껍질까지 집어넣어 산도(신맛)가 높고, 색상도 일반 화이트와인과는 차이가 있다. 신맛과 떫은맛이 강해 와인애호가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뚜렷하게 나뉜다고 한다.”

외국에 비해 현재 한국 와인시장 규모는.
“와인 수입 규모로 보면 한국이 이웃 일본의 5분의 1에서 6분의 1 수준이다. 그런데 일본은 자국 생산와인이 30% 정도 되기 때문에 실제 와인시장 규모는 우리가 일본의 10분의 1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와인 소비량도 비슷한 추세다. 통계를 보면 일본인 성인 1인당 연간 와인 소비량은 3.1~4ℓ, 우리는 0.65ℓ다. 국내 와인시장은 지금보다 최소 3배는 더 커질 수 있다고 본다.”

국내 와인시장의 새로운 소비 트렌드는.
“혼술, 혼밥(혼자 술 마시거나 혼자 밥 먹는 트렌드)에 따라 소용량 와인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와인은 기본 용량이 750㎖다. 예전에도 절반 크기인 375㎖나 이의 절반인 187㎖ 병이 있었는데, 가격이 용량에 비례하지 않아(절반 용량 와인값이 기본 용량 크기 와인값의 절반보다는 비쌌다) 많이 팔리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한 잔을 마셔도 맛있게 마시겠다’는 사람들이 늘어 소용량 와인 소비가 늘고 있다. 또 다른 변화는 특정 브랜드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10년 전만 해도 40대 중반 남자가 와인을 주로 소비하면서, 찾는 와인도 프랑스 보르도 와인 위주였다면, 이제는 젊은층이 자신에게 맞는 와인, 가성비 높은 와인을 주로 소비한다. 이런 틈새시장을 노리고 소규모 수입상들이 다양한 와인을 국내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음식에 맞는 와인을 마시려는 추세다.”


서울 청담동 와인바 베라짜노에서 칠레와인 시음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 와인나라>

샴페인 등 스파클링 와인 소비가 늘고 있는 배경은.
“국내 와인시장에서는 레드와인 소비가 소폭 줄고 있는 것을 스파클링 와인이 보충하고 있다. 스파클링이 많이 팔리는 건 세계적 추세다. 스파클링은 여성들이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이다. 경제활동 증가로 여성들이 경제력을 갖추면서 덩달아 스파클링 소비도 늘고 있다. 또 남녀 구분 없이 초심자들이 많이 찾는 와인이 ‘모스카토 다스티’다. 와인 초보자용 스위트 와인인 모스카토 와인은 약발포성 와인이어서 스파클링으로 분류된다. 스파클링의 또 다른 매력은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는 점이다.”

국내 최초의 와인교육강좌인 와인나라아카데미 성과는.
“와인문화 보급을 위해 처음 2년간 일반인을 대상으로 무료로 와인강좌를 진행했다. 또 와인산업이 성장하려면 관련업계 인재양성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와인전문가 과정을 개설, 국내 최초로 프랑스 보르도의 교육기관인 CAFA와 제휴도 맺었다. 건국대와 손잡고 국내 최초로 와인학 석사과정을 개설하기도 했다. 국가지원 대상 와인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 것도 우리가 처음이다. 졸업생이 일반 소비자, 전문가를 합쳐서 1만명이 넘는다. 16년 동안 와인나라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7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사실 그 돈이면 사옥을 살 수도 있는 금액인데, 와인시장 저변이 확대된 것에 보람을 느낀다.”

와인도 술일 뿐인데, 교육이 필요한가.
“와인도 술의 한 종류이기 때문에 교육을 전혀 받지 않아도 즐길 수 있다. 사실 ‘와인은 공부해야 한다’는 선입견이 와인시장 성장에 장애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 외국인이 막걸리나 안동소주 마시면서 한국문화 얘기하면 우리 기분이 어떨까? 기분 좋지 않을까? 글로벌 시대에 외국인과 함께하는 기회가 많아지면서 서양인의 문화를 아는 것은 비즈니스에도 큰 도움이 된다. 외국인과 가장 빨리 친해지는 방법은 같이 식사를 하는 것이다. 서양인에게 와인은 우리로 치면 국물이자 반찬과도 같은 음식이니, 와인을 모르고서는 서양의 음식문화를 안다고 할 수 없다.”

2000년대 초에 비해 와인시장 성장세가 주춤한 이유는.
“국내 와인시장이 개방된 게 1987년이니까 올해가 만 30년이다. 30년을 뒤돌아보면 와인은 전년 대비 딱 두 번 매출이 줄었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경영위기 때다. 두 번 말고는 계속 성장했다. 평균 성장률도 10%대였는데, 작년 하반기부터는 시장이 위축되는 걸 확실히 느끼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중산층 감소다. 중산층이 감소하면 와인은 성장할 수 없다. 와인 시장이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여성 인구와 노년층 덕이 컸다. 이들은 원래 술을 잘 안 마시던 계층이었다. 위스키 같은 독주는 싫어하지만 경제력이 있다 보니 와인을 찾게 됐다. 가령, 여성 인력의 사회 진출이 늘면서 경제적으로 안정된 층이 와인 소비에 가세했다. 그런데 요즘엔 이들마저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노년층이 경제력을 상실하기 시작했고, 캥거루족(대학을 졸업하고도 경제적 자립을 못해 부모와 여전히 동거하는 청년들)이 늘어났다. 자식들을 먹여 살려야 하니 자신들이 먹고 마실 걸 못한다. 여기서 절벽(소비 위축)이 왔다. 김영란법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다.”

와인은 왜 비싼가.
“53%에 해당되는 세금이 붙는다. 운임보험료 포함 가격에 세금이 붙기 때문에, 수출가격이 아니라 운송비 등을 포함한 가격에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세금 비중이 높다. 세금 말고도 복잡한 유통구조도 와인 가격을 올린다. 와인 수입, 도매, 소매가 통합을 못 하고 있다. 최근 수입업자에게도 직접 와인을 팔 수 있게 했지만 특별판매(특판)만 허용했다. 특정 수입상이 자신들이 수입한 와인만 판매하므로 소비자 선택 폭이 너무 좁다. 소비자 입장에선 백화점 와인매장처럼 다양한 와인이 구비된 곳에서 와인을 사고 싶지 않겠는가? 유통단계가 많이 개선됐다고 하더라도 단계가 여전히 여럿으로 나뉘어 있으니 단계별로 마진이 붙어 와인값이 눈덩이처럼 오르는 구조다. 특히 와인은 다른 술에 비해서도 물류비용과 취급비용이 많이 든다.”

온라인 판매가 허용되면 가격이 싸질까.
“그건 확실하다. 현재는 국내 수입상이 와인을 수입하면 물류창고에서 도매상이나 소매상으로 와인을 보낸다. 그런데 온라인 판매가 허용되면 창고에서 곧바로 소비자에게 와인을 보낼 수 있다. 하지만 그 전에 물류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지금 주류는 혼합적재가 안 된다. 술 아닌 다른 상품들과 섞어 배송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것도 주류유통 허가를 받은 차량으로만 배송해야 한다. 물류라는 것은 효율 싸움이고 규모의 경제 싸움인데, 술만으로 트럭을 못 채우면 다른 상품을 같이 실을 수 없으니, 물류비용이 늘 수밖에 없다. 이런 물류 규제까지 푼다면 온라인 판매 허용의 효과가 배가될 것이다.”

음식과 와인의 궁합 의견은.
“와인과 관련한 잘못된 선입견 중 하나가 한국음식은 와인과 맞지 않다는 점이다. 맞추기가 어려울 뿐이지 최고의 궁합이 적지 않다. 단적인 예가 홍어의 애(창자)다. 신선한 홍어 애는 정말 푸아그라(프랑스 거위 간 요리) 저리 가라다. 푸아그라는 느끼한데, 홍어 애는 훨씬 상큼하다. 화이트와인과 잘 맞는다.”


▒ 이철형
1960년 출생, 서울대 경영대학 졸업(1983년), 동 대학원 경영학과 졸업(1985년), 한국개발리스 근무(1985~89년), 와인나라 대표(2000년~현재)


plus point

와인 초보자 위한 칼럼집 출간

와인나라 이철형 대표는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듬해인 2009년 국내 와인 시장이 침체되자 와인칼럼 ‘CEO를 위한 와인 커닝 페이퍼’를 쓰기 시작했다. 일년 뒤인 2010년 4월에 책으로 엮어냈다.

그는 “주변에서 ‘와인은 너무 어렵다’ 고들 해서 초보자도 와인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와인 입문서를 써야겠다는 생각에서 글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이 책을 통해 와인에 친근함을 느낀 사람들이 와인을 찾도록 만들겠다는 ‘의도’도 물론 있었다.

이 책은 사업가들이 비즈니스 현장에서 활용하기 쉽게 하자는 의도로 와인과 관련해 무언가 궁금할 때 수시로 참고서처럼 찾아볼 수 있도록 다양한 와인 지식을 담았다. 그래서 책 제목도 시험장에서 답이 잘 떠오르지 않을 때 한번쯤 생각해본 한국식 영어인 ‘커닝’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이 대표의 와인칼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2014년부터는 지금까지 약 3년간 와인나라 주요 고객들에게 매주 한 편씩 칼럼형식으로 메일을 보내고 있으며, 언론 지면에도 연재되고 있다. 이 대표는 “처음 명함을 주고받는 자리에서 ‘칼럼 잘 보고 있다’는 분들을 만나면 글 쓰는 보람을 느낀다”며 “일부 마니아들은 잘못된 내용을 지적해주기도 해서 나 자신부터 굉장히 공부가 된다”고 말했다.

기사: 박순욱 조선비즈 성장기업센터장, 윤희훈 조선비즈 성장기업센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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