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셸석유, 캐나다서 아르헨티나 유전 원격 시추 성공, 석유 업계 비용 절감 위해 年 11조원 IT 투자 전망
  > 2017년04월 196호 > 기업 & 산업
에너지 산업 뉴트렌드
셸석유, 캐나다서 아르헨티나 유전 원격 시추 성공, 석유 업계 비용 절감 위해 年 11조원 IT 투자 전망
기사입력 2017.04.18 12:46


지난해 배럴당 26달러까지 하락했던 국제유가가 올들어 50달러 선으로 반등했다. 위기 국면을 모면한 석유업계는 비용절감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이다. 로열더치셸의 미국 텍사스 셰일 유전 전경. <사진 : 블룸버그>

네덜란드와 영국의 합작 석유 회사인 로열더치셸(이하 셸)의 유전 개발팀은 최근 캐나다 캘거리에서 아르헨티나 바카 무에르타 유전을 시추하는 데 성공했다. 캘거리와 아르헨티나 유전은 1만㎞ 떨어져 있는데 어떻게 시추할 수 있었을까. 셸은 캐나다 셰일 유전인 앨버타 폭스크릭 지질 정보를 바탕으로 한 ‘가상 시추’ 프로그램을 활용했다. 폭스크릭은 아르헨티나 유전과 비슷한 지형을 갖고 있다. 개발팀은 이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아르헨티나 설비에서 보내주는 실시간 데이터를 받아 유전 설계와 시추 속도 및 압력을 조절했다. 셸은 단 두 번의 시도로 유전을 파는 데 성공했다. 유전 확보에 든 비용은 총 540만달러(약 62억원).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같은 작업에 최소 1500만달러(약 172억원)가 들었다. 셸의 최고경영자(CEO)인 벤 반 뷰어든은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싼값에 판 유전”이라고 자랑했다. 셸은 2015년 석유 생산량 기준으로 엑손모빌에 이은 세계 2위 석유 회사다.


디지털 투자에 사활 건 에너지 업계

전 세계 유전과 정유 공장에서 디지털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배럴당 최저 26달러까지 폭락했던 국제 유가가 올 들어 배럴당 50달러 선까지 반등하면서 석유 업계는 한숨 돌린 상황이다. 폭락 국면을 모면한 석유 업계는 최근 비용 절감을 위한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자동화에 눈을 돌리고 있다.

석유 업계는 제조업이나 유통업에 비해 정보통신(IT) 기술과 자동화에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BP와 셰브론, 엑손모빌, 로열더치셸, 토털 등 ‘5대 메이저’로 불리는 글로벌 대형 석유 업체들이 시장을 과점하는 구조인 데다, 강한 정부 규제로 산업 자체의 경쟁이 치열하지 않았다.

글로벌 메이저 기업들이 디지털화에 앞장선 때도 있었다. 1·2차 오일쇼크 이후 1990년대 국제 유가가 하락 안정세를 보이면서 효율성이 중시됐고, 그 당시 석유 업계는 3D 지진 정보와 수퍼컴퓨터를 자원 탐색에 활용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 유가가 배럴당 최고 145달러까지 고공행진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영국 경제 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던 2011년 부터 2014년까지 에너지 업계는 새로운 ‘유전’ 확보에만 혈안이 됐다. 효율성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지금은 또 상황이 다르다.

오만 국영 석유 회사인 OXEA는 얼마 전 걸프만에 위치한 정유 플랜트 저장탱크에 60개의 무선센서를 설치하는 등 설비 디지털화를 진행했다. 비용은 50만달러(약 5억7000만원)가 들었다. 올해로 55년이 된 이 플랜트는 에머슨 유선 장비를 사용해 왔으며, 5년 전에 고장난 장비를 교체한 것이 설비 현대화의 전부였다. OXEA의 다른 플랜트 가운데 현재까지도 무선 장치를 도입한 곳은 몇 곳 되지 않는다.

IT 업계와 기술 컨설팅 기업들은 에너지 업계에 디지털 소프트웨어(SW)와 자동화 서비스, 전자연결 장치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 런던 소재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PwC(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는 석유 및 가스 업계가 디지털 기술 및 서비스에 연간 100억달러(약 11조4400억원)를 지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엑손모빌, 로열더치셸 등 글로벌 석유업체들이 공정 자동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텍사스 멘톤 지역 유전 통제실 전경. <사진 : 블룸버그>

석유 장비 업계, 센서·HW·SW 제품 확대

석유 장비 업계에선 장비 디지털화가 10년 전 미국 셰일가스 혁명에 버금가는 변혁을 가져올 것으로 본다. 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정보의 연결성’이다. 지금도 자원 탐사 과정에서 대부분의 장비는 반원격으로 제어된다. 자원 에너지 관련 컨설팅 업체인 우드 맥켄지(Wood Mackenzie)의 제임스 에디 컨설턴트는 “드릴링 플랫폼 자동화 자체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석유 업계에선 대부분의 장비가 하나의 단순 기능만 해왔다는 점이다. 센서가 저장탱크의 압력이나 수위를 측정하기는 하지만, 데이터 축적이나 분석은 하지 않는다. 지금도 센서 수치를 읽기 위해 사람이 직접 탱크로 차를 몰고 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스위스 자동화 기술 회사인 ABB의 울리히 스피어스 호퍼 CEO는 “석유 업계는 수집한 데이터의 5%만 탐사활동에 사용한다”고 말했고,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는 석유 생산과정에서 유전에서 수집한 정보의 1% 미만이 의사 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석유 장비 업체인 에머슨은 “시추장비를 디지털화하면 필요한 데이터를 적시에 전문가에게 전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축적한 데이터를 지질학자나 기술자에게 전달해 이 정보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겠다는 것이다.

유전 굴착 과정은 수만킬로미터 지하 암석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작업 도중 펌프나 드릴이 고장나면 작업이 중단되기 일쑤다. 이 때문에 사고 발생 전에 장비를 교체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비용 절약이 가능하다.

자동화 및 IT 업계는 석유 업계의 신규 기술 시장 선점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유전 장비 서비스 회사인 슘버거와 할리버튼은 최근 센서와 소프트웨어 등 기타 기술 분야 제품을 확대하고 있다. HP와 IBM 등 소프트웨어 회사는 에너지 산업 관련 하드웨어(HW)와 데이터 분석 분야에 진출했다. GE와 지멘스 같은 장비 업체는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판매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출혈 경쟁도 불사하고 있다. 독일 지멘스는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전자제품 납품가격을 10% 이상 인하했다. 지멘스의 주디 마크스 CEO는 “기술을 보유한 회사가 에너지 업계를 장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전 서비스 업계 인수·합병도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슘버거는 지난해 휴스턴 소재 유전 서비스 회사인 캐머런 인터내셔널을 인수했다. GE는 지난해 10월 석유 서비스 회사인 베이커 휴즈를 인수하고, 자사 석유 및 가스 부문과 합병 상장했다. 베이커 휴즈는 얼마 전 암석 특성에 따라 드릴 비트를 자체 조절하는 자동화 기계 개발에 성공한 회사다.

산업용 장비 제조사들의 치열한 경쟁 탓에 장빗값이 하락하면서 석유 업계는 선택을 놓고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업체 간 경쟁으로 최근 낮은 사양의 센서 가격은 개당 10달러대로 떨어졌다. 휴스턴 지역신문인 크로노클은 “석유 및 가스 회사들은 모래알 크기의 센서를 유전에 투입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을 정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석유 업계가 빠른 시일 내 디지털로 전환하기는 어렵다. 아직까지 정유 센서에 대한 표준 규격도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인 데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비용이 줄어들고 생산 효율성을 높였다는 실증 연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태다. 사이버 보안도 지속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다. 석유 유전은 중요한 사회기반시설이므로, 데이터 도난 방지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기사: 김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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