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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과 재산관리 결합한 유언대용신탁 분야 개척, 연구회 만들어 전문성 향상… 국제 상속 문제도 자문
  > 2017년04월 196호 > 컨설팅
[로펌 인사이드 5] 유언대용신탁 선두주자 ‘바른’
상속과 재산관리 결합한 유언대용신탁 분야 개척, 연구회 만들어 전문성 향상… 국제 상속 문제도 자문
기사입력 2017.04.18 12:34


법무법인 바른 상속신탁연구회 회원. 왼쪽부터 조웅규, 이규진, 김상훈, 김수교, 이응교, 정인진, 문기주, 남궁주현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은 국내에서 유언대용신탁 자문분야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언대용신탁은 금융회사와 재산관리 신탁을 체결한 계약자가 사망하면 계약 내용대로 재산을 상속하거나 관리해 주는 금융상품이다. 유언을 대체하는 효과가 있다.

바른은 2011년 신탁법이 50년 만에 개정되면서 유언대용신탁이 도입되자 대형로펌으로선 처음으로 2012년 상속신탁연구회를 발족했다. 바른은 연구회를 통해 전문성을 키워 2014년 가사상속팀을 신설, 유언대용신탁 자문과 국제상속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바른은 유언대용신탁 관련 금융기관의 자문을 늘려 수익구조를 개선했다. 이전까지 매출의 80%에 달하는 송무(소송과 관련된 일이라는 뜻으로 법조계에서 자문과 대비되는 의미로 사용) 의존도를 낮추고 자문 비중을 확대해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미국시민권자의 국내 재산 상속업무를 대행하는 등 국제 상속 분야로도 영역을 확대했다.

바른 가사상속팀은 유언대용신탁에 세제혜택까지 더해지면 관련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자본시장법 아래 있는 신탁법을 분리해 새로 제정하는 계획을 밝히면서 세제혜택 등을 신탁법에 넣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김재호 바른 대표변호사는 “유언대용신탁은 살아있는 동안은 물론 사후 관리를 장기간 맞춤형으로 할 수 있는 등 유언장을 통한 상속보다 장점이 많아 국내에서도 활성화될 것으로 봤다”며 “세제혜택까지 도입되면 유언대용신탁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른이 유언대용신탁 분야에 집중하게 된 것은 2012년 김상훈(44·사법연수원 33기) 변호사의 제안에 따른 것이었다.

김 변호사는 2011년 미국유학 당시 유언대용신탁과 관련한 다양한 송사가 발생하는 것을 보고 국내에서 관련 자문시장을 개척해보자는 제안을 했다. 경영진도 미국 등 유언대용신탁이 활발한 나라에서 세제혜택으로 활성화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하나·기업·국민은행 등의 자문업무 맡아

바른 가사상속팀은 KEB하나은행, IBK기업은행, KB국민은행 등의 유언대용신탁 자문을 맡고 있다. 자문 영역은 계약 조문에 대한 것부터 앞으로 벌어질 가능성이 있는 법률분쟁 방지까지 다양하다. 바른의 자문이 빛을 발했던 사건은 2015년 하나은행과 유언대용신탁 상품을 계약한 70대 여성 A씨가 하나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었다. 유언대용신탁 관련 첫 소송이었다.

건물과 현금 등 20억원의 자산을 가진 A씨는 ‘생전에는 건물 임대 수익과 현금에 대한 이자를 생활비와 병원비로 사용하고 사후에는 4명의 자식에게 똑같이 나눠준다’는 내용으로 하나은행과 유언대용신탁 계약을 맺었다.

바른 가사상속팀은 자식 중 한명이 A씨 재산을 본인 돈처럼 쓴다며 나머지 자식들이 A씨를 설득해 계약을 맺는 것을 파악하고 특약에 신탁계약 해지·변경은 수익자인 자식 4명의 동의를 모두 얻어야 한다는 내용도 넣었다. 바른 가사상속팀은 A씨가 70대인 점을 고려해 하나은행에 계약 전 A씨가 치매 증상이 없다는 의사 소견서를 받으라는 조언도 했다.

몇개월 뒤 A씨는 계약 해지를 요구했다. 하지만 A씨는 자식 4명의 동의를 얻어야 신탁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특약 때문에 계약 해지가 안 되자,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 침해라며 소송을 냈다. A씨 측 변호인은 신탁 계약 시 치매 증상이 있어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바른 가사상속팀은 계약 과정에서 받은 ‘인지기능검사 및 면담결과’ 등 의사 소견서를 근거로 계약 당시 A씨의 상태는 정상이었다고 반박했다. 또 유언대용신탁은 계약자가 내용을 임의로 바꿀 수 있는 유언이 아니라 조문에 따라 체결된 계약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국내에선 유언대용신탁 관련 판결이 없어 가사상속팀은 연구회에서 그동안 쌓아온 미국 등 해외 판례를 근거로 들었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민사2부는 “신탁계약은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며 2015년 11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유언대용신탁의 법적 성격을 계약자가 언제든 내용을 변경할 수 있는 ‘유언’이 아니라 ‘계약’으로 규정한 판결이었다.

김 변호사는 “이 판결은 유언대용신탁과 관련한 국내 최초의 판결이었다”며 “유언은 유언자가 언제든지 유언의 내용을 변경 또는 철회할 수 있지만, 유언대용신탁은 신탁계약이기 때문에 위탁자라 하더라도 계약의 내용에 반해 계약을 일방적으로 무효화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바른 가사상속팀이 유언대용신탁 등 새로운 영역에서 전문성을 갖추게 된 것은 바른에서 변호사를 시작한 이른바 ‘바른맨’들이 대형 상속 소송을 통해 성장한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상속신탁연구회를 제안한 김상훈 변호사는 2009년 고 허영섭 녹십자 회장의 670억원대 유언무효 확인소송에 변호사로 참여했다.

허 전 회장의 장남인 허성수 전 녹십자 부사장은 2009년 12월 어머니 정모씨 등을 상대로 유언무효 확인소송을 냈다. 바른은 정씨를 대리했다. 허 전 부사장은 허 전 회장이 2009년 11월 타계한 뒤 “아버지께서 뇌종양 수술을 받은 뒤 병환 중에 남긴 유언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앞서 허 전 회장은 2008년 11월 병원에서 유언공증절차를 통해 보유주식 대부분을 녹십자가 운영하는 복지재단에 기부하라고 유언을 남겼다. 일부는 장남을 제외한 가족들에게 상속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허 전 부사장은 공증 절차를 문제 삼았다. 유언 공증을 하기 위해서는 유언을 남기는 사람이 직접 말을 하고 이 내용을 받아적어야 효력이 있는데, 당시 투병 중이던 허 전 회장은 유언 내용을 직접 말하지 않고 메모를 공증받았으므로 무효라는 취지의 주장이었다.

1심부터 3심까지 허 전 회장 부인인 정씨를 대리한 바른은 공증 과정의 절차적 허점으로 보일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고인의 유지(遺志)를 저버려선 안 되는 이유에 집중했다. 바른은 재판부에 고인이 평소 가족에게 가급적 재산을 적게 남기겠다고 말했던 점과 장남에게 재물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말한 점 등을 증인과 자료를 통해 입증했다. 특히 바른은 부인과 다른 자식들 입장에선 장남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유산이 많아짐에도 고인의 유지를 받들기로 한 점을 부각해 1심부터 3심까지 완승을 거뒀다.

바른은 민형사 송무 과정에서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상속 소송으로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상속 분야 전문변호사를 6년 전부터 키우기 시작했다. 김상훈 변호사와 함께 녹십자 소송에 참여했던 김수교(40·36기) 변호사도 상속신탁연구회를 통해 신탁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바른 가사상속팀은 2014년과 2015년 판사 출신 변호사들을 파트너변호사로 대거 영입해 현재는 16명으로 늘었다. 바른보다 규모가 큰 법무법인들의 가사상속팀이 5~10명에 그친다는 점에서 가사상속팀을 특화하려는 바른의 전략이 읽힌다.


판사 출신 영입해 가사상속팀 키워

바른은 2014년 가사상속팀을 신설하면서 유언대용신탁 제도가 도입된 지 얼마 안 된 점을 감안해 송무를 먼저 강화했다. 바른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송무를 강화하고, 유언대용신탁이나 성년후견제도 등 자문을 늘려 새로운 시장 개척에 대한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전략이었다.

2014년 수원지방법원장 출신인 김병운 변호사, 이동훈(서울고법 판사, 수원지법 부장판사 등 역임), 유성근(서울동부지법, 서울중앙지법 판사 역임) 변호사, 2015년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 출신 김진형 변호사 등 1년 사이 5명의 파트너변호사가 바른 가사상속팀에 합류했다.

특히 서울가정법원 성년후견실무연구반 팀장을 지낸 김태의 파트너변호사의 합류는 법조계의 주목을 받았다. 바른 가사상속팀이 유언대용신탁에 이어 성년후견제도의 전문성을 갖추게 됐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성년후견제도의 단점을 신탁 제도가 보완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신탁에 강세를 보인 바른을 선택했다. 그는 “수십억원대 자산가가 갑작스럽게 사망해 아이들의 고모가 성년후견인을 신청했지만 자녀 4명이 장애를 가지고 있어 주변에서 관리가 제대로 될지 걱정한 사례가 있었다”며 “성년후견인 제도에 유언대용신탁을 결합해 부모가 사망한 후에도 자녀들이 후견인의 조력을 받으면서 투명하고 고르게 수익금을 수령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바른에서 변호사를 시작해 파트너변호사 자리에 오른 ‘바른맨’ 김상훈 변호사의 활약은 전관 변호사들의 무게감 못지않다. 김 변호사는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서 미국 상속법(Wills and Trusts)을 연구해 학위를 받은 ‘상속신탁’ 전문가다. 고려대에서 ‘친족상속법’으로 박사학위도 받았다. 그는 이같은 전문성을 인정받아 2013년 법무부 민법개정위원(상속편), 2014년 법무부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위 위원, 2015년 법무부 가사소송법 개정위 위원으로 활동했다. 김 변호사는 국내 신탁에 이어 미국시민권자 등 국제 가사·상속 분야도 개척하고 있다.



‘바른 맨’ 키워 신탁에 이어 국제상속까지

바른은 변호사들의 분야를 정해 전문성을 쌓도록 하고 있다. 상속신탁연구회에서 활동 중인 조웅규·이응교 변호사는 신탁, 이경진·이나현 변호사는 국제상속 가사, 김현경·김남곤 변호사는 상속 관련 업무를 주로 맡고 있다.

바른 가사상속팀은 최근 국제상속 가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시민권자들의 한국 내 상속재산처리를 자문해 국제 상속 분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예컨대 바른 가사상속팀이 최근 맡은 미국 상속 사건은 한국 국적의 아내와 미국 시민권자인 자녀 사이의 복잡한 권리 관계와 한국과 미국의 다른 상속 체계, 미국으로 송금하는 과정에서 한국법 위반 여부 등이 관건이었다.

김상훈 변호사는 “미국과 한국은 등기 등 제도가 달라 변호사들은 외국환거래법 등 법률 자문을 맡고 등기전문 직원도 투입돼 상속 과정을 진행한다”며 “국내 재산을 정리하는 동안 미국에 있는 유가족을 상대로 상속재산분할협의서를 작성하는 작업도 함께 이뤄진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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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대용신탁 유언대용신탁은 생전에는 계약자가 재산 관리에 대한 수익을 받다가 사망 시 자녀 등 타인에게 운영수익은 물론 재산까지 양도할 수 있는 금융상품이다. 신탁 계약을 맺으면 상속자와 피상속자 간 합의가 있어야 계약 내용을 바꿀 수 있어 상속에 대한 분쟁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고, 상속받는 자녀가 미성년이거나 장애를 가진 경우에도 상속재산 운용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성년후견제도 2013년 7월 도입된 성년후견제도는 기존의 한정치산·금치산제도가 폐지되면서 도입된 제도로, 성인이 질병·장애·노령 등의 사유로 사무 처리 능력이 부족할 것에 대비해 사전에 후견 계약을 맺고, 자신의 재산 관리 및 신상보호에 관한 사무를 위탁하는 것이다.


plus point

interview 김재호 바른 대표변호사
“의뢰인 신뢰 바탕으로 신탁업 도전”

“신탁법이 자본시장법에서 분리되면 로펌도 신탁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김재호 바른 대표변호사는 가사상속팀에 금융위원회가 추진 중인 신탁법 제정 움직임에 주목하라고 주문했다. 금융위는 오는 6월까지 신탁업법 제정안을 마련해 10월 정기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2011년 신탁법이 50년 만에 개정돼 유언상속신탁 등 새로운 상품이 금융권에서 나왔지만, 신탁법이 자본시장법 아래 있어 법무법인은 이에 대한 자문과 소송 대리 업무만 할 수 있다. 현재 신탁 상품을 취급할 수 있는 곳은 은행·보험사·증권사 등 금융회사뿐이다. 하지만 신탁법이 자본시장법에서 분리돼 새로 제정되면 법무법인도 수탁자가 돼 금융기관에 신탁을 맡기는 등 신탁업무를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변호사는 “가사상속팀이 유언대용신탁 자문분야를 개척하고 미국시민권자의 국제 상속 자문으로 영역을 확대할 수 있었던 것은 상속신탁연구회를 만들어 선제적으로 전문성을 키웠기 때문”이라며 “신탁법 분리 시대도 선제적으로 준비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송무를 통해 확보한 충성도 높은 고객들에게 최고 수준의 신탁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송무는 긴 전쟁으로 비유된다”며 “변호사가 고객에게 신뢰를 얻으면 변호사와 고객 사이에는 동지애가 형성되고, 그 고객은 이후의 모든 일을 그 변호사와 상의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어 “사건 진행 중이나 사건 종결 시 고객 만족도 조사를 해보면 결과가 좋지 않은데도 다시 의뢰하겠다고 답한 고객이 적지 않다”며 “이는 이미 고객과 변호사 사이에 큰 신뢰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바른이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던 비결은 고객에게 승소 기술이 아니라 신뢰를 팔았기 때문”이라며 “신탁업에서 위탁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신뢰할 수 있는 수탁자”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변호사들의 ‘융합’ 능력을 키워 새로운 신탁법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사건 의뢰인에게 ‘합의해 오세요’라고 하지 말고 합의 방법을 제안하는 능력을 키우라고 후배들에게 주문한다”며 “부동산을 팔아야 하면 매수자를 찾아주고, 펀딩이 필요하면 자금을 마련할 금융사를 찾아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기사: 최순웅 조선비즈 법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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