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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중산층 살리려면 근로자 재교육, 기초연구 투자해야
  > 2017년04월 195호 > 칼럼
美 중산층 살리려면 근로자 재교육, 기초연구 투자해야
기사입력 2017.04.11 14:23


올해 1월 2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LA테크페어’ 취업박람회에 참석하기 위해 줄을 선 구직자들. <사진 : 블룸버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백인 중산층과 노동자 계급의 지지를 등에 업고 당선됐다. 이들은 지난 30년 동안 세계 경제 성장의 혜택을 가장 보지 못한 계층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현재 준비하고 있는 경제 계획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핵심 지지층에게 약속했던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직업을 잃고 실질 소득이 줄어든 이들 계층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2000년 이후 미국 백인 중장년 중산층의 경제 상황은 빠르게 악화됐다.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소득 양극화는 심해졌다. 이 같은 현상은 미국과 영국에서 특히 두드러졌지만, 사실 전 세계 선진국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했다. 

선진국 중산층이 현재 직면한 경제적 어려움은 두 가지 요인에서 비롯된다. 자동화로 블루칼라 일자리와 단순 사무직 일자리가 빠르게 사라진 것과 저부가가치 산업이 중국 등 노동비용이 낮은 국가로 통째로 옮겨간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저부가가치 산업의 해외 이전은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업 부문 일자리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 선진국의 중산층과 저소득층 노동 시장 상황은 개발도상국 초기 단계 노동 시장 상황과 비슷하게 됐다. 개도국 노동 시장에는 잉여 노동력이 풍부해 경제가 팽창해도 소득이 늘어나지 않는 특징이 있다. 물론 소득 양극화의 원인으로 신자유주의에 따른 노동협상력 약화로 실질 최저임금 하락을 꼽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는 부차적인 지적이다.


미국 중산층, 자동화·세계화로 소득 감소

미국 백인 중산층 가정이 처한 어려움은 잘 알려졌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미국의 지도자들은 이 같은 어려움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효과적인 대책을 도출하는 데도 실패했다. 특히 중산층 남성 사이에서 절망감은 커졌다. 이로 인해 미국에서는 비자발적 실업률 증가와 건강 상태 악화, 약물 남용, 반정부 정서 확산 등 사회적 부작용이 나타났다.

경제적 불평등이 심한 국가에서는 정치 불안과 정책 실패가 종종 나타난다. 정치 불안으로 정책 결정이 일관성을 잃으면서 지도층은 신뢰를 잃고, 국회는 교착상태에 빠진다. 성장은 둔화되고 국가 번영을 달성할 수 있는 정책도 제대로 추진되지 못한다. 그 결과 정부는 반드시 처리해야 할 일도 하지 못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선진국 중산층이 직면한 문제는 시장 논리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 개입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잘못된 무역 협정을 재협상하고 사회기반시설은 물론 인적 자본에 투자해야 한다. 나아가 부의 불균형 문제 해결, 즉 경제 성장 패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적극적 노력을 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크게 두 가지 문제에 직면해 있다. 첫번째는 양극화 완화를 위한 정치적 조정이다. 이는 지속가능하고 포괄적인 경제 성장 패턴을 수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두번째는 자신을 지지해 준 유권자들의 요구에 응답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를 보면, 첫번째 문제 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선거는 승자 독식의 제로섬 게임이 맞다. 하지만 거버넌스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통치는 선거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지금까지 해 온 방식을 고수한다면 정치 교착과 사회 분열로 본인이 다루고자 했던 정작 중요한 문제는 손도 대지 못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기 부양의 일환으로 사회기반시설과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와 세금 및 규제개혁을 약속했다. 이 공약이 제대로 이행된다면 공공 부문 투자가 민간 투자를 촉진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무역 및 투자 재협상도 마찬가지다. 일부 무역 및 투자협정 재협상은 세계화의 비용과 편익을 재분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가 ‘보호주의’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근로자 직업훈련 위한 현금지원 필요

트럼프 행정부 경제 정책 효과는 기술 발전에 대응한 경제 구조 변화와 맞물려 상승세를 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미국 노동자를 압박하는 현 상황에 대응하기엔 충분하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가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잉여 노동력’ 효과를 줄여 신규 일자리를 창출한다 할지라도, 미국 노동 시장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전 세계는 급속한 기술 변화의 시기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민간 부문과 함께 근로자들이 이 같은 격변의 시기에 적응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우선 근로자 교육 및 재교육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 미국 외교관계협회 수석 연구원인 테드 알덴이 쓴 책 ‘조정 실패(Failure to Adjust)’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근로자 재교육에 쓰는 비용은 국내총생산(GDP)의 0.1%에 그친다. 덴마크가 같은 명목으로 GDP의 2%를 쓰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덴마크를 비롯한 북유럽 국가들은 효율적 역동성, 구조적 유연성, 경제적 개방성 등 균형의 문제에 있어서 탁월한 성과를 보였다. 이는 고용 환경 변화에 노동자의 적응을 지원하는 사회 보장 시스템 필요성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이와 함께 저소득층 근로자가 자기계발을 할 수 있도록 소득 재분배를 해야 한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적 요구를 충당할 만큼의 소득 없이는 소위 ‘자구노력’이 나오기는 힘들다. 이를 위해서는 직업 훈련과 기술 습득을 위한 조건부 현금 지원 정책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양질의 보편적 교육도 필요하다. 현행 미국 교육 제도에서는 교육 시스템이 실패하면, 민간 시스템에 재정 지원을 한 후 살아남는 부분만 남고, 뒤처진 나머지는 도태된다. 이 같은 시스템은 개별적으로 보자면 이상적이지만 전체로 봤을 때는 부적절하다.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이어지는 모든 교육 과정이 동일하게 주어지지 않는다면, 전 국민의 포괄적 성장 패턴을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마지막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기초 연구 자금 지원 삭감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 이 정책은 혁신과 경제적 역동성을 저해한다. 전망이 없는 프로젝트를 정리하는 것은 옳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휴 자금은 기초 연구 분야에서 재투자돼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현재 경제 정책은 성장성 측면에서는 몰라도 포괄성 측면에서는 불완전하다. 무역 정책의 변화만으로는 중산층과 저소득층 가구가 원하는 ‘경제 균형’을 달성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무역 정책만 바꾸는 것은 오히려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 마이클 스펜스(Michael Spence)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하버드대 인문대학장,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장,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

▒ 데이비드 브래디(David Brady)
아이오와대 정치학박사,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부소장

기사: 마이클 스펜스 뉴욕대 교수, 데이비드 브래디 스탠퍼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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