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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보카도 파동
  > 2017년05월 200호 > 칼럼
경제만물상
아보카도 파동
기사입력 2017.05.15 16:36


<일러스트 : 이승범>

최근에 아보카도 국제 가격이 치솟았다는 뉴스가 외신에 일제히 보도됐다. 올해 이상 기후 때문에 멕시코와 미국 캘리포니아의 아보카도 생산은 줄었는데 중국인이 아보카도 맛을 알기 시작하면서 국제 수요가 크게 늘어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인들이 자주 사먹는 과일은 아니어서 국내 언론들이 흥미롭게 보도한 건 ‘중국인이 먹기 시작하면서 아보카도값이 오른다’는 수요 측면이었다. 반면 외신들은 아보카도 수급에 따른 가격 인상을 훨씬 더 민감하게 보도했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사과 작황이 나빠 추석 때 사괏값이 예년의 2배 수준’이라고 보도하는 것과 비슷했다. 그도 그럴 것이 멕시코와 미국 남부에서는 매년 5월 5일 멕시코인의 축제인 ‘친코 데 마요’에 멕시코 음식 과카몰리 소비가 특히 늘어난다. 친코 데 마요는 1862년 멕시코인들이 푸에블라 전투에서 프랑스군에 승리한 것을 기념하는 축제다.

아보카도는 속이 버터처럼 노랗고 끈적한 열대 과일이다. 껍질이 오톨도톨하다고 해서 ‘악어배’라 불리기도 하고, 과일 중에 지방이 가장 많아 ‘숲 속의 버터’라고도 한다. 과일에서 기대하는 상큼한 맛이 느껴지지 않아 처음 맛본 사람은 그 맛에 쉽게 친해지기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영양소가 풍부해 다이어트에 좋은 건강식품으로 알려지면서 ‘건강식 유행’을 타고 소비가 크게 늘어왔다. 미국서는 다이어트를 위해 샌드위치에 버터 대신 으깬 아보카도를 발라 먹기도 한다. 생선초밥 대용으로 아보카도로 만든 캘리포니아롤이 대중화됐고, 으깬 아보카도에 양파·토마토·고추 등을 섞어 만든 멕시코 음식 과카몰리도 즐겨먹는다.

생산량은 멕시코가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인도네시아, 미국, 콜롬비아, 도미니카공화국 등이다.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아보카도는 주로 미국 캘리포니아나 뉴질랜드에서 들여오는데 중국에는 멕시코와 칠레산이 많이 수입된다.


수요증가·생산감소 겹쳐 가격 급등

아보카도 나무는 한 해는 생산량이 많고 이듬해는 생산량이 적다. 올해는 이상 기후까지 겹쳐 미국 캘리포니아의 아보카도 생산량이 44%가량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있다.

생산은 줄었는데 건강식품으로 세계 각국에서 수요는 늘고 있으니 가격이 뛰는 것이다. 미국인 1인당 아보카도 소비량은 2006년 1.6㎏에서 2015년 3.1㎏으로 10년 새 2배가량 늘었다. 최근엔 중국까지 아보카도 소비에 가세했다. 중국에 수출하는 멕시코 아보카도 물량은 4년 새 160배나 늘었다. 그 바람에 멕시코 아보카도 시세가 1998년 가격을 집계한 이래 사상 최고가까지 올랐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멕시코산 ‘하스 아보카도’는 미국 도매시장에서 10㎏당 27.89달러로, 작년의 2배 가격에 거래된다. 소매가격은 개당 98센트였던 것이 지난 4월에는 1.27달러로 올랐다.

아보카도 인기가 높아지니 아예 중국 기업이 호주의 아보카도 농장 인수에 나섰을 정도다. 호주 서부나 뉴질랜드에서는 수확기에 이 돈 되는 과일을 훔쳐가는 도둑들이 출몰하는 바람에 농장주들이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아보카도 가격 상승은 멕시코 생태계까지 바꿔놓고 있다. 멕시코 농부들이 숲을 갈아엎어 아보카도 농사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아보카도 주산지인 멕시코 마초아칸주에서는 매년 60~80㎢에 달하는 숲이 아보카도 농장으로 바뀐다는 보도도 나왔다. 숲에 있던 각종 동식물은 서식지를 잃고 아보카도 농장에서 쓰는 비료와 살충제가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값도 비싸지고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하니 이제 미국서는 ‘아보카도 덜 넣고 과카몰리 만드는 요리법’이 소개되기도 하고 아보카도 소비를 줄이자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어른 주먹보다 작은 아보카도 하나에도 이처럼 복잡한 경제 셈법이 얽혀있는 것이다.

기사: 강경희 조선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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