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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세
  > 2017년07월 208호 > 칼럼
경제만물상
고향세
기사입력 2017.07.10 16:20


<일러스트 : 이영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인 ‘고향세’ 도입이 가시화되고 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고향세 신설 등을 포함한 ‘지방균형발전방안’을 국정과제로 채택해 청와대에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선거운동 당시 문 대통령의 대선캠프에서는 지자체 간 재정 불균형을 줄이는 방안으로 ‘고향사랑 기부제도’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도시민들이 재정자립도 낮은 지자체에 기부하면 10만원까지 전액 세액공제하고, 10만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16.5%, 2000만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33%를 세금에서 공제해준다는 구상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향세 도입을 위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홍의락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서울 등 수도권 거주자가 연 소득의 10%까지 본인이 지정하는 비수도권 지자체에 납부할 수 있게 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야당도 고향세에는 긍정적이다. 최근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은 고향기부금제 도입과 관련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도입한 일본에선 부작용 나타나

고향세의 원조는 2008년 일본이 도입한 ‘후루사토 납세(고향세)’다. 고령화로 세수가 줄어드는 농어촌을 살리자고 아베 총리가 추진한 것이다. 도시 거주자가 원하는 지자체에 기부하면 소득공제를 해준다. 가령 주민세로 내야 할 돈 5만엔(50만원)을 고향세로 내면 자기부담금 2000엔(2만원)을 제하고 4만8000엔에 대해 주민세가 공제된다. 덤으로 지자체는 고향세 기부자에게 답례품도 준다. 쌀·샥스핀·쇠고기·전복·양고기 같은 지자체 특산품을 주는 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대선 당시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가 ‘도시민이 내는 주민세의 10%를 고향으로 보내자’는 공약을 처음 냈다. 이후 18대 국회에서 관련법 개정안이 두 차례 의원 입법으로 발의됐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도 ‘향토발전세’ 신설을 공약으로 검토했다가 수도권 반발로 접었다. 지자체 차원에서는 논의가 나왔지만 중앙 정부 차원에서 도입을 적극 검토하기는 문재인 정부가 처음이다.

일본의 고향세는 세금과 기부의 장점을 결합한 제도 설계 덕분에 관심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지자체가 고향세 낸 납세자들에게 특산품을 답례로 주느라 농어촌 지역에 예상외 경제적 파급 효과도 생겨났다. 한 예로 2014년 후루사토 납세 실적이 가장 많았던 나가사키현 히라토시(市)의 경우, 새우·소라·굴 같은 답례품을 제때 발송하지 못할 정도로 기부가 활발했다. 반면 부작용도 있다. 지자체 간에 답례품 과열 경쟁이 불붙어 땅을 주겠다고 약속한 지자체도 있었다. 납세자에게 주는 답례품이 기부받은 고향세액의 80~90%에 이르는 지자체도 있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올 4월부터 답례품 한도가 고향세액의 30%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선불카드·상품권·포인트·마일리지·전자제품·시계·골프용품 같은 물품도 고향세 취지에 맞지 않는 답례품으로 적시했다.

개인 고향세가 확산되면서 일본은 작년에 ‘기업형 고향세’까지 도입했다. 특정 기업이 본사 있는 곳을 제외한 지자체에 기부할 경우 세액공제를 해주는 제도다.

우리나라도 농어촌 지자체의 형편이 열악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가령 2017년 본예산 기준으로 서울과 전남의 재정자립도는 3배 넘게 차이가 난다. 물론 지방 재정난을 해결하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조정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농어촌 경제에는 재정 확충 외에 경제에 생기를 불어넣을 새로운 동력도 필요하다. 그런 관점에서 일본의 고향세가 가져온 변화는 우리가 벤치마킹할 만하다. 일본 사례를 잘 연구해서 장점은 살리되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고향세 제도를 설계해 도입할 필요가 있다.

기사: 강경희 조선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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