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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문제의 시장친화적 해결책
  > 2017년09월 217호 > 칼럼
프랜차이즈 문제의 시장친화적 해결책
기사입력 2017.09.10 03:33

식품업계 식품유통업 프랜차이즈 본사와 대리점 혹은 가맹점 점주 간 잘못된 종속 관계가 도를 넘어섰다. 급기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나서 원가 공개라는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원가 공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갖는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통제 수단임은 틀림없지만, 전가의 보도처럼 남용돼서는 안 된다. 본사와 점주 간 상생관계 정립을 위한 더 시장친화적인 대안은 없는 것일까.

식품업계에서 투자자인 가맹점주가 ‘을’이 될 수밖에 없는 왜곡된 구조는 현행 프랜차이즈 계약에 기인한다. 가맹점 계약을 할 때 가맹점주들은 인테리어부터 각종 기자재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초기 투자를 하지만, 본사와 갈라서면 수익을 창출할 수도, 회수할 수도 없다. 가맹점 계약을 하기 전까지는 투자자이고 사장님이지만, 계약을 체결하는 순간 투자금을 다 바치고도 ‘을’이 되는 것이다. 이는 프랜차이즈 계약 해지 후에도 핵심 자산의 대부분이 회수·재투자 가능한 의료업계 프랜차이즈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식품업 프랜차이즈의 건전한 상생관계를 정립하려면 가맹점주들이 초기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만들면 된다. 식품업 프랜차이즈 계약을 ‘무기한 계약’ 형태로 전환하되 양측에 옵션을 주자. 가맹점주에게 평균이윤이 기대치에 못 미칠 경우 (혹은 갑질이 너무 심한 경우), 미리 확정된 금액에 자산을 본사에 넘기고 떠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그러면 본사 입장에서는 무리하게 물량을 밀어낸다거나 기타 가맹점 인근에 직영점 (혹은 또 다른 가맹점)을 내는 등의 갑질을 할 수 없다. 그로 인해 가맹점주가 옵션을 행사한다면, 초기 투자자금과 그 기회비용까지 물어주고 그 가맹점을 직영으로 운영해야 할 수도 있다. 또 과거 사례처럼 본사 회장이 성추행 사건 등에 연루돼 브랜드 이미지가 심하게 훼손된 경우 본사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책임을 회피하도록 놔두는 것이 아니라, 운영이 어려워진 가맹점들까지 미리 확정된 금액에 인수해서 책임지고 경영하도록 만들 수 있다. 이러한 하방 옵션은 가맹점주들의 극단적인 선택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공정위, 프랜차이즈 계약 표준 만들도록 지원

이와 함께 ‘무기한 계약’인 만큼 본사에도 미리 정한 금액을 주고 가맹점 계약을 사들일 수 있는 옵션을 주자. 본사 자금이 부족할 때 가맹점주들의 투자를 받아서 회사를 키우는 경우가 많지만 충분히 성장한 후에는 직영체제로 가고 싶어 할 수도 있다. 이때 본사도 정해진 금액에 옵션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금액만 충분하다면 가맹점주에게도 나쁘지 않다. 오히려 계약만료를 기다려 재계약을 거부하고 신규 직영점을 내는 등의 꼼수를 차단하고 상생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다. 동시에 (건전한) 본사가 초기에 겪는 자금난을 해소해 줄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양측 옵션 행사 금액, 가능시기, 과정 등이 명시된 식품업계 프랜차이즈 계약 표준을 만들어 이를 독려할 수 있다. 많은 예비 창업자가 표준화된 기술의 도움을 받아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자 퇴직금을 넣으면서까지 식품업계 가맹점을 운영하려 한다.

이 양방향 옵션은 많은 가맹점을 거느려 개별 리스크에 대한 위험 회피가 가능한 프랜차이즈 본사와 영세한 가맹점주들 간 위험을 공유하는 데도 도움을 줄 것이다. 아울러 본사도 가맹점의 영업 이익에 대한 책임을 갖게 함으로써 남의 퇴직금을 이용한 무분별한 가맹점 확보 경쟁에 어느 정도 제동을 걸 수 있다. 남의 돈이라고 무분별하게 가맹점 수를 늘렸다가는 수익이 가장 안 좋은 점포부터 인수하게 될 수도 있다.

은퇴자를 포함한 창업 희망자가 프랜차이즈 창업에 나서고 있다. 특별한 기술 없이 적은 비용으로 창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쟁이 심한데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횡포로 경제적 손실을 입고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가맹점주들이 적지 않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 사이에 옵션을 포함한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기사: 심승규 도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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