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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제재와 옥류관 냉면
  > 2017년11월 224호 > 칼럼
경제만물상
대북 제재와 옥류관 냉면
기사입력 2017.11.07 14:25


<일러스트 : 양승용>

냉면 애호가들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걸 반긴다. 여름에 줄서서 먹던 이름난 냉면집에 손님이 줄어 편하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원래 냉면은 여름이 아니라 겨울이 제철이라고 한다. 이북 음식의 대표 주자답게 추운 날씨가 제격이라는 얘기다.

냉면이라면 서울에도 이름 높은 곳들이 많지만, 평양의 옥류관을 꼽는다. 평양길이 막혀있으니 중국 베이징의 옥류관이 꿩 대신 닭으로 제법 인기가 있었다. 지난 2003년 문을 열었고 중국 각지에 체인점을 두고 장사를 한다. 옥류관 냉면 맛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심심한 평양 냉면 본래의 맛이 살아있다는 사람들이 많지만, 북한 정통 냉면을 먹는다는 기분에 취해서 맛있게 느낄 뿐이라는 혹평도 적지 않다. 평가야 제각각이지만, 중국에서라도 즐길 수 있는 옥류관 냉면을 내년부터는 맛보기 어렵게 됐다.


“중국 내 100여개 북한식당 내년 초 폐쇄”

지난 9월 중국 상무부가 중국 내에 북한이 설립한 기업이나 중국과의 합작·합자 기업들에 대해 “120일 이내에 폐쇄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에 따른 것으로 폐쇄 기한은 내년 1월 9일이다. 중국에서 영업하던 북한 음식점들도 된서리를 맞게 됐다. 옥류관을 비롯해 류경식당, 고려관, 은반관 등이 문을 닫을 처지다. 중국에 있는 북한 식당은 100여개에 달한다. 북한으로서는 상당히 아픈 부분이다. 외화벌이의 최전선이 무너지는 셈이다. 중국 내 북한 근로자는 3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식당 종업원은 2000여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핵과 ICBM 개발에 대한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가 이어지면서 해외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이 곳곳에서 일자리를 잃고 쫓겨나고 있다. 유럽 내 대표적인 북한 인력 송출 국가로 400여명의 북한 근로자들이 조선소 등에서 일하고 있는 폴란드는 비자 갱신을 해주지 않기로 했다. 더 이상 북한 근로자를 받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유럽연합(EU)의 모든 회원국들도 이런 방침을 세웠다. 말레이시아는 북한 근로자에게 노동허가증을 발급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네오섬 등의 탄광과 건설 현장 등에서 북한 근로자 약 1000명이 일하고 있었지만 대부분 북한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쿠알라룸푸르 중심부에 있던 북한 식당의 종업원들도 비자가 연장되지 않아 전원 귀국했다고 한다. 스위스도 북한 근로자 신규 고용과 대북 합작 사업을 전면 금지키로 했다. 변변한 수출품이 없는 북한은 인력 수출이 큰 외화벌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북한의 해외 진출 4대 업종 중에 건설업과 식당업이 들어간다. 건설업의 경우 중국·러시아·중동이 많고, 식당업의 경우는 중국과 동남아가 주무대가 된다. 타향살이하는 인부와 주방장, 식당 종업원들이 벌어들이는 외화 규모가 적지 않다. 각국에서 식당을 운영해서 벌어들이는 외화 규모가 150억원을 웃돈다는 추산도 있다. 국제적인 대북 제재의 효과가 어느 정도일지 궁금해진다.

우리도 40~50년 전 해외로 인력을 송출해서 달러를 벌었다. 1964년 박정희 대통령은 서독 함보른 탄광을 찾아가서 한국인 광부들과 간호사들을 만난 적이 있다. 우리가 가난하고 힘들고 서럽던 시절이다. 이날 애국가 제창은 울음바다로 변했다고 한다. 1963년부터 1977년까지 7만9000여명의 광부와 1만여명의 간호사가 독일에서 일했다. 그들의 월급을 담보로 독일에서 차관을 들여다 썼다.

핵과 ICBM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김정은은 할 수 없는, 하지 않을 일이다. 똑같이 인력 수출을 해도 남쪽은 조선소와 제철소를 세웠고, 북쪽은 ‘충성 자금’이라는 이름으로 인부와 식당 종업원들이 번 돈의 절반을 챙기는 데 급급하다. 핵과 미사일을 만드는 데 온통 쏟아붓고 있다.

대북 제재가 장기화되면 북한이 달라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한다. 평양의 옥류관에서 냉면을 먹을 날이 올까.

기사: 이진석 조선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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