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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요보다 중요한 기대심리 관리
  > 2017년11월 225호 > 칼럼
총수요보다 중요한 기대심리 관리
기사입력 2017.11.14 12:10

현 정부 들어 ‘총수요 관리 정책’과 ‘총공급 관리 정책’이라는 이분법이 자주 등장한다. 정부는 미국 대공황기에 시행된 뉴딜 정책을 총수요 관리 정책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제시하며 직접 나서 ‘유효수요’를 창출하고자 한다. 경제는 수요결정적이기 때문에 ‘유효수요’를 늘리는 게 경제 성장의 관건이라는 것이다. 이런 철학의 기반에서 탄생한 것이 지금 정부가 경제정책 기조로 삼고 있는 ‘소득주도성장론’이다.

1930년대 미국 경제는 길고 고통스러운 대공황기를 경험했다. 가계의 구매력이 바닥에 떨어졌고 공장에서 생산된 물건은 팔리지 않고 재고로 쌓였다. 당시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은 각종 사회간접자본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함으로써 케인스식의 ‘유효수요’를 창출해 이를 기반으로 민간 기업 투자와 고용을 진작시켜 대공황으로부터 탈출의 전기를 마련했다.

이후 미 의회는 대공황기에 도입된 많은 제도와 법령을 폐지하거나 보완하기 위해 재검토 작업을 진행했고, 자연스레 뉴딜 정책에 대한 재평가도 함께 이뤄졌다. 재평가 과정에서 △뉴딜 정책의 핵심이었던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는 각종 사회보장제도나 연금 등 복지 정책 축소에 기반해서 이뤄졌다는 점 △그로 인해 1932년 루스벨트 대통령의 집권부터 1939년 제2차세계대전 발발 전까지 정부 재정지출이 크게 확대되지 않았다는 점 △실제 재정 적자 규모는 그의 전임자였던 후버 대통령 재임기간에 비해 오히려 줄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 의회는 이를 근거로 루스벨트 행정부가 직접 ‘유효수요’를 창출한 것이 아니라, 경제주체들의 ‘기대심리’를 바꿔 놓은 것이 대공황을 극복하는데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美 루스벨트 정부, 기대심리 바꿔 대공황 극복

과거 이명박 정부는 녹색 뉴딜, 녹색 성장의 명분과 함께 한반도 대운하 사업, 4대강 사업, 그 외 여러 굵직굵직한 토목 사업을 통한 경제 성장을 꾀했다. 정부가 나서 일자리를 만들고 (토목 관련)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국민들 그리고 기업들 중 누가 배가 산으로 가면 우리 경제 효율성이 재고될 것이라 기대했을까. 누가 강물의 유속이 느려지면, 우리 경제의 활력이 되살아날 것이라고 기대했을까.

앞선 예제와 달리 정부의 직접 투자가 이뤄지더라도 기대심리를 일으키지 못한다면 유효수요 창출을 통한 경제 성장은 커녕 자원 낭비만 초래했다. 그보다 앞선 1990년대 후반, IT 산업이 경제활동의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형성돼 민간 투자와 창업의 붐을 일으키고 외환위기 조기 졸업을 가능케 했던 점과 대비된다.

시계를 돌려 현재를 보자. 안타깝지만 현 정부 역시 ‘기대심리’를 외면하고 ‘유효수요’에만 집착하는 모습이다. 오히려 경제 기대심리를 자극하는 것을 ‘총공급 관리 정책’, 유효수요를 창출하는 것을 ‘총수요 관리 정책’이라고 부르며 대립되는 개념으로 인식한다. 현 정부가 고용을 대폭 늘리겠다는 교육과 소방안전 분야 모두 중요한 분야지만, 민간 영역 투자의 불쏘시개 역할을 할 직종은 아니다. 선생님이나 소방관 숫자가 늘어난다고 우리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 기대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유효수요’ 창출을 위한 정부 재정지출은 ‘기대심리’ 진작 없이는 경제 성장으로 연결되지 않으며, ‘총수요 관리 정책’은 조세수입을 기반으로 실행된다는 점에서 ‘총공급 관리 정책’과 별도로 실행될 수 없다. 이제라도 정부의 ‘혁신성장도 병행하겠다’는 ‘시그널’에 기대를 걸어 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혁신성장은 새 정부의 성장 전략에서 소득주도 성장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소득주도 성장이 수요 측면에서 성장을 이끄는 전략이라면, 공급 측면에서 성장을 이끄는 전략이 혁신성장”이라고 말했다. ‘혁신성장’은 규제 완화와 벤처 창업 활성화를 통해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성장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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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수요 확실한 구매력(물건을 살 수 있는 돈)이 뒷받침된 구매 욕구를 말한다.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경제가 불황에 빠지는 이유가 유효수요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사: 심승규 도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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