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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G캐피털, 매출 60조원 회사에 164조원 인수 제안 유니레버의 조직적 대응에 한 달 만에 ‘철회’ 선언
  > 2017년03월 190호 > 파이낸스
美 크래프트의 유니레버 인수 불발
3G캐피털, 매출 60조원 회사에 164조원 인수 제안 유니레버의 조직적 대응에 한 달 만에 ‘철회’ 선언
기사입력 2017.03.06 14:34


영국계 다국적 생활용품 기업인 유니레버 로고(왼쪽)와 미국 식품 업체인 크래프트하인즈가 생산하는 토마토케첩. <사진 : 블룸버그>

2월 19일 미국 식료품 업체 크래프트하인즈(크래프트)가 영국계 생활용품 회사인 유니레버 인수 제안을 공식 철회했다. 크래프트 측의 인수 제안 가격은 1430억원(약 164조원)으로, 이번 건이 성사됐다면, 네슬레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글로벌 소비자 대기업이 탄생했을 것이다. 더욱이 크래프트의 대주주는 이른바 ‘큰손’으로 통하는 워런 버핏과 3G캐피털이었다. 투자 업계는 워런 버핏과 3G캐피털이 유니레버에 공개 패배를 당했다고 수군댔다. 그 당시는 유니레버를 인수하기에 가장 좋은 타이밍이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 이후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17% 하락했다. 세계 최대 맥주 회사(안호이저 부시 인베브)와 햄버거 브랜드(버거킹)를 보유한 3G캐피털이 비누(도브)와 아이스크림(벤앤드제리스) 브랜드를 사들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무엇이 잘못됐을까.


크래프트 측, 두번째 방문에 1430억달러 제안

크래프트의 알렉산드르 베링 회장이 영국 런던 유니레버 본사를 방문한 것은 지난 1월 중순이었다. 폴 폴만 유니레버 대표(CEO)는 단순 상견례라고 생각했다. 베링 회장이 “협력하자”고 할 때까지만 해도 크래프트가 유니레버의 남아프리카 브랜드인 ‘플로라 마가린’에 관심을 보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베링 회장은 사무실을 나서면서 다음 달에 또 보자고 했다. 분위기가 심상찮다고 느낀 폴만 대표는 크래프트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불렀다. CFO는 크래프트가 유니레버를 통째로 인수하는 시나리오를 내놨다. 유니레버의 연간 매출액은 527억달러(약 60조원)로 크래프트(265억달러)의 두 배다. 하지만 문제는 자금력이었다. 크래프트가 유니레버의 부채를 떠안는 조건이라면 인수 여력이 있어 보였다.

베링 회장은 2월 10일 런던을 다시 찾았고,  1430억달러를 인수가로 제안했다. 글로벌 인수·합병(M&A) 역사상 단일 기업 기준으로는 두번째로 큰 금액이었다. 폴만 대표는 거절했다.  업계는 크래프트 측이 유니레버 폴만 대표의 성향을 완전히 잘못 짚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폴만 대표는 기업의 단기적 성과에 크게 관심이 없는 인물이다. 

3G캐피털은 이와 정반대다. 3G캐피털은 인수한 기업의 인력을 감축해 비용을 줄이고 수익을 높이는 방식으로 빠르게 변모시켰다. 버핏과 3G캐피털이 2013년 하인즈를 인수하고 2015년 크래프트푸드와 합병한 이후 총 1만3000명의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었다. 업계는 3G캐피털이 기업을 갉아먹는다고 우려했지만, 투자자들은 3G캐피털의 공격적인 경영 스타일에 환호했다.

폴만 대표는 이 문제를 차기 이사회에서 논의하겠다고 약속한 후 베링 회장을 돌려보냈다. 하지만 마음이 바뀐 건 아니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폴만 대표의 철학은 확고했다”며 “3G캐피털이 유니레버를 인수하고 싶었다면 ‘적대적 인수’밖에는 방법이 없었을 것”이라고 평했다.

유니레버 이사회는 2월 말로 예정돼 있었다. 폴만 대표는 베링 회장이 사무실을 떠나자마자 인수·합병 전문가들을 고문으로 위촉했다. 모건스탠리, UBS, 도이체방크 등 투자은행과 함께 글로벌 홍보대행사를 섭외했다.

유니레버가 조직한 전문가 팀은 3G캐피털의 과거 인수·합병 과정을 면밀히 조사했다. 3G캐피털은 인수를 원하는 회사 경영진에게 친절하게 접근한다. 하지만 이사회가 거듭되면 차츰 입찰가를 올려 주주의 마음을 흔들리게 해 결국은 팔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유니레버 측은 그런 식으로 회사를 내줄 순 없다고 판단했다.



폴 폴만 유니레버 CEO <사진 : 블룸버그>

일자리에 민감한 英 정치권, 해외 매각 반대

크래프트와 유니레버 인수·합병 건은 비밀 유지가 반드시 필요했다. 정보가 시장에 흘러나가면 주가가 오르기 때문에 인수 비용도 오른다. 공교롭게도 크래프트의 실적 발표 전날(2월 14일) 미국에 상장된 유니레버 주식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옵션가에 거래되는 정황이 포착됐다는 기사가 흘러나왔다. 15일 크래프트의 실적이 발표됐고, 그 다음 날인 16일 영국 언론을 통해 크래프트의 유니레버 입찰가가 공개됐다. 크래프트는 인수 제안설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는 사이 유니레버의 주가는 큰 폭으로 올랐다. 크래프트 측은 “(주가 상승에 따라 인수가를) 더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또 터졌다. 영국 정치인들이 영국 기업이 해외 매각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기 시작했다. 테레사 메이 보수당 정부는 5월부터 EU와 브렉시트 협상을 앞두고 있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영국 기업이 헐값에 팔릴 수 있다는 주장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3G캐피털이 일자리 감축으로 악명이 높은 것도 악영향을 미쳤다. 영국 정부는 “영국 기업과 영국 내 일자리를 보호하겠다”며 인수·합병에 공식 반대했다.

2월 19일 오전 크래프트 측은 유니레버와 합병 이후 사명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물론, 영국에 본사를 둘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폴만 유니레버 대표는 서한을 통해 인수 반대 입장을 확고히 했다. 크래프트 측은 “우리를 악당처럼 보이게 하고, 유니레버는 천사처럼 포장했다”며 원통해했다. 이날 오후 크래프트 측은 퇴각을 결정했다. 적대적 인수·합병을 원치 않는 버핏의 결정이었다. 버핏은 공개적으로 적대적 인수·합병을 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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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G캐피털 브라질 재벌인 조르지 레만(Jorge Lemann)이 세운 사모펀드다. 지난해 세계 최대 맥주 회사 안호이저 부시 인베브(AB인베브)와 2위 업체 SAB밀러의 인수·합병을 성사시키며 주목받았다. 2010년엔 패스트푸드 체인인 버거킹을 인수했고, 2015년에는 캐나다 도넛 브랜드 팀 호튼스를 인수해 버거킹과 합병했다. 2013년에 버핏과 함께 하인즈를 사들였다.
기사: 김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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