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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부, ‘파산위기 금융사 청산권’ 폐지 추진 “금융위기 교훈 잊었나”… 英·佛 중앙은행 비판
  > 2017년05월 198호 > 파이낸스
미국 금융 핫이슈
美 정부, ‘파산위기 금융사 청산권’ 폐지 추진 “금융위기 교훈 잊었나”… 英·佛 중앙은행 비판
기사입력 2017.05.01 12:4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은 4월 21일 재무부에 ‘금융 당국의 질서 있는 청산 권한’ 을 재검토하도록 행정 명령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 명령에 서명하기 전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금융위기 직후 마련된 ‘도드-프랭크법’의 핵심 내용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명령하면서 미국 금융 규제 완화에 대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의회 상·하원 다수 의석을 장악한 공화당은 현재 금융 규제 시스템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등 금융 규제 당국과 영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도드-프랭크법의 핵심인 대마불사 관련 조항과 금융회사의 ‘질서 있는 청산 권한(Orderly Liquidation Authority)’을 재검토하도록 하는 내용의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S&P “금융규제 완화하면 경제성장 촉진”

도드-프랭크법은 대형 은행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자산 500억달러 이상인 금융회사나 미 연준이 정한 비은행 금융사(보험사 등)를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사(SIFI)’로 지정해 감독을 강화하는 조항을 운영하고 있다. 재무부 금융안정감시위원회(FSOC)는 필요한 경우 대형 금융사의 영업 활동을 중지하거나 회사를 쪼갤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도드-프랭크법 제2장에 명시된 질서 있는 청산 권한은 SIFI나 그 자회사가 파산할 경우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이를 인수해 매각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 대형 금융사가 회생에 실패할 경우 위기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공적자금을 활용하도록 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의회가 2010년 도드-프랭크법에 이런 내용을 담은 이유는 규제 당국이 위험에 처한 금융사를 청산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짐으로써 대형 은행 파산이 경제 위기로 전이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병든 기관을 규제 담당자가 제어하면 시장의 불확실성을 완화할 수 있는 중요한 지원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화당에서는 이 장치를 끊임없이 공격했다. 대형 은행의 구제금융을 성문화함으로써 금융 당국이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금융사를 유지하기 위해 국민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트럼프의 행정명령 취지를 설명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이 대형 금융사 회생에 세금이 낭비되지 않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 대형 은행에 구제금융을 제공해서는 대마불사 문제를 종식시키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금융 부문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신용(돈)의 흐름을 가로막고 경기 회복을 지연시킨다는 관점도 금융 규제 완화를 지지하는 요인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도대로 도드-프랭크법이 수정되면 은행 대출이 늘어나고 경제 성장이 촉진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므누신 장관은 “도드-프랭크법 재검토의 목표는 금융시스템을 지키는 규율을 모두 포기하는 게 아니라 규제 수준을 적정화하려는 것”이라며 “이번 행정명령으로 납세자의 위험 부담이나 금융사의 도덕적 해이가 커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금융 규제 완화를 반대하는 진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세계 금융위기의 교훈을 벌써 잊어버렸다고 비판하고 있다. 질서 있는 청산 권한이 폐지되고 대형 금융사에 대한 감독이 약화되면 대형 금융사가 파산하는 경우 정부의 개입 여지가 줄어, 위기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도드-프랭크법의 근간 규정이 납세자에게 부당한 부담을 준다고 주장하지만, 대안 없이 금융 규제를 완화하면 금융위기 발생 시 납세자들이 오히려 더 심각한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연준 “금융 안정 저해하는 정책은 위험”

미 연준의 스탠리 피셔 부의장은 이례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금융위기와 이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벌써 잊은 것 같다”며 “친기업 환경을 조성한다는 명목으로 금융 규제를 완화해 금융시스템 안정을 저해하려는 정책은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규제 완화 움직임이 국제 사회의 정책 공조를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 재무부 차관을 지낸 티모시 아담스 국제금융협회(IIF) 대표는 므누신 장관에게 “만약 질서 있는 청산 권한이 폐지되면 그동안 미국과 금융 규제 분야에서 협조하고 있다고 믿는 다른 국가의 신뢰가 모두 무너질 것”이라는 서한을 보냈다.

앤드루 베일리 영국 금융감독원 원장도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은행 위기를 다루는 방식을 급격하게 바꿀 경우 다른 국가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베일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도드-프랭크법을 재검토하기로 한 결정은 영국 금융당국이 이렇다저렇다 말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지만, 글로벌 표준을 담은 도드-프랭크법 제2장이 폐지돼 위기에 처한 대형 금융사를 처리할 때 파산법이 유일한 해결책으로 남는다면 매우 우려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말 그렇게 되지 않기 원하지만 대마불사 조항이 안 좋은 방향으로 조정된다면 국제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도 했다.

G20 정상회의 금융안전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는 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 역시 “글로벌 금융 규제를 위해 국가 간 조정과 협력이 필요하다”며 “각국 정책 결정자들이 글로벌 규칙을 깨뜨리는 감정적인 접근을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빌로이 데 갈라우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도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해 “경쟁적으로 규제를 완화하려는 유혹에 굴복한다면 모두가 지는 게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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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드-프랭크법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2010년 7월 발표한 금융개혁법안. 대공황 이후 최대 금융개혁법안으로 불린다.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감독 강화, 금융감독기구 개편, 중요 금융회사 정리 절차 개선, 금융지주회사·지급결제시스템 감독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기사: 연선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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