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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만의 최고 저축률… 소비 줄어 내수 침체 우려 고령화·가계부채 증가에 씀씀이 줄이고 저축 늘려
  > 2017년08월 213호 > 파이낸스
한국 경제
19년 만의 최고 저축률… 소비 줄어 내수 침체 우려 고령화·가계부채 증가에 씀씀이 줄이고 저축 늘려
기사입력 2017.08.14 16:14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로 인해 소비는 줄고 저축은 늘어나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1.25%라는 사상 최저 금리에도 가계 저축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올해 한국의 저축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5위를 기록할 전망이다. 불안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가계가 허리띠를 졸라맨 결과다.

금리가 낮아지면 은행에 돈을 넣어도 이자를 많이 받을 수 없기에 투자에 나서게 된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래서 많은 국가들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마이너스 금리라는 극단적인 통화정책까지 나온 이유가 바로 소비와 투자를 늘려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그런데 정작 한국은 초저금리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저축이 늘어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개인들이 저축에 매달려 지나치게 소비를 줄이면, 생산 위축과 고용 감소로 이어져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른바 ‘저축의 역설(逆說)’이다.


한국 저축률, OECD 회원국 중 5위

올해 1분기 우리나라 총저축률은 36.9%로,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3분기(37.2%) 이후 1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총저축률은 국민총처분가능소득에서 최종소비지출을 뺀 부분이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낸다. 총저축률이 오른다는 것은 국민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린다는 뜻이다.

한국의 가계 저축률은 OECD 회원국 중 5번째로 높다. OECD 회원국 중 올해 한국보다 저축률이 높은 나라는 스위스, 룩셈부르크, 스웨덴, 독일 등 4개국뿐이다.

외환위기를 맞았던 1998년 1분기에 우리나라 총저축률은 40.6%까지 치솟았다. 위기 극복 과정에서 경제 구성원들이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였기 때문이다. 당시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연 17.71%까지 올라 저축하면 이자를 많이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와 달리 올 1분기에는 수출 호조로 경제가 6분기 만에 0%대 성장률에서 탈출했고, 저금리로 정기예금 금리가 연 1%대 중반에 불과한데도 소비보다 저축이 늘어 총저축률이 크게 올랐다.

1분기 총저축률을 보면 해마다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2011~2014년 34% 초반대에 머물렀던 1분기 저축률은 2015년 36.4%로 급등했고, 이후 3년 연속 36%대를 보이고 있다. 특히 작년 3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저축률은 35.4%→35.8%→36.9%로 3분기 연속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민간소비 증가율(전 분기 대비)은 0.6%→0.2%→0.4%에 그쳤다. 저축은 늘고 소비는 부진했던 것이다.


‘소득주도성장’에 악영향 가능성

전문가들은 저축률이 높아지는 이유에 대해 다양한 설명을 내놓고 있다.

최문박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경기가 불안하면 미래 소득이 불투명해지므로 돈을 쓰기보다는 저축을 하게 된다”며 “미래 소득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 커져 저금리 상황에도 저축률이 오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도 새로운 사업을 찾지 못하거나, 경제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고 판단하면 투자를 꺼리고 돈을 묶어놓게 된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도 씀씀이를 줄이고 저축은 늘리는 요인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평균 수명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늘면서 노후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세대들이 급격히 저축률을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도 “복지 수혜 대상은 급격히 늘고 있는데, 이를 부담해야 할 젊은층은 확 줄고 있다”며 “노인들 입장에서는 소비하지 않고 돈을 모을 유인이 있다”고 말했다.

136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도 소득 증가가 소비 확대로 직결되지 못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소득이 늘더라도 빚부터 갚아야 한다면 소비할 여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아울러 전월세 가격의 상승세가 저축률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전셋값 폭등이 세입자들에게 저축을 강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같은 저축률 증가 현상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인 ‘소득 주도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소득 주도 성장은 일자리를 늘려 소득을 높여주면 소비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가계 저축률이 높아지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소득이 늘더라도 소비보다는 저축을 하려는 경향 때문에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은 애초 목표한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수 있다.


plus point

고령화 여파… 가계 저축률 2026년엔 ‘마이너스’ 전환

인구 고령화 여파로 10년 뒤에는 국내 가계 저축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소득은 잘 늘지 않으나 의료비 지출 등 소비는 크게 줄이기 힘든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되면서 저축률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2일 발간한 ‘인구 고령화가 가계의 자산 및 부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8.91%인 가계 저축률은 2026년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 2030년에는 -3.68%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가계 저축률은 가계가 저축할 수 있는 금액을 소득으로 나눈 것으로, 지출이 소득을 초과하면 마이너스가 된다.

한은은 가계 저축률이 떨어지는 원인으로 고령화를 지목했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15년 12.8%에서 2030년 24.5%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자가 되면 소득은 감소하지만 의료비나 생활비 등의 지출은 줄지 않아 저축 여력이 떨어진다. 일본도 고령 인구 비율이 1994년 13.9%에서 2014년 25.7%로 높아짐에 따라 가계 저축률이 11.6%에서 -0.5%로 떨어진 사례가 있다.

기사: 김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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