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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구글·GE 등 美 30대 기업 채권시장 ‘큰손’ 부상 <br>보유 회사채 485조원… ‘금리인상 리스크 노출’ 지적도
  > 2017년10월 221호 > 파이낸스
미국 금융시장
애플·구글·GE 등 美 30대 기업 채권시장 ‘큰손’ 부상
보유 회사채 485조원… ‘금리인상 리스크 노출’ 지적도
기사입력 2017.10.16 12:24


애플은 미국 회사채에 179조원을 투자한 채권시장의 큰손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 있는 애플 본사. <사진 : 블룸버그>

세계적인 IT 혁신기업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에서뿐 아니라 미국 채권시장에서도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애플의 회사채 투자 규모는 현금성 자산(현금·단기 예금·머니마켓펀드(MMF)·펀드·주식·채권 포함)의 20%에 이르는 1560억달러(약 179조원)로 집계돼 웬만한 자산운용사보다 많은 돈을 채권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은 사내에 채권 투자 업무를 담당하는 전문 자산운용팀도 신설했다.

8조6000억달러(약 9800조원)에 이르는 미국 회사채 시장에서 대기업들이 ‘큰손’으로 부상했다.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회사채를 발행하는 공급자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기업이 보유한 막대한 현금을 채권에 투자하며 거대한 수요자가 된 것이다.


초저금리로 예금 대신 채권투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기업들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애플·알파벳(구글 모기업)·마이크로소프트(MS)·제너럴일렉트릭(GE)·오라클 등 미국 30대 기업이 보유한 회사채 규모가 4230억달러(약 485조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이들 기업이 국공채에 투자한 자금은 3690억달러였고, 모기지 관련 채권도 400억달러 정도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채권에 투자한 금액은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이나 프랭클린템플턴 같은 전통적인 자산운용사보다 큰 규모다.

기업이 회사채 시장에 주목한 이유는 오랫동안 이어진 저금리 환경 때문이다. 핌코의 제롬 슈나이더 본부장은 “기업들은 이제 MMF에 돈을 넣어서는 자금을 효과적으로 굴릴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과거 기업들은 은행 예금이나 MMF를 활용해 단기 자금을 운용했다. 그런데 금리가 제로(0)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예금과 MMF에 돈을 넣어서는 연 1%의 수익을 얻기도 어려워졌다.

그러는 사이 미국 기업들이 보유한 현금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불어났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미국 비금융 기업들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2조3000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중 30대 기업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조2000억달러 정도로 추정된다. 릭 리더 블랙록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만약 미국 30대 기업의 현금성 자금을 국가 국내총생산(GDP)으로 환산하면 세계 10위 수준”이라고 말했다. 저금리 환경에서 막대한 현금을 운용해야 하는 기업들이 눈을 돌린 것이 예금이나 MMF보다 기대 수익률이 높은 회사채라는 것이다.

대기업들의 채권 투자 붐은 세금을 회피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기업들이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며 채권에 투자하는 게 세금을 부담하는 것보다 유리하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미국 기업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본국으로 송환하지 않고 해외에 두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미국 기업들이 보유한 현금의 70%를 미국 밖에 쌓아놓고 있다고 분석했다. 무디스에 따르면 애플은 보유한 현금 2460억달러 중 94%인 2310억달러를 해외에 두고 있고, MS는 1312억달러 중 95%, 알파벳은 863억달러 중 60%를 각각 해외에 보유하고 있다.

기업들은 해외에 둔 현금으로 미국 채권에 투자한다. 지난 5년간 아일랜드나 버뮤다 등 대표적인 조세피난처 국가가 보유한 미국 회사채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아일랜드와 버뮤다는 미국 회사채를 많이 보유한 10개국 안에 포함된다.


골드만삭스 “회사채 투자 비중 큰 기업 위험”

현금을 본사로 보내지 않고 다른 자산에 투자하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점을 이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는 미국 기업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입에 세금을 부과하지만, 해외에 재투자된 이익에 대해서는 세금 납부를 무기한 연기해준다.

기업들의 채권 투자는 미국 채권시장 강세를 이끌었고, 이는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 감소로 이어졌다.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미국 우량 회사채의 평균 금리는 3.1%로,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기업들의 과도한 채권 보유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미국 물가상승률이 높아지면서 미 연준이 본격적인 통화 긴축에 나설 경우 채권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제이슨 그래닛 골드만삭스자산운용 부본부장은 “애플·오라클·이베이같이 회사채 투자 비중이 큰 기업은 이런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plus point

트럼프표 세제개편안
기업 투자 방식 바꿀 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 블룸버그>

미국 대기업이 채권시장의 큰손으로 등장한 배경에는 35%에 이르는 미국 법인세가 자리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해외에서 번 이익에 대한 과세를 피하기 위해 현금을 본국으로 송환하지 않고 해외에 두면서 미국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처럼 해외에 쌓여있는 현금을 본국으로 돌아오도록 하고, 이 자금이 미국 내 투자 확대와 고용, 임금인상에 쓰여 경제 성장을 촉진하겠다고 공약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약을 실현할 방법으로 법인세 인하를 선택했다. 기업들은 법인세가 대폭 인하되면 해외에 보유한 막대한 현금을 본국으로 들여오는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 행정부와 공화당은 9월 27일, 현행 35%인 법인세를 20%로 낮추는 내용의 세제개혁안을 발표했다. 기업들이 해외에 쌓아놓은 막대한 현금을 미국으로 송금하도록 하는 유인책도 포함됐다. 기업들이 해외에서 번 돈을 본국으로 송환할 때 단일 세율로 한번만 과세하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의 채권 투자 트렌드에도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2조달러에 이르는 해외 축적 자금이 미국에 유입되면 투자 증가와 기업 인수·합병 등이 활발해지면서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사: 연선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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