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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8600개 유통매장 폐점 전망… 작년의 4배 온라인·모바일 쇼핑에 밀려… 첨단기술로 돌파 모색
  > 2017년05월 198호 > 글로벌
오프라인 쇼핑의 위기
올해 8600개 유통매장 폐점 전망… 작년의 4배 온라인·모바일 쇼핑에 밀려… 첨단기술로 돌파 모색
기사입력 2017.05.01 12:56


미국 오하이오주 컬럼비아의 메이시스 백화점 앞 텅 빈 거리. 미국 최대 백화점 체인 메이시스는 매출 부진으로 올해 68개 매장을 폐점할 계획이다. <사진 : 블룸버그>

‘호시절의 창업 열풍이 역풍이 되어 돌아왔다.’ 매출 감소로 폐점이 속출하고 있는 미국 유통업계 이야기다.

미국에서 흔히 ‘브릭앤드모르타르(brick and mortar·벽돌과 회반죽)’로 불리는 오프라인 유통매장의 경영난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소비심리가 위축된 데다 아마존을 필두로 한 온라인과 모바일 쇼핑 업체가 급격히 세를 불린 것도 어려움을 더했다.

아마존은 유통업과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을 통해 미국인의 소비 방식에 일대 혁신을 불러왔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원하는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신속히 구입할 수 있게 된 소비자들은 싫어할 이유가 없지만, 백화점과 대형 마트 등에는 아마존이 ‘공공의 적’이 된 지 오래다.


130년 역사 시어즈 올해 150개 매장 폐쇄

이 같은 상황 변화를 고려해도 올해 미국 오프라인 유통매장의 폐점 속도는 심상치 않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의 최근 발표 내용을 보면, 올해 들어 지난 4월 6일까지 문을 닫은 유통매장 수는 2880개나 됐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이를 바탕으로 미국에서 올해 8600개의 유통매장이 문을 닫을 것으로 내다봤다.

2015년과 지난해에 문을 닫은 미국 유통매장 수는 각각 5077개, 2056개였다. 불과 넉 달 남짓한 기간에 지난해 전체 폐점 수를 넘어선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즈음해 가장 상황이 좋지 않았던 2008년에는 6163개 매장이 문을 닫았다.

오프라인 유통매장의 위기는 백화점과 대형 할인점, 의류 매장 등 업종의 구별 없이 찾아왔다. 캘리포니아주 브리즈번에 본사를 둔 의류업체 베베(bebe)는 지난달 미국 내 170개 매장을 모두 폐쇄하고 온라인 판매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했다. 베베는 한때 벨벳 소재의 운동복으로 인기를 끌며 급성장했다. 하지만 자라(ZARA)와 H&M 등 가격 경쟁력과 시장 대응을 앞세운 패스트패션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지난 4년 반 동안 2억2000만달러(약 2480억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131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의 백화점 체인 시어즈는 올해 42개의 시어즈 매장과 108개의 K마트 매장 등 총 150개 지점을 폐쇄할 예정이다. 또 다른 백화점 기업인 ‘JC페니(JC Penny)’도 올해 안에 미 전역 138개 매장의 문을 닫고, 온라인 플랫폼 강화에 나선다.

전 세계적으로 4400개 점포를 운영하는 신발 할인판매 유통업체인 페이레스(Payless)는 지난 4월 4일 파산신청을 했다. 이에 따라 수익성이 떨어지는 400여개의 점포가 우선적으로 문을 닫게 됐다.

문을 닫는 매장이 빠른 속도로 늘면서 부동산 업계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의 전망대로 올해 8600개의 유통매장이 문을 닫을 경우 김포공항 부지 면적의 두 배에 달하는 1357만㎡의 쇼핑 공간이 매물로 나오게 된다.


지나치게 큰 매장도 경쟁력 약화 요인

대표적인 명품 쇼핑 거리인 뉴욕 맨해튼 5번가가 활기를 잃어가는 것도 오프라인 유통매장의 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버그도프 굿맨, 티파니, 루이뷔통 등 이곳의 명품 매장들은 비싼 임대료와 부진한 매출의 이중고로 몸살을 앓고 있다.

‘폴로’ 브랜드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랠프 로런은 얼마 전 간판이나 다름없던 5번가의 3층짜리 ‘폴로’ 플래그십 매장의 문을 닫겠다고 발표했다. 소비 성향 변화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정책 여파로 관광객도 줄면서 운영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랠프 로런에 앞서 케네스콜, 주시 쿠튀르 등도 근래 들어 이 거리에서 조용히 사라졌다.

부동산 중개업체 브로커리지 쿠시맨&웨이크필드(C&W)는 최근 보고서에서 “뉴욕 5번가에서도 ‘쇼핑 특구’로 불리는 49~60번길(street)에서 임대를 내놓은 상점 비율이 15.9%로, 5년 전 6.1%보다 크게 높아졌다”고 전했다. 부동산 데이터 및 분석회사인 레이스의 바바라 덴햄 이코노미스트는 “임대료와 수익 측면에서 5번가의 매장들은 수지를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3월 소비자신뢰지수는 125.6으로 기록해 2000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있는데도 오프라인 유통매장의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것에는 온라인과 모바일 쇼핑의 급성장이 큰 몫을 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이보다 뿌리가 깊다.

1980년대 들어 미국 경제가 전에 없는 호황을 맞으면서 유통업계의 창업 경쟁은 과열 양상을 띠고 있고, 당시 형성된 거품이 꺼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패션 멀티숍 프랜차이즈 어반아웃피터스의 리처드 헤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투자 전문가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시 상황을 회고하며 “수천 개의 매장이 문을 열면서 임대료가 치솟았다. 부동산 거품 형성 과정과 비슷하게 (유통매장에도) 거품이 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유럽이나 일본에 비해 미국의 매장 규모가 훨씬 큰 것도 거품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공간이 커지면 관리비도 늘어난다. 경쟁이 치열해진 패션업계에서 이로 인한 비용 증가는 미국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인이 됐다.

캘빈클라인과 토미힐피거 등 패션 브랜드를 거느린 PVH코퍼레이션의 매니 치리코 CEO는 이와 관련해 “남성용 정장 바지 한 벌의 판매 가격이 10년 전보다 오히려 싸졌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업체들이 ‘매장 방문을 선호하는 고객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로 신속하게 대응에 나서지 않은 것도 문제를 키웠다. 크레디트스위스는 “2015년 연말 성수기에 판매 실적이 좋지 않았을 때 업계에서는 유난히 따뜻한 겨울 날씨 탓으로 돌리는 분위기였다”면서 “지난해 연말에도 좋지 않은 상황을 경험하고 나서야 유통업계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꼬집었다.

그렇다고 쇼핑족들이 매장을 직접 방문해 물건을 고르는 재미를 포기한 건 물론 아니다. 하지만 직장생활과 육아 등으로 바쁜 이들에게 오프라인 쇼핑은 자주 누리기 힘든 ‘호사’일 수 있다. 온라인과 모바일 쇼핑으로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이 늘면서 매장에서는 구경만 하고 구입은 온라인을 통해 하는 알뜰족이 늘고 있는 것도 악재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만든 휴머노이드 ‘페퍼’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 부근의 대형 쇼핑몰 ‘b8ta’에서 고객을 안내하고 있다. <사진 : 소프트뱅크>

사진으로 원하는 제품 찾는 ‘시각 검색’ 각광

뒤늦게 정신을 차린 오프라인 쇼핑 시장은 온라인과 모바일 사업을 강화하는 한편 오프라인 매장에서 다양한 첨단 기술을 접목하며 재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O2O(온·오프라인연계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는 ‘비콘(Beacon)’ 기술이다. 비콘은 근거리 통신기술을 이용해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 생활에 필요한 할인, 이벤트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보내주는 서비스다.

비콘 관련 앱을 다운받은 스마트폰 사용자가 매장 내 50m 이내로 접근하면 메세지가 자동 전송된다. 의류매장 앞을 지나치는 순간 스마트폰 효과음이 울리며 해당 매장의 할인쿠폰이 담긴 메시지가 전송되는 식이다.

비콘 기술 도입은 국내에서도 활발하다. 롯데백화점은 2014년 자체 개발한 비콘을 본점, 잠실점, 인천점에 설치해 해당 앱을 설치한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 행사 정보, 할인쿠폰 등을 제공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부터 중국인 관광객 공략에 비콘을 도입, 활용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첨단기술 도입에도 속도가 붙었다. 미국의 명품 백화점 니먼 마커스는 AI 기반의 ‘시각 검색’(비주얼 서치·Visual Search)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이 자체 앱을 통해 어떤 것이건 원하는 물건의 사진을 올리면 그것과 최대한 비슷한 상품을 찾아 보여준다. 니먼 마커스는 고객의 40%가량이 연 소득 20만달러 이상의 중산층, 미국을 대표하는 최고급 백화점 중 하나다.

글로벌 컴퓨터 소프트웨어업체 어도비는 지난해 매장에 비치된 거울 형태의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통해 고객 몸에 맞는 의복을 추천해주는 AI 연동 서비스를 시연했다. ‘디지털 미러’로 고객의 체형과 사이즈를 분석한 뒤 재고 목록에서 이상적인 상품을 검색해 추천한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로봇 점원’의 도입으로 볼거리를 제공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만든 휴머노이드 ‘페퍼’는 지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 팔로알토 부근의 대형 쇼핑몰인 b8ta에서 접객 업무를 맡았다. 페퍼는 사람과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이 돼 있어 인간의 감정을 읽고 그에 대해 반응한다. 일본에서는 이미 수천 대의 페퍼가 판매돼 커피 전문점에서 커피를 내리거나 은행에서 고객 안내 및 금융상품을 설명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대화형 AI 플랫폼 전문 기업 마인드멜드는 유니클로의 AI 채팅봇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개발이 완료되면 유니클로 매장을 찾은 고객은 애플 아이폰에 탑재된 AI 음성 비서 ‘시리(Siri)’의 안내에 따라 원하는 상품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빅데이터 기반의 AI를 통해 방대한 고객 관련 정보의 축적과 관리가 가능해지면서 고객 관계 관리의 중요성도 한층 높아졌다. 과거 쇼핑 기록과 동선, 특정 매장에 머무는 시간 등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마케팅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매장 안에서 판매를 저해하는 요인을 찾아내 공간이나 인력 운영, 재고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목적으로도 쓰임새를 넓혀갈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같은 변화 노력에 수반되는 부작용도 있다. 효율성이 높아지면 상대적으로 적은 인력으로도 매장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대규모 인력 감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7일 발표된 미국 노동부 보고서를 보면, 미국 소매업계에서 3월에만 3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스마트폰 기반의 AI 음성 비서가 유통업체의 앱과 연동되면서 앞으로 매장 관리 인력은 큰 폭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정보기술(IT) 전문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2020년까지 유통 분야에서 고객과 상호작용의 85%가 인간의 개입 없이 AI를 기반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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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신뢰지수(consumer confidence index) 미국 경제상태를 나타내는 경기선행지수의 하나로 미시간대학과 민간경제기관인 콘퍼런스보드가 현재의 지역경제 상황, 고용상태와 6개월 후의 지역경제, 고용 및 가계수입에 대한 전망을 설문 조사해 발표한다. 1985년 평균치를 100으로 잡아 증감 비율로 표시한다.
패스트패션(fast fashion) 최신 유행 디자인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패션 사업을 말한다. 유행을 따르고 가격이 싸기 때문에 신제품 출시 주기가 매우 짧은 것이 특징이다. 주문 즉시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fast food)같이 빠르게 만들어져 소비된다는 의미에서 패스트패션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스페인 자라를 포함해 스웨덴 H&M과 미국의 GAP, 일본 유니클로가 대표적이다.

plus point

아마존 공세에도 끄떡없는 자라(ZARA)의 성공 비결

스페인 패션 브랜드인 ‘자라’를 보유한 인디텍스 그룹의 아만시오 오르테가 회장은 얼마전 인디텍스 주가 급등에 힘입어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를 밀어내고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세계 부호 순위에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자라를 포함해 8개 의류 브랜드를 보유한 인디텍스의 지난해 회계연도 매출은 233억1100만유로(약 28조원), 순이익 31억5700만유로(약 3조9000억원)를 돌파해 각각 전년 대비 10%, 12% 성장했다.

오르테가 회장은 ‘대량 주문 생산의 시대’ 가올 것을 직감하고 일찌감치 시장과 고객의 변화에 빠른 대응 방법을 모색했다. 원자재 구매와 디자인, 제작, 유통, 판매 등을 수직통합해 생산주기를 2주로 앞당겼다. 또한, 인건비가 조금 높더라도 주요 시장 인근에 생산 공장을 건설해 조달과 배송 지연에 따른 비용, 세금·환율·규제 관련 비용을 낮추면서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 이는 재고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인디텍스는 광고하지 않는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일반 의류 업체의 평균 마케팅 비용은 전체 비용의 3~4%를 차지하지만, 인디텍스는 1%도 되지 않는다. 인디텍스는 광고 비용을 줄여 제품 가격을 낮추는 것이 판매에 더 좋은 유인이 되고, 별도의 광고 없이 매장 운영과 서비스를 통해 많은 소비자에게 충분히 브랜드를 알릴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기사: 이용성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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