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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주도 AIIB, 출범 1년 만에 회원국 수 ADB 추월 위기 느낀 일본‘기술지원 기금’설립하며 기 싸움
  > 2017년05월 201호 > 글로벌
동남아 인프라 시장 中·日 경쟁
中 주도 AIIB, 출범 1년 만에 회원국 수 ADB 추월 위기 느낀 일본‘기술지원 기금’설립하며 기 싸움
기사입력 2017.05.23 12:19


중국 베이징 AIIB 본부의 로고(왼쪽)와 필리핀 마닐라 ADB 본부의 로고. <사진 : 블룸버그>

“수준 높은 인프라 공급을 위해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역할을 강화할 것이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

“나는 중국인이고 애국심이 강하지만 편협한 국수주의자는 아니다. 미국과 일본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은 언제든 환영이다.” (진리췬(金立群) AIIB 총재)

8조2000억달러(약 9266조원)에 달하는 아시아 인프라 시장을 둘러싼 세계 2위 경제 대국 중국과 3위 일본의 기 싸움이 한창이다. 지난해 1월 중국 주도로 출범한 국제금융기구 AIIB가 급격히 세를 불리면서 일본 주도의 ADB를 긴장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ADB는 일본이 1966년에 미국과 함께 설립했다. 역대 총재가 모두 일본인이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일본이 주도해 아시아 지역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우리나라도 설립 당시부터 회원으로 참여해 왔다.


AIIB 회원국 수 올해 말 85개국 전망

AIIB 출범 준비가 한창이던 2년 전만 해도 나카오 다케히코(中尾武彦) ADB 총재는 “AIIB가 ADB와 견줄 정도로 성장하기까지 수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AIIB는 출범 후 1년이 조금 넘은 지난 3월, 캐나다와 홍콩, 벨기에 등 13개국을 신규 회원으로 받아들이며 회원국 수에서 51년 전통의 ADB(67개국)를 넘어섰다. 이어 지난 14일에는 칠레, 그리스, 루마니아, 볼리비아 등 7개국의 회원가입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AIIB 회원국은 77개국으로 늘었다. 주요 7개국(G7) 중 AIIB 회원이 아닌 나라는 미국과 일본뿐이다. 우리나라는 창립회원국으로 AIIB에 참여했다. 지분율은 3.81%로 중국, 인도, 러시아, 독일에 이어 5위다.

진리췬 AIIB 총재는 같은 날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상포럼’에 참석해 “올해 말까지 회원국 수가 85개국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AIIB의 영향력 강화에 위기감을 느낀 일본은 이에 앞서 지난 7일 ADB에 ‘고도기술지원기금’ 설립을 위해 앞으로 2년간 4000만달러(약 452억원)를 출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아직까지 중국에 앞선 기술력을 앞세워 중국 주도의 AIIB와 선을 긋기 위해서다. 아소 부총리와 나카오 총재 등 일본 경제 관료들이 ADB의 경쟁력을 언급할 때마다 ‘수준 높은 인프라’를 언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은 ADB 회원국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는 스모그 발생 원인 지역으로 지목받고 있는 허베이 성의 연간 석탄 소비량을 1200만t 이상 줄이기 위해 2015년 ADB로부터 3억달러(약 3390억원)를 빌리기도 했다. 하지만 AIIB 출범 이후 ADB 행사에 중국 관료가 불참하는 경우가 늘면서 중국이 ‘ADB 힘 빼기’에 나섰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파키스탄 고속도로 사업에 공동 투자도

중국은 지난 4일부터 사흘간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ADB 연차총회에 관례를 깨고 서열이 낮은 인사를 참석시켜 이 같은 의혹을 증폭시켰다. 통상 이 자리에는 각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가 참석하지만, 중국은 재무차관과 인민은행 국제국 부국장을 대신 참석시켰다.

ADB와 AIIB는 역할에 있어 차이도 크다. AIIB의 설립목적은 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댐, 도로, 항만 등 인프라 건설 자금을 저리로 융자해 지역 경제를 발전시키는 데 있다. 빈곤 퇴치도 중요한 목적이지만 인프라 건설로 경제가 살아나면 빈곤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진 총재의 설명이다.

ADB도 아시아 지역의 인프라에 투자하고 있지만 보건, 의료, 빈곤퇴치 등 활동 반경이 광범위한 까닭에 인프라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그런데도 일본이 AIIB의 급성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건 AIIB 설립의 중요한 의도가 중국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 중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돈줄’을 대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 때문이다.

일대일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처음 제시한 전략으로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一帶)와 동남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一路)를 통칭한다.

일대일로 선상에 있는 60여개 국가의 인구는 약 44억명으로 전 세계 인구의 63%, 경제 규모는 21조달러(약 2경4000조원)로 전 세계의 29%를 차지한다. 영국의 글로벌 자산관리 기업 유라이즌 SLJ캐피털은 지난해 8월 보고서에서 일대일로의 경제 가치가 1조4000억달러(약 1582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과 일본은 일대일로 계획에 중국 중심의 경제권을 만들려는 패권적 의도가 숨어있다는 이유로 AIIB를 비판해 왔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중국은 추진 과정에서 유엔(UN)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비롯한 기존 국제기구의 원칙들을 지킬 것이며 (일대일로에 참여하는) 개발도상국들과 작은 이익을 두고 다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같은 신경전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으로 두 기구 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데는 중국과 일본 모두 이견이 없다. ADB는 아시아의 인프라 수요가 앞으로 15년간 26조달러(약 2경938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서로 힘을 합쳐도 감당하기 버거울 만큼 엄청난 규모다.

두 기구는 지난해 5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ADB 이사회에서 협력 증진을 위한 양해각서에 서명한 바 있다. 양측은 이에 따라 고위 자문회의와 자료 교환 모임을 정기적으로 갖기로 합의했다. 이어 파키스탄 펀자브 주의 쇼르코트에서 카네왈까지 64㎞ 구간에 건설 중인 ‘M4 고속도로’ 프로젝트에 각각 1억달러씩 공동으로 자금을 대기도 했다.

지난 16일에는 중국통으로 알려진 집권 자민당의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이 일본의 AIIB 가입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일본의 AIIB 가입 여부에도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니카이 간사장은 ‘일대일로 정상포럼’ 참석차 베이징을 방문해 시 주석을 만나고 돌아와 가진 기자회견에서 “(AIIB) 참여를 얼마나 빨리 결정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해 일본이 AIIB 가입을 준비 중임을 시사했다.

기사: 이용성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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