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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영상 등 틈새시장 공략, 작년 매출 4조원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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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성장기업 13] 미국 로퍼테크놀로지
의료 영상 등 틈새시장 공략, 작년 매출 4조원 넘어
기사입력 2017.09.18 14:42


로퍼테크놀로지 자회사 트랜스코어가 개발한 도로 통행 요금 자동 징수시스템. 무선인식(RFID) 리더기와 안테나를 이용해 유료도로의 통행료를 실시간으로 징수한다. 오른쪽은 브라이언 젤리슨 로퍼 CEO. <사진 : 유튜브 캡처, 위키피디아>

로퍼테크놀로지(Roper Technologies)는 19세기 말 조지 로퍼가 창립한 회사다. 공업용 펌프, 농업용 관개 펌프, 가정용 전자제품 등을 제조했다. 법인의 형태로 설립된 것은 1981년이다. 로퍼는 21세기 들어 변신했다. 제너럴일렉트릭(GE) 출신의 브라이언 젤리슨이 2001년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했다. 그는 인수·합병(M&A) 전략으로 소프트웨어, 공업용 기기 등 여러 분야의 틈새 시장에서 독보적인 첨단 기술을 보유한 종합 대기업으로 회사를 재구성했다.

젤리슨의 전략은 인수한 기업에서 창출되는 현금으로 새로운 기업 인수를 계속하는 것이다.


디지털 영상처리 분야가 매출의 36% 차지

미국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한 분야에 치우친 사업을 재정비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이익을 내는 기업을 정해 인수하고, 그 기업이 창출하는 현금을 다른 기업 인수에 사용하는 핵심 전략이 성공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주가도 꾸준히 상승해 역대 최고 수준이다.

로퍼는 기업의 일반적인 모습과 달리 △의료·과학 영상 처리 △RF(무선주파수) 기술·소프트웨어 △산업용 기술 △에너지 시스템 등 사업 분야가 광범위하다. 또 인수한 기업이 독자적인 경영을 유지한다는 특징이 있다. 의료·과학 영상 처리 분야에 20개 기업, RF 기술·소프트웨어 분야에 12개 기업, 산업용 기술 분야에 8개 기업, 에너지 시스템 분야에 9개 기업이 소속돼 있다.

2016년도 매출액을 보면 고성능 디지털 영상 처리 기기를 판매하는 의료·과학 영상 처리 분야가 13억6000만달러(약 1조5368억원)로 전체의 36.0%를 차지한다. 유료 도로의 자동 요금 징수 시스템이나 카드 리더기 등 RF 기술·소프트웨어 분야는 12억1000만달러(31.9%), 계측기와 펌프 등 산업용 기기가 7억7000만달러(18.6%), 진동 감지나 비파괴시험계측장치 등 원유·천연 가스 굴착 현장에서 사용되는 에너지 시스템이 5억1000만달러(13.5%)다.

이처럼 로퍼는 여러 분야의 각종 틈새 시장에서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생산하는 사업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시대적 흐름에 맞춰 성장하기에 유리하다.


트럼프 정부 석유·교통정책이 호재로 작용

로퍼는 셰일 오일을 증산하겠다는 트럼프 정부의 에너지 정책으로 실적이 더 좋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셰일 오일 생산이 늘어나면 굴착에 사용되는 성분시험장치, 펌프, 비파괴 시험장치의 매출이 증가한다. 또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이 유가 안정을 위해 원유 생산량을 감축했다. 미국 셰일 오일 업체들은 이 틈을 타고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생산량을 늘리려 한다. 연방정부 소유의 부지에서 셰일 오일 개발을 추진한다는 트럼프 정부의 새로운 정책도 로퍼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공약인 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 사업을 민영화하거나 민·관이 제휴하는 방법으로 변경하려 한다. 이 계획엔 미국 전역에서 운영되는 공영 유료도로 운영을 민간에 위탁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로퍼가 2004년 인수한 자회사 트랜스코어는 일리노이와 플로리다, 뉴욕 등 주 정부가 운영하는 유료도로에 자동요금 징수 시스템을 납품하고 운영한 경험이 있어 사업권 획득에 유리하다.

트랜스코어는 1938년부터 유료 도로의 톨게이트를 위탁받아 요금을 징수하는 사업을 해 왔다. 이 노하우에 무선 IC(집적회로) 태그 도입, 요금을 내지 않고 가는 차량의 번호판을 식별할 수 있는 고성능 디지털 영상처리 등 로퍼의 기술력이 융합돼 비용을 절감했다. 트랜스코어는 미국 전역의 톨게이트에서 무인 시스템으로 하루평균 하루 평균 2300만번 넘게  요금을 징수한다.

의료 분야에서도 로퍼 제품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 병원에서도 디지털 제품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로퍼의 영상 진단·검사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기술력이 뛰어나 실적 성장을 이끌고 있다. 특히 암 방사선 조사(照射) 수술에서 3차원으로 환부를 측정해 신체에 상처를 최대한 입히지 않도록 하는 장치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해 도시의 공공 기능을 네트워크화해 자동으로 처리하는 ‘스마트 시티’ 시대가 다가오는 것도 실적 전망을 밝게 한다. 로퍼의 수도 사용량 자동 검침 기술이 우수해 매출 증가가 예상된다.

로퍼는 리스크 분산을 위해 해외 판매에 힘을 쏟고 있다. 전체 매출액 중 미국 이외의 국가가 차지하는 비율은 3분의 1 수준이다. 또한 로퍼는 인수·합병만이 아니라 자체 개발 역량도 강화하고 있다. 신제품 개발을 위해 2016년도에 연구비로 2억달러(약 2260억원)를 투자했다. 2014년 1억5000만달러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plus point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주력사업 방향 전환

과거 로퍼의 주력 사업은 기기나 장치를 제조하는 것이었지만, 최근 인수한 기업은 소프트웨어에 특화된 경우가 많다. 아데란트는 전사적자원관리(ERP)의 일부인 법무 소프트웨어를 공급한다. 대형 로펌에서 직원이나 자금 배분을 관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인기가 많다. 호라이즌 소프트웨어는 대형 금융회사의 비즈니스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판매한다. ING나 노무라증권 등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호라이즌은 또 학교나 요양원의 식당에서 사용되는 POS(판매시점 정보관리시스템) 점유율이 높다.

로퍼는 지난해 말 델텍을 28억달러에 인수했다. 이 회사는 대형 프로젝트에서 경영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하는 고객사에 대해 ERP 소프트웨어를 클라우드 기반으로 제공한다. 연방정부나 주정부, 건설사 등을 대상으로 점유율이 높다.

로퍼는 △의료·과학 영상 처리 △RF(무선주파수) 기술·소프트웨어 △산업용 기술 △에너지 시스템 등 4대 분야에서 모두 올해 실적이 작년을 웃돌고 있다. 인수·합병 전략이 성공하고 있지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 부채가 62억달러나 돼 한 곳에서 현금 흐름이 문제가 생기면 이 부채가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기사: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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