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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빛 섬진강과 진한 매향(梅香) 속 초봄의 여유 별미도 풍부… 벚굴·광양불고기·재첩국 등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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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광양
옥빛 섬진강과 진한 매향(梅香) 속 초봄의 여유 별미도 풍부… 벚굴·광양불고기·재첩국 등 인기
기사입력 2017.03.06 15:01


눈 속에서 꽃망울을 활짝 터트린 전남 광양의 매화꽃. <사진 : 이우석>

“앗따, 오늘 아침 매화 가지를 봉께로 쬐깐한 거시 톡톡 맺힝 게 한 일주일이믄 금세 터져불랑갑소, 광양에 한번 안 올랑가? 싸게 내려오씨요.” 광양에서 전화가 왔다. 꽃망울이 터질 텐데 왜 아직 쌀쌀한 서울에 있냐고 한참 호들갑을 떤다.

한반도 땅끝 쪽에 벌써 땅이 새풀 옷을 입었다. 스멀스멀 연둣빛이 메마른 땅을 덮고, 앙상한 가지는 새하얀 팝콘 같은 꽃망울을 툭툭 틔운다. 반가운 계절, 반가운 사람, 반가운 꽃을 만나러 부푼 기대를 안고 한달음에 달려갔다.

빛 광(光)에 볕 양(陽)을 쓰는 ‘빛의 고장’ 광양. 과연 봄볕 따뜻하니 좋다. 광양은 멀다. 그래서 일찌감치 봄마중 나가기 좋은 곳이다. KTX고속열차를 타면 3시간이면 닿는다. 순천역에서 내리면 광양 땅이 가깝다. 여수엑스포역에서 이순신대교를 건너면 광양이다. 고속열차 덕에 서울과 봄이 더 가까워졌다.


따가운 햇살에 영그는 매화 꽃망울

점심 녘, 비로소 광양 땅에 섰다. 이곳엔 더 이상 흐릿한 회색 겨울바람은 없다. 그냥 서서는 30분도 채 버티지 못 할 만큼 따가운 햇살이 물벼락처럼 쏟아진다. 광양 다압면에는 봄의 전령사 매화가 다다닥 터지는 중이다. 가녀린 가지에 올망졸망 영근 꽃망울은 잠시 한눈파는 새 진한 향기를 뿜어내며 툭툭 터진다. 겨우내 꽝꽝 얼어붙었을 다랑논도 수채화 팔레트처럼 색색으로 물들었다. 제법 꽃밭 같다.

산에는 옥룡사지 동백이 새파란 이파리 사이로 새빨간 얼굴을 내보이고, 배알도 물속에는 투실투실한 벚굴이 봄 향기를 가득 품고 잠겨 있다. 햇볕이 두 번 겹치는 광양(光陽) 이야기다.

매(梅)도 먼저 맞는 게 낫다. 맞는 게(彼打) 아니라 맞는다(迎). 광양 다압면 매실마을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꽃마을이다. 3월이면 옥색 물빛 고운 섬진강을 바라보는 산사면이 죄다 매화 천지다. 화무십일홍, 봄꽃은 도둑처럼 슬쩍 다녀간다. 긴장하지 않으면 가고 없다. 제 아무리 광양 매화래도 피는 순서는 모두 다르다. 가장 먼저 피는 매화는 매실마을 가기 전 소학정 앞 매화 고목 한 그루. 나이 든 나무가 시사회를 자처한다. 2월 말 창백한 꽃을 이미 피워냈다.

3월에는 매실마을에 매화가 일제히 피어난다. 매화는 만개했을 때도 좋지만 메마른 가지에 꽃반지가 하나둘씩 맺혀가는 모습도 충분히 곱다. 사군자도(四君子圖)에도 만개한 모습이 아니라 이른 봄에 하나씩 터져오르는 설중매를 그린다.

매실마을 나지막한 언덕을 오른다. 봄볕 한창인 고불고불한 길은 ‘꽃의 나라’로 들어가는 길이다. 하늘 향해 양팔 벌린 숲 속 꽃망울에 붙은 가지에 눈을 팔면서 걷는다. 길을 놔두고 꽃나무 사이로 숨어들었다. 진한 매향(梅香)이 몽환적이다. 끝도 없이 펼쳐진 장독대 너머 굽이치는 섬진강이 옥빛을 뿜고 있다. 너무 바쁜 세상에서 살다가 이곳 광양에 와서 봄의 여유를 즐기자니 마냥 좋다. 그냥 아무것도 안 해도 호사요, 내가 선 곳이 천국이다.



언제나 손님들로 붐비는 왕창국밥의 돼지국밥. <사진 : 이우석>

눈과 입이 모두 즐거워

남도 땅을 굽이치며 흐르는 섬진강은 요즘 봄이 흐르는 강이다. 진안 데미샘과 순창 강천산에서 흘러나온 섬진강은 광양 땅 망덕포구에 이르러 비로소 바다와 만난다.

백운산과 남해바다, 섬진강이 만나는 망덕포구에서 기나긴 노정을 멈춘 강물은 이곳에서 또다시 새로운 생명을 잉태한다. 벚굴이다. 망덕포구 앞 조그만 섬 배알도에 요즘 벚굴을 찾는 봄 손님들이 많다. 배알도 벚굴은 강굴이라고도 하는데 민물과 짠물이 만나는 곳에서 난다 해서 강굴, 벚꽃이 필 무렵 맛있다 해서 벚굴이다. 웬만한 운동화 만한 크기에 놀라고 싱그러운 향 가득 머금은 그 진한 맛에 다시 한번 놀란다. 이른 봄에만 맛볼 수 있어 더욱 귀하다. 굴을 입에 넣으면 제 스스로 기어가듯 금세 꿀떡 넘어간다.

볕 좋은 봄의 길목에 광양이 있고 그 안에는 광양불고기가 있다. 조선시대에 이미 ‘천하일미 마로화적(天下一味 馬老火炙)’이라 해 광양(옛 이름 마로)불고기가 맛있다고 소문났다. 미리 재놓지 않고 굽기 직전에 바로 양념을 해서 굽는 것이 다른 지역 불고기와 다르다. 구리석쇠를 써야 하고 반드시 백운산 참나무숯을 쓴다는 것도 이 지역의 불문율이다.

백운산에는 석쇠에 구워주는 닭구이도 있다. 옥룡계곡에 닭구이집이 많이 몰려 있다. 숯불에 익힌 껍질은 바삭하고 촉촉한 살은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닭한마리를 주문하면 먼저 닭회를 내온다. 연분홍색 가슴살을 썰어 채소와 함께 무쳐 내고 생모래집을 반씩 잘라내 곁들였다. 가슴살 닭회는 부드럽고 달달하다. 가슴살은 원래 지방이 거의 없어 익히면 뻑뻑하다. 그래서 회로 먹는다. 숯향과 매실향이 밴 닭고기가 참 맛있다. 살짝 구우니 껍질이 바삭해지고 살은 부드럽다.

광양에서는 맛있는 안주거리가 많아 술도 잘 들어간다. 그래도 걱정 없다. 든든한 해장국이 넘쳐난다. 청명한 계곡에서 잡은 피라미를 칼칼한 양념에 한소끔 끓여낸 피리탕도 좋고, 섬진강 재첩국도 숙취를 말끔히 걷어준다. 눈, 코, 귀, 입…. 이래저래 봄을 즐겼다. 먹어봄, 즐겨봄, 놀아봄, 꽃을 봄…. 그래서 이 할 것 많은 계절을 봄이라 부르나보다.


▒ 이우석
성균관대 미술교육학과, 여행기자협회 회장, 14년째 여행·맛집 전문 기자로 활동 중


TIP 여행정보
먹거리 푸른산장에는 닭숯불구이 외에도 흑염소숯불구이, 바비큐 등 다양한 메뉴가 있다.(061)762-0033, 깔다구회와 졸복으로 유명한 망덕포구 하나로횟집. (061)772-3637. 옥곡장에서 가장 유명한 국밥집은 시장국밥이다. 20년 넘도록 장터의 맛을 지켜왔다. 시원한 국물의 돼지국밥과 섬진강 갱조개(재첩)로 끓여낸 재첩국밥을 모두 판다. (061)772-5052. 손님들이 밤낮없이 가득 차는 왕창국밥은 광양읍에 있다. 깔끔하고 시원한 돼지국밥을 푸짐하게도 말아낸다.(061)762-4870. 한우 육회와 생고기를 파는 옥룡면 유정정육식당은 현지인들이 즐겨찾는다.(061)763-6077. 명산 계곡에서 나는 피라미를 칼칼하게 끓여내는 옥룡면 옴서감서.(061)762-9186. 광양불고기집은 광양읍 서천변에 오래전부터 자리를 잡은 집들이 많다. 시내식당(061)763-0360, 대중식당(061)762-5670, 삼대광양불고기(061)762-9250. 중동 미가한정식은 상에 그득 차려나오는 남도 밥상을 맛볼 수 있는 곳.
광양 김과 벌교 꼬막. 백운산 나물 등을 사용한 국과 찬 모두 맛있다.(061)791-2088. 진상면 수어호 옆 수어산장은 메기매운탕으로 소문났다. 수어호 맑은 물에서 잡아올린 통통한 메기를 진하게 끓여내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061)772-1470.
문의 광양시청 문화관광과(061)797-2731, 2857.

둘러볼 만한 곳 청매실농원은 매실명인 홍쌍리 여사가 40여년 전부터 시아버지(율산 김오천옹)가 가꾼 밤나무밭을 국내 최초의 매실 농원으로 조성한 이래, 수천그루의 매화숲이 조성돼 있는 곳.
섬진강변에 위치한 터도 좋고 동선을 고려한 조경도 좋아 매년 봄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다. 매실청과 매실차 등 다양한 매실 상품도 판매한다.
기사: 이우석 스포츠서울 여행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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