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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수요 충족하며 미래 사업 동시에 개발 ‘예측’ 따르지 말고 ‘실험’ 한 후 전략 세워야
  > 2017년03월 192호 > 위클리비즈 인사이트
파괴적 혁신 시대의 기업 생존 전략
기존 수요 충족하며 미래 사업 동시에 개발 ‘예측’ 따르지 말고 ‘실험’ 한 후 전략 세워야
기사입력 2017.03.20 16:30


파괴적 혁신을 위해서는 기존 모델에 투입된 자원을 새로운 역량 개발을 위해 균형 있게 분배해야 한다.

자동차 산업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기록적인 매출과 수익을 기록한 데 이어 미래 기술 도입으로 연일 화제다. 소비자의 새로운 요구는 새로운 서비스로 이어지고 있다. 자동차와 거리가 멀었던 기업들도 커넥티드 소프트웨어, 인공지능(AI), 대체 연료, 공유 모빌리티 네트워크를 무기로 앞다투어 자동차 산업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자율주행차 기술 경쟁을 펼치고 있는 구글과 애플, 전기차 기술로 미래 자동차 시장을 선점하려는 테슬라, 협력적 소비라는 새로운 모델을 내세운 우버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시장 진입 기업들에 지금의 산업 전환기는 기회다.

하지만 이번 전환은 기존 자동차 기업들에 불확실성을 추가하고, 존재 자체를 위협하는 도전일 수 있다. 다른 산업에서도 기존 기업들이 새로운 기업들의 도전에 경쟁 우위를 빼앗기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2007년만 해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노키아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었다. 50% 이상의 시장 점유율과 함께 기록적인 매출을 올리던 노키아는 2007년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iPhone)’을 발표하며 급격히 위상을 잃었다. 스마트폰 비즈니스 모델에서 결정적인 변곡점을 놓친 노키아는 급속도로 추락했다.



코닥은 전통적인 필름 카메라 사업에 몰두한 결과, 이전의 명성과 지위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사진 : 블룸버그>

자동차 산업 규제 탓에 변화 느려

보험 시장 또한 파괴적 변화를 겪는 중이다. 전통적 보험 회사들은 고객에게 온라인 경험을 제공하거나 보험 상품 가입을 권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보험사 ‘디스커버리(Discovery)’나 중국 ‘핑안(Ping An)보험’처럼 소규모, 신생 기업들은 달랐다. 연결된 데이터를 사용해 수익성 높은 고객을 파악하고 보험을 계약했다. 자동차보험과 건강보험 상품을 사물인터넷을 통해 고객 일상에 연결하는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도입에 적극적이었다. 주요 대형 보험사들 역시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핵심 비즈니스 영역에서는 요원한 편이다.

파괴적 혁신은 여러 산업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은행 업계는 고도로 디지털화된 사업 모델이 지점망을 파괴하고 있다. 에너지 산업에서도 스마트 그리드, 재생에너지, 최신 배터리 기술이 수익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케이블 TV 업계에서는 이제 콘텐츠 제작 업체가 직접 고객에게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기업의 기존 역할과 모델 자체가 붕괴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모든 산업이 동일한 형태나 방식으로 변화하는 것은 아니다. 산업군마다 속도 차이가 분명한데, 어떤 산업에서는 규제와 같은 장애 요인들이 상대적으로 변화를 더디게 만들고 있다.

대표적 분야가 자동차 산업이다. 전기차가 도입되려면, 세제 혜택이 증가하는 한편, 전기충전소 등 제반 조건들이 만족돼야 한다. 또한, 여기에 경제성이 확보될 수 있는 기술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자율주행차 역시 오류 방지 기술, 규제 허가, 소비자 이동성에 대한 사고방식 전환 등 다양한 문제들이 해결돼야 한다. 차량 공유 모델 역시 마찬가지다.



도요타 직원들이 수소연료전지차 ‘미라이’를 조립하고 있다. 도요타는 수소연료전지 특허를 공개해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촉진했다. <사진 : 블룸버그>

코닥, 성공한 사업에만 몰두해 실패

느린 변화 속도는 산업 참여자들이 ‘산업 전환’에 대해 민감하게 생각하지 않도록 한다. 단기적으로 기존 비즈니스 모델은 여전히 힘을 발휘해 수익을 만들어낼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산업 전환이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기존 비즈니스 모델에 무한정 의지한다면 장기적 수익은 기대할 수 없다.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기존 모델에 투입된 리소스를 새로운 역량 개발을 위해 균형 있게 분배해야 한다. 성공한 대기업들이 겪는 큰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이 균형점을 찾는 것이다. 수십 년 넘게 동일한 비즈니스로 성공해왔지만, 이제 ‘하나 더’ 또는 그 이상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 수요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양손잡이’가 돼야 할 시점이다.

양손잡이 능력을 완벽하게 습득하는 일은 어렵다. 양극단의 역량을 동시에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수익 창출을 위한 사업 운영은 이미 알고 있는 일을 최적화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보통 표준화, 규모 증대, 효율 개선, 상명하달식 경영 등이 필요하다. 반면 사업 재편은 알지 못하는 일을 실험하는 일이다. 위험을 감수하는 조직 문화 구축, 탄력적이고 분권화된 의사 결정 구조, 장기적 안목 등이 필요하다. 두 가지를 완벽하게 수행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이미 성공한 대기업이라면 더욱 어렵다. 거대해진 규모는 대개 사업 초기엔 회복력을 주는 장점이긴 하나, 타성에 빠지게 만들기도 한다. 이 때문에 대기업은 성공을 안겨준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과신하고 그 수명을 과대평가해, 핵심 비즈니스가 위협받아도 새로운 모델에 투자하지 않는다. 복잡한 구조와 프로세스, 변화를 회피하는 문화는 변화가 필요한 시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오히려 변화에 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기존 모델에 더 집중해 성장 잠재력과 지속 가능성을 갉아먹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기 쉽다.

이를 타개할 비즈니스 모델은 충분히 깊이 있고 확장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카메라·필름 제조사로 시작한 ‘코닥(Kodak)’은 디지털이 본격화하기도 전에 최초로 디지털카메라를 만들었다. 충분히 모험적인 시도였고, 향후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이어질 수 있었음에도 실패한 것은 접근에 무게가 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상품을 발전시켜 나갈 결정적 기회를 놓치고 전통적인 필름 카메라 사업에 몰두한 결과, 코닥은 이전의 명성과 지위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변화의 영향 분석 등 5단계 프로세스

다행히 기존 방식에만 몰두하는 데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이 있다. 파괴적 혁신을 목표로 둔 기업은 다음 5단계 프로세스를 따라야 한다.

1단계는 변화가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여러 방면에서 분석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하며, 규모가 장점이 되는 전통적 환경에 있었다. 하지만 점차 새로운 기술이 도입됨에 따라 예측 불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규제 기준, 기술, 고객 선호도까지 사업에 영향을 미치며 변화 가능성(malleability)을 증대시켰다. 즉 이전과 완전히 달라진 환경임을 인지해야 한다.

2단계는 전략과 그 실행에 적합한 접근법을 택하는 것이다. 기업들이 활동하고 있는 환경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그에 맞는 적절한 전략과 접근법을 선택해야 한다. 철저한 분석과 계획에 근거한 전통적 접근법은 예측 가능성이 높은 안정적 환경에서는 훌륭하게 기능한다. 하지만 예측이 어렵고 변화무쌍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달라야 한다. 가령 자율주행이나 대체연료 차량과 같은 새로운 비즈니스에서는 다양한 상황에 적응 가능하고, 예지적이며 선구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3단계는 다양한 상황에 적응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방향 설정이 어려울 때 기업들이 자주 하는 실수가 신뢰하기 어려운 ‘예측’에 따라 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향후 가늠이 어려운 현재 상황에서 미래를 위해 효과적으로 투자하고 관리하려면 예측보다 실험이 필요하다.

실험 포트폴리오를 이용하면 신속하게 신제품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테스트하고 정교화할 수 있다. 상황 변화에 따라 빠르게 바꿀 수 있으므로 적응도 쉽다. 실험 포트폴리오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중요하다. 우선 대형화를 지향하는 전통 마인드에서 벗어나, 신속함을 중시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둘째, 변화 신호를 확인하고 활용해야 한다. 실험적인 시도는 어떤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지 인지했을 때 가능하다. 적응력이 뛰어난 기업은 출시 속도, 실험 비용, 이익 등 지표에 대한 모니터링 능력을 갖추고 있기 마련이다.

노르웨이 통신 업체 텔레노르(Telenor)는 적응 능력을 성공적으로 확립한 기업 중 하나다. 통신 업계는 음성 통화, 음성 메시지 등 ‘음성’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점차 데이터와 인터넷으로 중심축이 변함에 따라 규모가 주는 우위도 시들해졌다. 텔레노르는 적응 실험을 통해 기획 주기를 단축하고 상품 및 서비스 출시 속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 이 회사는 산업 변혁의 시기를 성공적으로 보냈으며, 데이터 기반의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출시하는 데 성공했다.



알리바바는 공동 창작 프로세스를 통해 직원과 고객이 함께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하도록 하고 있다. 사진은 중국 항저우 알리바바 본사의 사무실 모습. <사진 : 블룸버그>

경쟁사와 파트너십 맺는 도요타·포드

4단계는 개척형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개척형 역량은 변화에 휩쓸리는 게 아니라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시장에서 역량을 공유하고, 리스크를 분배하며, 시장 개발을 촉진해 조화로운 시장 경쟁을 유도하는 능력이다. 기존 기업은 확보하고 있는 고객층과 영향력을 통해 개척형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배타성이 아닌 개방성, 통제가 아닌 탄력성을 갖춰야 한다. 시장 참여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기회를 만들어 내고, 전체 네트워크 성장과 수익성을 통해 이익을 도모하는 개척형 역량으로 시장을 주도해야 한다.

이미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도요타(Toyota)는 테슬라에 이어 수소연료전지 특허를 공개했다. 이 시장으로 진입을 유도하기 위해 특허권에 대한 통제를 포기한 것이다. 포드(Ford)는 구글과 같은 비전통적 파트너사와의 제휴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포드의 커넥티드 차량 및 디바이스 최고책임자 돈 버틀러는 “우리는 경쟁하지만 또 다른 의미에서는 파트너다. 이제 우리는 이런 개념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도요타, 포드는 개방형 역량을 통해 새로운 시장 진입자와 역량을 공유하고, 파트너십을 강조한다. 이익을 포기한 듯 보이지만, 주도적으로 새로운 변화를 유도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 성장의 효과를 가장 먼저 누리게 될 것이다.

마지막 5단계는 양손잡이 역량에 대한 조직적 토양을 만드는 것이다. 현재 사업 분야를 유지하면서 유망한 분야에 대해 실험하는 능력은 조직의 역량에 달렸다. 새로움과 전통을 오갈 수 있어야 한다. BMW의 ‘프로젝트 i’가 그 좋은 예다. 프로젝트 i의 울리히 크란츠 대표는 “나는 내가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팀을 꾸릴 수 있었다. 이 프로젝트는 회사의 브랜드와 관련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어떤 문제도 다룰 수 있었다. 우리는 기존 구조에 전혀 얽매일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기업은 핵심 사업 부문과 실험적인 사업 부문을 분리하고 맞춤형 목표와 기준, 인센티브를 포함하는 차별화된 성과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틀에 박힌 구조적 해결책으로는 안 된다. 직원들이 직원·고객, 경쟁 업체와 자유롭게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 알리바바(Alibaba)는 자체 운영팀을 이용해 변화에 대응했다. 팀원들이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면 공동 창작 프로세스를 시작하고, 직원들이 직접 고객들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하도록 했다. 이 유연성 덕에 알리바바는 지속적으로 변하는 시장 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었다.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시대다. ‘불확실성’은 기업에 엄청난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치명적인 위협 요소가 되기 십상이다. 창의적이고 민첩한 새로운 기업들이 파괴적 혁신을 선보이고 있는 가운데 기업은 기업의 생존을 위해 양손을 자유롭게 쓸 줄 알아야 한다. 양손잡이 기업만이 경쟁사들의 거센 도전과 압박을 이겨내고, 지속적인 성공을 위한 전략을 수립한 뒤, 능동적인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기사: 마틴 리브스 BCG 시니어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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