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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하는 가족회사, 2025년 글로벌 기업의 40% 전망 전문경영인 우대하고 후계자 육성해야 지속 성장
  > 2017년09월 217호 > 위클리비즈 인사이트
[premium report] 가족기업 경영전략
급증하는 가족회사, 2025년 글로벌 기업의 40% 전망 전문경영인 우대하고 후계자 육성해야 지속 성장
기사입력 2017.09.10 04:10


후계자 육성은 가족기업의 지속성장을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다.

세계 1위 곡물 거래회사인 카길,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 월스트리트를 주름잡고 있는 글로벌 투자회사 JP모건. 전혀 다른 분야의 기업들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가족기업이라는 점이다. 가족기업은 가족이 직접 경영에 관여하거나 대주주인 기업을 의미한다. 가족기업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는 가족기업의 경영자들에 대해 “운 좋은 정자를 물려받은 이들에 불과하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족기업을 비난한 워런 버핏마저 자신의 회사를 장남인 하워드 버핏에게 물려줄 예정이다. 버핏은 “장남이 버크셔해서웨이의 문화와 가치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좋게 보든 나쁘게 보든 가족기업은 이미 중요한 기업 경영 방식으로 자리잡았다.

가족기업은 21세기 들어 급성장하고 있다. 컨설팅업체인 맥킨지에 따르면, 2010년에는 글로벌 대기업의 15% 정도가 가족기업이었는데 2025년에는 이 비율이 40%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포천 500 기업 5곳 중 1곳은 가족기업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들의 순위를 보여주는 포천 500에서 가족기업이 차지하는 비율도 매년 늘고 있다. 2005년에는 포천 500 기업의 15%가 가족기업이었는데 2014년에는 19%로 늘었다.

가족기업이 빠르게 증가하는 데에는 개발도상국의 부상이 큰 영향을 끼쳤다. 21세기 들어서 중국·브라질·인도 같은 개발도상국이 빠른 속도로 성장했는데, 이들 국가에서는 가족기업의 비율이 이미 산업화된 선진국보다 높았다. 동남아시아·라틴아메리카·인도·중동 지역에서는 가족기업이 전체 기업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65~85%에 이른다.

그렇다고 해서 가족기업이 개발도상국만의 산물인 건 아니다. 카길·벡텔·미쉐린·에스티로더·이케아·노드스트롬 등 미국과 유럽을 대표하는 기업 중에도 가족기업이 적지 않다. 미국의 경우 가족기업이 전체 노동자의 60%를 채용하고 있고, 신규 일자리의 78%를 만들고 있다.

가족기업의 경영성과도 나쁘지 않다. 한국에서는 가족기업을 ‘재벌’로 부르며 폄훼하는 경향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가족기업은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좋은 경영성과를 내는 경우가 많다. 언스트앤드영은 가족기업의 부가가치 성장률과 매출액 성장률이 비가족기업보다 각각 6.6%포인트, 3%포인트 높다고 했고, 롤랜드버거 스트래티지 컨설턴츠가 독일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가족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액이 비가족기업보다 평균 2.5배 많았다. 성공한 가족기업의 사례를 분석한 ‘세계 장수 기업(Centuries of Success)’의 저자인 윌리엄 오하라는 “가족기업은 가족 고유의 가치와 사업에 대해 열정을 가지고 있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영하고, 변화에 순발력 있게 대응할 줄 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가족기업의 성공이 언제까지 계속되리라고 낙관할 수만은 없다. 맥킨지는 가족기업 고성장기의 끝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중국처럼 가족기업의 성장을 이끌었던 개발도상국들이 안정적인 성장을 추구하기 시작했고, 글로벌 혁신은 가족기업이 상대적으로 약한 바이오,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다. 맥킨지는 가족기업의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네 가지 경영전략을 제시했다.



월마트는 세계에서 가장 큰 가족기업이다. 월마트 창업자인 샘 월튼의 사진이 걸려 있는 중국 선전의 월마트 매장. <사진 : 블룸버그>

전략 1 | 포트폴리오를 나누라

가족기업의 가장 큰 장점은 긴 안목을 가지고 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기업 경영진이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맥킨지가 글로벌 기업의 C레벨 임원(최고위 임원) 1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63%가 단기간에 실적을 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린다고 답했다.

반면 가족기업의 경영진은 상대적으로 단기적인 성과에서 자유롭다. 가족기업은 분기나 연간 실적보다 창업자가 제시한 기업가 정신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캐나다의 맥주 회사인 몰슨(MOLSON)의 경영진은 청교도적인 가치가 반영된 ‘가문의 강령’을 따른다. 이 강령은 창업자의 손자가 남긴 유언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강령에는 “부는 주의 깊고 신중하게 오래 지키고, 투기를 해서는 안 된다. 공정하고, 여유가 있을 때 넉넉하게 베풀라. 부는 조심스럽게 지켜야지 저절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적혀 있다.

문제는 창업자가 제시한 기업가 정신이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다. 가족기업의 경영진은 실적이 저조한 자산을 처리할 때 의사결정이 더딘 경우가 있다. 맥킨지는 “가족기업의 경영진은 합의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는데 이는 경영을 위한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가장 낮은 수준의 공통분모를 따르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가족기업의 혁신 역량이 부족한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맥킨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족기업의 포트폴리오를 철저하게 구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업의 전통적인 주력 사업이 포함된 핵심(코어) 부문을 혁신이나 투자와 관련된 부문과 분리하라는 것이다. 신성장동력을 찾아나서는 ‘크리에이티브’ 부문과 기업의 불필요한 자산을 처분하는 ‘트레이딩’ 부문을 ‘코어’와 분리하면 기업가 정신을 유지하면서도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진다. 경영을 물려 받을 2세, 3세 경영인은 코어가 아닌 다른 부문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다.



가족기업 문화를 성공적으로 지켜가고 있는 기업인 시앤드제이 클라크(C&J Clark)의 뉴욕 매장. <사진 : 블룸버그>

전략 2 | 전문경영인을 육성하라

포르투갈 대형은행인 방쿠이스피리투산투(BES)는 2014년 상반기에 35억8000만유로(약 4조8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명확하지 않은 지배구조 속에서 부실여신이 급증했고, 결국 은행이 회생 불가 상태에 빠진 것이다. 유럽발 금융위기 가능성이 대두될 정도로 전 세계의 이목이 포르투갈에 쏠렸다. 결국 은행 CEO였던 창업자의 증손자가 자리에서 물러나고, 포르투갈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방쿠이스피리투산투 사태는 가족기업 지배구조의 취약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무능하고 주변의 조언을 잘 듣지 않는 지도자가 가족기업을 이끌면 결국에는 기업마저 위태롭게 된다. 미국 컨설팅업체인 가족기업연구소에 따르면 가족기업이 2대까지 생존하는 비율은 30%, 3대까지 생존하는 비율은 12%에 불과했다.

가족기업의 강점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이지만, 동시에 가족 중심의 경영진에 반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이사회도 있어야 한다. 맥킨지는 “건강한 가족기업은 직원들로 하여금 회사 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며 “직원들의 개인적인 책임감을 장려해 동기를 부여하고 헌신을 이끌어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하지 않은 가족기업은 독재적인 리더십 속에 형식적인 규칙과 정책을 지나치게 강조해 기업 문화가 경직된다.

맥킨지는 오랫동안 살아남은 가족기업들은 이사회를 중심으로 한 강력한 지배구조 체제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특히나 창업자 가족이 아닌 전문가의 이사회 참여가 중요하다. 맥킨지는 “더 나은 성과를 내는 가족기업은 기업 구성원 전체에게 영감을 주는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며 “이런 리더십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가 창업자 가족이 아닌 전문가에게 관대한 업무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했다.


전략 3 | 직원도 가족의 일원으로 여기라

가족기업의 가장 큰 자산은 단연 ‘가족’이다. 가족이라는 개념이 추상적일 수 있지만 실제 기업 경영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평범한 직원들까지도 더욱 단단하게 뭉칠 수 있다.

예컨대 영국의 건강기능식품업체인 비타바이오틱스(Vitabiotics)는 직원 한 명 한 명을 확장된 대가족의 일원으로 본다. 이 기업의 창업자인 카타 랄바니는 행정직원 중 한 명이 병에 걸리자 회복될 때까지 몇 달간의 치료비를 모두 제공했다. 회사는 그녀가 복귀할때 까지 풀타임으로 일할 수 없는데도 급여를 모두 지급했다. 가족기업의 강점은 혈연으로 연결된 총수 일가 외에 일반 직원들까지도 스스로를 가족 구성원으로 여기게 만든다는 것이다. 맥킨지가 가족기업의 일반 직원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0% 이상이 회사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고, 개인적인 어려움을 겪을 때 회사가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답했다.

가족의 범위는 회사 밖으로도 확장될 수 있다. 어느 기업이든 지역이나 국가를 넘어 글로벌 경영을 펼쳐야 하는 시대가 됐다. 하지만 그럴수록 가족기업은 뿌리를 단단하게 지키려고 한다. 영국의 운동화 제조사인 시앤드제이 클라크(C&J Clark)는 가족기업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본사를 처음 회사가 만들어진 영국 시골 마을에 그대로 두고 있다. 지역 사회 공동체와 단단한 유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인도의 한 건설사도 사업을 진행하는 지역에 재단을 만들어 수천 명의 지역민을 대상으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했다. 의료재단 활동에 참여하는 직원에게는 유급 휴가를 제공해 회사 직원과 지역민이 한데 어울릴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식으로 기업 구성원과 이해관계자를 하나의 가족으로 묶는 건 가족기업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맥킨지는 “가족이라는 자산 자체가 가족기업에는 강력한 무기”라고 강조했다.


전략 4 | 능력있는 후계자를 키워라

세대 교체는 가족기업의 존망을 결정하는 중요한 과제다. 많은 가족기업이 이 과정에서 실패를 경험한다. 이탈리아의 자동차 업체인 피아트는 3세 경영자가 죽고 난 뒤 2년 동안 무려 5명의 CEO와 3명의 회장이 거쳐갔다. 확실한 후계자가 없는 상태에서 리더십의 공백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많은 가족기업이 승계 과정에서 생기는 손실 때문에 후계자를 육성하는 일을 뒤로 미룬다. 하지만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라도 후계자를 육성하고 체계적인 승계 절차를 마련하는 건 중요한 일이다.

맥킨지는 책임 있는 후계자를 육성하는 데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현재의 경영진과 차세대 경영진 사이에 감정적인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한다. 가족기업은 창업자로부터 내려오는 고유한 기업 문화와 기업가 정신이 있다. 이런 유산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가족기업의 성공 비결이다. 그런데 많은 가족기업 경영진은 후계자들과 감정적인 교류를 어려워한다. 맥킨지의 조사에서 차세대 경영진의 36%가 “나이 든 세대가 젊은 세대의 요구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답했다. 서로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다는 느낌은 가족기업의 가치를 해칠 수밖에 없다. 맥킨지는 가족기업의 리더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차세대 경영진에 분명하게 알려주고, 활발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정기적인 모임을 만들거나 가족끼리 공유하는 뉴스레터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총수 일가의 젊은 경영자들은 자신의 능력에 확신이 없는 경우가 많다. 꾸준한 의사소통을 통해 회사의 전통과 미래 가치를 이들에게 알려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후계자의 역량을 키우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이 동원된다. 경영대학원(MBA)에서 수업을 듣게 하거나 멘토를 둘 수도 있다. 일부 가족기업은 교차 훈련 프로그램을 활용하기도 한다. 교차 훈련 프로그램은 가족기업의 후계자를 다른 기업에 보내 실무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1789년에 설립된 미국의 제과 재료 공급업체인 룰앤드선(Ruhl & Son)의 성장을 일궈낸 밥 룰은 철강회사에서 사회 생활을 했다. 오랫동안 철강회사를 다니면서 인프라에 대한 안목을 키운 밥 룰은 아버지의 회사를 물려받은 뒤, 자신의 경험을 활용해 회사를 더욱 성장시킬 수 있었다.

또 맥킨지는 후계자에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배려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후계자는 언젠가 기업 전체를 이끌어야 하기 때문에 직무, 직책, 근무지 등을 계속 바꾸며 다양한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맥킨지는 “차세대 경영진의 경력 관리를 돕는 것이 핵심적인 요소”라며 “후계자를 의욕 있고 책임감 있는 주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대인관계적 노력이 모두 필요하다”고 했다.


plus point

세계 500대 가족기업 중 한국 기업은 6곳


명확하지 않은 후계 구도는 가족기업을 위태롭게 한다. 지난해 10월 신동빈(오른쪽) 롯데 회장이 지배구조 개선을 약속하며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한국의 가족기업은 ‘재벌’이라는 고유 명칭이 있을 정도로 독특한 문화를 자랑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이후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돈, 권력, 가족 : 한국의 재벌 내부’라는 기사를 냈을 정도다.

실제로 한국의 대기업은 대부분 가족기업의 형태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언스트앤드영이 2015년 발표한 ‘글로벌 500대 가족기업’ 순위에는 한국 기업 6곳이 포함됐다. 롯데쇼핑이 46위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고 두산중공업(75위), CJ(77위), 한진해운(152위), E1(218위), 금호석유(291위)순이다. 이 조사는 상장사의 경우 총수 일가의 지분이 32% 이상, 비상장사의 경우 50% 이상을 가족기업으로 봤다. 스위스의 생갈대학 가족기업센터가 선정한 500대 가족기업에서는 LG와 메리츠금융지주가 추가로 포함됐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의 재벌에 대해 “경제가 성숙하면서 한국에서는 재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정치권에서 재벌의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만들고, 후계자들이 부를 물려받는 것을 어렵게 만들기 위한 법을 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사: 이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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