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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멜, 사하라 사막서 영국군 움직임 패턴 찾아 승리 기업도 경쟁사 약점 발견해 공격해야 이길 수 있어
  > 2017년09월 219호 > 위클리비즈 인사이트
[War & Strategy 12] 독일 장군 에르빈 로멜
로멜, 사하라 사막서 영국군 움직임 패턴 찾아 승리 기업도 경쟁사 약점 발견해 공격해야 이길 수 있어
기사입력 2017.09.25 15:20


독일 장군 에르빈 로멜(왼쪽 첫 번째)은 적의 패턴을 찾고 약점을 공략하는 전술로 유명했다. <사진 : 위키피디아>

‘시턴 동물기’에서 제일 유명한 이야기는 이리왕 로보다. 필자는 아직도 이 로보의 이야기가 사실인지 모르겠다. 시턴의 자서전에도 등장하는 것을 보면 실화라고 해야겠지만, 이 시대가 신문기사조차도 창작과 과장으로 덧칠하던 때라 의심이 완전히 지워지지는 않는다. 지구상에서 제일 유능한 사냥꾼은 인간이다. 그 이유는 인간은 사냥감의 패턴을 분석하기 때문이다. 동물도 상대의 패턴을 분석해 사냥을 한다. 그러나 인간만큼 유능한 패턴 분석가는 없다. 로보가 목장의 양과 암소를 마구 죽여 나가자 목장주들은 현상금을 걸고 전문 사냥꾼들을 고용했다. 로보는 이 대결에서 번번이 승리했다. 인간의 냄새를 맡는 데 탁월한 능력을 지닌 로보의 후각능력 덕도 있지만, 가장 큰 승리 이유는 로보가 일반적인 이리의 행동 패턴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로보의 행동 패턴을 찾으려고 노력하던 시턴과 동료들은 로보가 덫을 발견하면 우회한 뒤에 덫을 파괴하는 습성이 있음을 찾아낸다. 그래서 그들은 일부러 발견하기 쉬운 덫을 두고 로보의 예상 동선에 모두 사다리꼴 모양으로 덫을 배치했다. 그러나 로보는 무슨 낌새를 느꼈는지 습관을 반복하지 않고, 바로 뒷걸음질을 쳐서 사다리꼴 지형에서 빠져나갔다.

그러나 로보도 결국 덫에 걸려 죽음을 맞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감동을 준다. 로보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 야수의 패턴이 아니라 연인 블랑카에 대한 사랑과 감정의 패턴이었기 때문이다.

로보의 패턴 분석 능력은 인간의 전쟁술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전술의 핵심은 상대의 약점을 찾아 공략하는 것이다. 약점을 찾는 법은 적의 전술적 패턴을 찾아내는 데서 시작한다. 적의 패턴을 찾고 약점을 찾아 승부수를 거는 데는 독일 장군 에르빈 로멜(Erwin Rommel)만큼 좋은 사례가 없다. 로멜의 전술은 지나치게 파격적이라거나 과도하게 대담하다는 비판을 듣는다. 로멜은 그런 비판에 콧방귀를 뀌고 바보들의 비난이라고 일축했지만, 자서전에서도 자신의 전술 원리는 절대 공개하지 않았다.


영국군의 전통 준수하는 습성이 ‘약점’

필자가 보기에 로멜의 진정한 능력은 상대의 패턴을 찾아내는 감각이다. 북아프리카가 로멜에게 영광의 땅이 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상대는 전통 준수에 관해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영국군이었다. 게다가 주 전장인 광활한 사하라 사막은 인간에게 숭고한 복종을 강요하기에 적합한 곳이다. 물론 영국군이라고 다 전통주의자는 아니고 사막이라고 다 같은 사막이 아니다. 사막의 지형적 다양성과 영국식 파격적 창의력을 발휘한 작품이 일전에 소개한 사하라 특공대(SAS)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북아프리카의 지형은 전술적 선택권을 제약하고, 전술적 행동을 예측하기 쉽게 만들었다.

북아프리카에서 양측 군대는 2000㎞가 넘는 거리를 진격하거나 후퇴해야 했다. 숨도 쉬기 힘든 열사의 사막에서 이런 전쟁을 감당하려면 기계화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사막에서 차량을 운행하려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달릴 수 있는 땅과 서행해야 하는 땅, 모래가 너무 물러서 달려서는 안 되는 땅을 구분하는 것이었다. 그것을 구분하다 보면 간단한 패턴이 생겨버린다. 사실은 전력질주할 수 있는 땅과 달리기 어려운 땅, 달리기 아주 어려운 땅이라고 구분해야 정확한 것이다. 그러나 관념은 쉽게 굳어지고, 결국에는 여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달리기 아주 어려운 땅을 차량이 운행할 수 없는 땅으로 분류한 영국군은 이 지역에 방어선을 설치하지 않는 오류를 저질렀다. 로멜이 대단한 것은 영국군이 달리기 어려운 땅을 달릴 수 없는 땅으로 분류했을 것이라는 패턴을 찾아낸 것이었다. 사실 이것은 영국군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군대, 획일성이 강한 조직의 공통된 패턴일 것이다. 로멜은 이 판단을 확신해서 그 땅에서 운행실험이나 훈련을 해보지도 않고, 독일군을 투입했다. 그 결과는 영국군의 처참한 몰락이었다. 방어선을 우회해 나타난 독일군에게 영국군은 손도 쓰지 못하고 무너졌다.

실제 전투 현장에서 현장 지휘관에게 어려운 과제는 나아갈 때와 머물러야 할 때 혹은 장소를 결정하는 것이다. 사막처럼 지형이 단조롭고 간간이 오아시스나 암반으로 된 언덕이 등장하는 곳에서는 이런 결정을 내리기가 쉬워진다. 전술 교리도 비교적 명확해진다. 로멜과 그의 부하들은 여기서 벌어지는 영국군의 행동 패턴을 파악하고 잘 이용했다. 영국군은 진격하고 통과하고 머무르고 사수하는 지점이 상당히 기계적이었고 예측이 쉬웠다. 덕분에 독일군은 여러 번의 위기를 극복하고 불리한 상황에서도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었다.



BMW와 벤츠는 자동차를 만들 때 서로를 경쟁상대로 설정한다. 그 결과 벤츠는 안락함, BMW는 달리기 성능을 강조한다. 장점 경쟁은 결국 상대성의 싸움이다. <사진 : 블룸버그>

기업 경쟁은 결국 상대성의 싸움

병법에서 전술과 작전을 결정하는 최우선 요소는 지형이다. 전술이란 자신의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을 지형에 맞추는 것이다. 이것이 큰 원칙이지만 지형에 맞추다 보면 패턴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현명한 지휘관은 지형을 이용할 때도 패턴을 고정시키지 않고, 지형을 상대의 패턴을 찾아내는 근거로 사용한다.

우리가 경영도 전쟁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어느 분야에나 경쟁 상대가 있고 라이벌 기업과 라이벌 제품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흔히 ‘나만의 개성, 나만의 특성과 장점을 지닌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그런 제품이 존재할까 의심스럽다. 상품의 개성과 이미지는 시장과 고객에 의해 만들어지고, 하나의 이미지가 생성되는 데는 언제나 카운터 파트가 기준점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독일 자동차 업체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를 보자. 두 기업은 자동차를 만들 때 서로를 경쟁상대로 설정한다. 그리고 벤츠는 안락함과 중후함, BMW는 달리기 성능에 개성과 강점을 둔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알고 보면 안락감이나 민첩함이라는 것도 서로 상대성을 지닌 정의다. 개성 경쟁, 장점 경쟁도 결국은 상대성의 싸움이다. 상대의 패턴을 찾고, 약한 고리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 임용한
경희대 대학원 사학 박사, 경희대·공군사관학교 한국사·군제사 강사

기사: 임용한 KJ인문경영연구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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