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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칩 치명적 보안 결함 들통나며 최대 위기 <br>“알고도 은폐”… 내부자 거래 의혹에 사면초가
  > 2018년01월 233호 > 위클리비즈 인사이트
[방성수의 글로벌 경제 48]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CEO
인텔 칩 치명적 보안 결함 들통나며 최대 위기
“알고도 은폐”… 내부자 거래 의혹에 사면초가
기사입력 2018.01.09 11:34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CEO. <사진 : 블룸버그>

‘반도체 제국 인텔이 자체 결함으로 녹아 내릴 것인가?’

애플의 ‘배터리 게이트’에 이어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업으로 군림하던 인텔의 반도체 칩에 치명적인 보안 결함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세계 정보기술(IT) 업계가 충격에 빠져들고 있다.

‘녹아 내린다’는 뜻의 ‘멜트 다운(Meltdown)’으로 명명된 인텔 칩의 구조적 버그를 이용하면 해커들이 인텔 칩이 내장된 거의 모든 컴퓨터에 침입, 개인 아이디와 비밀번호 등 핵심 정보를 훔칠 수 있음을 인텔이 알고도 6개월 넘게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최근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인텔의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신뢰도가 마구 녹아 내리는 가운데 브라이언 크르자니크(58) 인텔 최고경영자(CEO)의 내부자 거래 의혹까지 겹치면서 인텔 제국이 끝없는 몰락의 길로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영국 기술 전문 사이트인 레지스터는 1월 2일(현지시각) “전문가들이 인텔의 반도체 칩에서 해킹에 악용될 수 있는 치명적인 버그를 찾아냈다”며 “최근 10년간 인텔이 판매한 모든 반도체 칩에 동일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특종 보도했다.

반도체 칩은 이용자가 윈도와 같은 컴퓨터 운영체제(OS)를 임의로 변경하지 못하도록 컴퓨터를 구동하는 공간과 이용자가 평상시 이용하는 공간이 철저히 분리되도록 설계됐다. 전문가들은 인텔이 2006년 이후 출시한 컴퓨터용 ‘코어 프로세서’의 설계 잘못으로 이용자가 컴퓨터 구동 공간으로 침투할 수 있는 통로가 만들어졌고, 해커들이 이 통로를 이용하면 개인 정보 도용은 물론 컴퓨터 자체를 망가뜨릴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로이터 등 외신들은 “IT 전문가들이 인텔 반도체 칩에서 발견된 결함을 ‘녹아 내린다’는 뜻의 ‘멜트 다운’이라 명명했을 정도로 치명적인 버그”라고 보도하고 있다.



크르자니크 부부. <사진 : 블룸버그>

결함 발견 후에도 조치 안해

뉴욕타임스는 이어 “인텔 반도체 칩의 결함은 구글과 오스트리아 그라츠 공대 공동 연구팀이 작년 6월 처음으로 발견했다”며 “연구팀이 곧바로 인텔에 알렸지만 인텔은 뚜렷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결함이 있는 제품을 판매해 왔다”고 보도했다. 치명적인 제품 결함을 알고도 은폐했다는 보도 직후 크르자니크 CEO도 CNBC 인터뷰를 통해 “구글에서 이 문제를 수개월 전에 알려왔다”고 인정했다.

이번에 제기된 버그가 인텔만의 문제는 아니다. 인텔 칩의 버그를 처음 밝혀낸 다니엘 그라스 박사는 “인텔 칩에서 발견된 멜트 다운이 심각한 것은 사실이나 인텔의 경쟁사인 AMD, ARM 홀딩스의 칩에서 발견된 스펙터(Specter·유령)도 큰 문제”라고 말했다. 스펙터는 중앙연산장치(CPU)의 명령어에서 발생하는 버그를 악용한 보안 취약점을 뜻한다. 해커들은 해킹 프로그램을 통해 다른 응용 프로그램이 담긴 메모리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 이론상으로 스펙터는 많은 명령어를 보유한 모든 최신 프로세서에서 발생할 수 있다. AMD는 “우리 보안 연구팀은 세 가지 종류의 변종 취약점을 발견했지만 우리 제품은 인텔과 달리 위험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반도체 칩의 버그 보도 직후인 1월 3일 인텔 주가는 3.4% 급락한 반면 경쟁사인 AMD의 주가는 5.2% 급등, 시장은 AMD의 손을 들어줬다.

1968년 고든 무어와 로버트 노이스가 설립한 인텔은 1980년대 개인 컴퓨터가 선풍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이래 반도체 칩 제조 분야의 절대 강자로 군림했다. 1992년부터 2016년까지 세계 최대의 반도체 기업이었고, 지난해 삼성전자에 밀려 매출 2위 기업으로 주저앉긴 했지만 여전히 비메모리 분야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특히 PC용 CPU 시장의 75%를 점유, 2위인 AMD(25%)를 압도하고 있다. 따라서 인텔 칩의 결함은 전 세계에 보급된 컴퓨터의 70% 이상이 ‘녹아 내릴 위험’에 노출됐다는 뜻이다.


주가 하락 전 주식 매각해 도덕성에 상처

인텔 칩의 결함 소식이 전해지자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은 긴급 업데이트 파일을 배포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인텔 반도체 칩 점유율이 99.8%나 되는 클라우드 시장도 비상이 걸렸다. 아마존, 구글 등은 보안 업데이트를 실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보안 패치로는 하드웨어의 결함을 해결할 수 없고 컴퓨터 성능이 최대 30%까지 저하될 수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인텔 사태의 불길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CEO의 도덕성 문제로 번져 인텔 사태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블룸버그는 1월 4일(현지시각) 크르자니크 CEO가 2017년 11월 29일 2400만달러(약 254억원) 상당의 주식과 옵션을 매각했다고 보도했다. 구글과 그라츠 공대 공동 연구팀이 2017년 6월 인텔 반도체 칩 결함을 처음 발견하고 인텔에 알린 사실을 고려하면 크르자니크 CEO는 인텔 주가가 추락하기 이전 자신의 보유 주식을 최대한 매각한 셈이다. 크르자니크 CEO는 당시 보유 주식 24만5743주와 64만4125개의 옵션을 팔아 현재 원래 보유 주식에서 50%쯤 줄어든 25만 주를 가지고 있다. 이는 회사 경영진이 의무적으로 보유하도록 정한 최소 주식 수라고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보도했다.

인텔 대변인은 “크르자니크 CEO의 주식 매각은 보안 취약점 발견과는 상관없으며 2015년 6월 설정해 둔 대로 주식 매각 절차를 밟았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크르자니크 CEO가 인텔 칩의 결함을 통보받은 이후인 작년 10월 30일, 예전 설정했던 주식 자동 매각 계획을 유지키로 결정, 주가 하락에 대비했다는 보도들이 잇따르면서 도덕성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


plus point

엔지니어 출신…
‘혁신 파괴자’ 비난

크르자니크 인텔 CEO는 1959년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서 태어났다. 산호세 주립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1982년 인텔에 공정 관리 엔지니어로 입사했다. 공정 관리 매니저를 거쳐 2012년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올랐다. 2013년 5월 8년간 인텔을 이끌던 폴 오텔리니의 후임으로 CEO가 됐다. 인텔의 수장 자리를 놓고 현재 엔비디아를 이끌고 있는 젠슨 황 등과 각축했으나 안정감에 무게를 둔 이사회의 낙점을 받았다.

하지만 크르자니크 CEO가 물려받은 인텔은 내리막길에 접어든 상태였다. 전임 경영자인 오텔리니 CEO는 강력한 도전자였던 AMD를 따돌리고 PC 시장을 장악하고 서버 시장에서도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모바일 칩 제조사인 ARM과 협력 관계를 청산한 뒤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아톰 프로세서 제품군이 모바일 시장에서 맥을 못 추고 퀄컴·삼성전자·애플·엔비디아 등 ARM 진영이 모바일 칩 시장을 장악하면서 매출과 순이익이 계속 감소하자 불명예 퇴진했다.

크르자니크 CEO는 모바일과 자율주행차에 집중 투자했지만 의욕을 가지고 추진했던 스냅 드래곤 사업에서 철수하는 등 실적 부진을 되돌리지 못했다. 급기야 회사 인력의 10%에 해당하는 1만2000명을 해고, 14억달러가량의 비용을 절감하는 대대적인 다운사이징을 추진해 반발을 샀다. 해고된 인력의 대부분이 연구·개발 관련 인력들이어서 “장부상 이익을 위해 인텔의 미래인 연구·개발 공정을 초토화시켰다”는 비난을 받았다.

게다가 다 죽은 줄 알았던 경쟁사인 AMD가 최근 라이젠을 선보인 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위기에 몰렸다. 부인 브랜디 크르자니크와의 사이에 두 딸을 두고 있으며 2016년 연봉은 기본급 125만달러와 주식(1170만달러) 등 1970만달러였다.

기사: 방성수 조선비즈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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