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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담배 광고 증가하면 일반담배 소비 감소 뚜렷 <br>2030년 전자담배 시장 500억달러로 폭발적 성장
  > 2018년02월 237호 > 위클리비즈 인사이트
[premium report] 전자담배 광고 논란
전자담배 광고 증가하면 일반담배 소비 감소 뚜렷
2030년 전자담배 시장 500억달러로 폭발적 성장
기사입력 2018.02.04 10:26


전자담배를 피우고 있는 여성의 모습.

전 세계가 수십년째 담배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여전히 이렇다 할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세계 흡연인구는 2000년 11억2800만명에서 2010년 11억1200만명까지 줄었지만, 이후 반등해 2015년 11억1400만명으로 다시 늘었다. 2025년엔 11억470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흡연과 간접흡연으로 사망하는 이들은 한 해 600만명으로 추산되지만, WHO는 이 역시 2030년엔 80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의 “담배를 끊는 것은 쉽다. 나는 수백 번도 더 끊어봤다”는 명언은 흡연자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그만큼 담배 끊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금연으로 힘들어하는 이들을 위해 시장에는 약·껌·사탕·패치 등 여러 형태의 금연 보조 수단이 넘쳐난다. 그러나 ‘100% 금연 성공’을 약속하는 제품은 없다.

2000년대 초반 등장한 전자담배는 흡연자들에게 혁신적이었다. 니코틴·타르 등 유해물질이 기존 일반담배보다는 적게 들어 있으면서도, 맛과 연기를 내뿜는 느낌은 일반담배와 비슷하다는 홍보 문구가 이들을 흔들었다. 담배를 아주 끊을 수 없다면, 비교적 덜 해로운 전자담배로 갈아타자는 목소리가 커졌다. 세계 전자담배 시장 규모는 2008년 2000만달러(약 220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00억달러를 넘어섰다. WHO는 전자담배 시장 규모가 2030년 500억달러(약 55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전자담배 시장에서 약 43%를 차지하는 미국에서는 최근 전자담배를 둘러싼 규제 논의가 한창이다. 앞서 미국은 1971년 일반담배의 TV·라디오 광고를 금지했고, 1997년부터 간판 등 인쇄매체 광고까지 금지했다. 2003년 WHO의 주도로 미국을 비롯한 192개국이 ‘담배규제협약’에 서명하면서, 광고는 물론 판촉 행위까지 모두 금지됐다. 그러나 전자담배는 다르다. 아직 유해성이 명확히 검증되지 않아 규제 도입이 미뤄지고 있다.

미국에선 매년 담배와 관련된 질병으로 약 48만명이 사망한다. 미국폐협회(ALA)에 따르면, 2016년 성인 흡연율은 2015년에 비해 0.4%포인트 증가한 15.5%로 나타났다. 약 3780만명이 흡연자인 셈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흡연율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를 전자담배에서 찾고 있다. 전자담배 광고를 본 흡연자들은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돼 금연에 실패할 수 있고, 또 비흡연자들도 전자담배 광고에 영향을 받아 흡연자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2015년 미국내과학회(ACP)는 전자담배의 광고 금지를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발표했다.

세상에 좋은 담배는 없다. 전자담배가 일반담배에 비해 실제로 몸에 덜 해로울지라도, 모조리 규제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전자담배가 실제로 일반담배 소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면 어떨까. 최악보다는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의 안나 투치만(Anna Tuchman) 교수는 “전자담배 광고가 증가할수록 일반담배 판매량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며 “전자담배 광고를 규제하는 것은 다소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미국 성인 6명 중 1명은 흡연자다. 길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미국 남성.

전자담배는 일반담배의 대체재 역할

투치만 교수는 미국 전역의 3만5000개 매장에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약 6년간 판매한 일반담배, 전자담배 정보를 입수했다. 시장조사기관 AC닐슨으로부터 미국 전역에서 방송된 전자담배 TV 광고 데이터도 받았다. 투치만 교수는 이 정보들을 토대로 전자담배 광고의 정도에 따라 일반담배·전자담배의 판매량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전자담배 광고가 10% 늘어나면 일반담배 판매량은 0.2% 감소했고, 전자담배 판매량은 0.8% 늘어났다. 전자담배 광고에 따라 일반담배 소비까지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투치만 교수는 “전자담배 시장은 일반담배 시장에 비해 훨씬 작기 때문에, 전자담배 판매량이 늘어났다고 해도 전반적인 니코틴 소비량은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치만 교수는 전자담배 광고가 금지됐다면 일반담배 판매량이 얼마나 늘어났을지도 계산했다. 2012년 전자담배 광고가 금지됐다면 2015년까지 3년간 일반담배 판매량은 전국 평균 1.08%(약 1억3000만갑) 늘어났을 것으로 나타났다. 투치만 교수는 “2011~2012년 2년간 미국의 5대 담배 기업의 판매량이 2.2%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1%는 굉장히 의미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전자담배 광고 반대론자들은 ‘게이트웨이(gateway·입구) 효과’를 염려한다. 비흡연자가 전자담배 광고에 자극을 받아 흡연을 시작한 뒤 일반담배로 옮겨갈 수 있다는 것이다. 투치만 교수는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한다. 전자담배를 최소 한 개 이상 구매한 895가구를 2010~2015년 6년간 추적조사한 결과, 단 3%만이 전자담배를 먼저 시작한 뒤 일반담배를 구매하기 시작했다. 나머지 84%는 일반담배를 피우다 전자담배로 옮겨갔고, 13%는 전자담배에 계속 머물렀다. 즉 전자담배가 일반담배 흡연을 장려하지 않는 데다, 오히려 일반담배의 대체재로 전자담배를 이용하는 이들이 더욱 많다는 뜻이다.



영국 임페리얼 타바코그룹의 전자담배 ‘블루(Blu)’ 광고. <사진 : 블루>

美 청소년 전자담배 유행 ‘골머리’

다만 투치만 교수의 연구는 최근 전자담배 광고 금지의 주된 쟁점 중 하나인 청소년에 대한 파급 효과는 다루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최근 미국 청소년들은 전자담배를 빠른 속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 질병관리본부(CDC)에 따르면, 2011년 미국 중학생 중 0.6%만이 전자담배를 사용했지만, 5년 뒤인 2016년 4.3%로 늘어났다. 중학생 전체 흡연율이 같은 기간 4.3%에서 2.2%로 줄어든 데 비하면 정반대 흐름이다. 고등학생은 더욱 심각하다. 고등학생 흡연율은 2011년 15.8%에서 2016년 8.0%로 떨어졌지만, 이들의 전자담배 사용률은 같은 기간 1.5%에서 11.3%로 약 10%포인트 증가했다.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청소년의 경우 1년 이내에 일반담배에 중독될 가능성도 높다. 미국 국립과학원(NAS)이 공개한 셰넌 리 왓킨스(Shanon Lea Watkins)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 캠퍼스 공공정책 연구원의 연구자료에 따르면, 전자담배·물담배·무연(無煙)담배를 시도한 청소년은 담배를 아예 피우지 않은 청소년과 비교했을 때 1년 후 일반담배를 피울 가능성이 두 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왓킨스는 “특히 두개 이상의 비(非)담배 제품을 사용한 어린이는 1년 뒤 일반담배를 피울 확률이 4배나 높았다”고도 했다.

청소년들은 성인에 비해 전자담배 광고의 영향을 더욱 쉽게 받는다는 문제도 있다. 존 피어스 캘리포니아 주립대 샌디에이고 무어스 암센터 가정의학과 박사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담배를 피워본 적이 없는 12~17세 청소년 중 적어도 한 개 이상의 담배 광고를 좋아하거나 기억한다면, 추후 흡연을 시작하게 될 확률이 50% 이상으로 나타났다. 여러 담배 제품 광고 중에서도 전자담배 광고의 수용성이 최대 33%로 가장 높았다. 일반담배는 최대 25%였다.

문제는 흡연을 일찍 시작할수록 건강에 더욱 해롭다는 것이다. 아주대병원 예방의학교실 조남한 교수팀은 12~18세 청소년 323명(비흡연군 267명, 흡연군 56명)을 대상으로 이들 신체 변화를 1년간 추적 검사했다. 뼈가 얼마나 조밀한지 알 수 있는 초음파 골밀도 검사에서 흡연군의 골밀도는 비흡연군의 절반에 불과했다. 키 성장 역시 비흡연군은 1년간 4.6㎝가 자란 반면, 흡연군은 3㎝ 자라는 데 그쳤다. 비흡연 청소년에 비해 흡연 청소년의 자살시도 경험률이 4배 가까이 높다는 연구 결과(부산백병원 가정의학과 김진승 교수팀)도 있다.

CDC는 “흡연자 10명 중 9명은 18세 이전에 처음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고, 미국에서는 매일 3200명 이상의 18세 이하 청소년들이 첫 담배를 피운다”며 “청소년들의 흡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18세 이하 청소년 중 560만명이 흡연 관련 질병으로 수명이 단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소년·성인 따라 차별화된 규제 필요

투치만 교수는 규제 당국이 성인 흡연자들의 금연을 돕는 것과 청소년들의 전자담배 이용 억제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 당국은 최근 전자담배를 전면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미성년자의 전자담배 이용은 막되, 일반담배보다 니코틴 함량이 낮은 ‘담배 대체재’ 개발을 촉진하기로 한 것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016년 18세 미만 미성년자에게 전자담배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담배를 판매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제안을 마련했다. 또 미성년자가 담배 자동판매기를 사용할 수 없도록 연령 확인 장치를 자판기에 장착하고, 미성년자가 출입할 수 없는 곳에만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감독 강화를 위해 모든 전자담배 생산 업체들에 제품 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2017년에는 FDA 산하 담배제품통제센터(CTP) 주도로 흡연자들이 일반담배를 멀리하고, 전자담배와 같은 니코틴 중독이 덜한 형태의 담배로 옮겨갈 수 있는 종합적인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니코틴 함량이 낮은 담배를 위해 ‘위험 저감(Modified Risk)’ 제품군도 신설했다. 다만 니코틴 함량 제한조치가 어떤 방법으로 시행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전자담배 생산 업체들에 1년 전 요구했던 제품 보고서 제출은 4년 뒤로 연기했다. 담배 연기 속에 화학물질이 많이 들어있지 않은 담배 제품에 대한 적절한 감시기준을 마련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FDA 측 설명이다.

미국과 달리 강력한 전자담배 규제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도 있다. 세계 최저 수준의 흡연율을 자랑하는 싱가포르가 대표적이다. 싱가포르는 지난 2016년 일반담배·전자담배 등 담배 제품 일체를 소비자가 볼 수 있는 곳에 진열하는 것을 금지했다. 이번 달부터는 전자담배를 소지하기만 해도 2000싱가포르달러(약 163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판매업자에 대한 규제도 강화했다. 앞으로 전자담배 등을 판매하다 적발되면 최고 6개월의 징역형과 1만싱가포르달러(약 815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두 번째 적발되면 형량과 벌금이 두 배로 늘어난다.


plus point

51년 전 美 담배 광고, 청소년에게 흡연 장려


브리티시아메리칸타바코(BAT)의 ‘럭키 스트라이크’ 광고. <사진 : BAT>

1971년 담배 광고가 금지되기 직전까지 미국 담배 제조 업체들은 공격적 마케팅을 통해 흡연율을 끌어올렸다. 1970년 한 해 담배 제조 업체들의 총광고비용은 3억6100만달러였는데, 이를 최근 달러 가치로 환산하면 18억7500만달러(약 2조250억원)에 달한다.

당시 담배 광고는 의사나 과학자 등 소비자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인물을 등장시켜 흡연을 적극 장려했다. 브리티시아메리칸타바코(BAT)의 제품 ‘켄트’는 ‘미국 전역에서 수많은 과학자와 교육자들이 켄트를 피웁니다’라는 광고 문구를 삽입했다. BAT의 또 다른 제품 ‘럭키 스트라이크’ 역시 마찬가지다. 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럭키 스트라이크 제품을 들고 있는 사진과 함께 ‘2만679명의 내과의사에 따르면, 럭키 스트라이크는 덜 자극적입니다’라고 홍보했다.

담배 제조 업체들은 어릴 때부터 흡연을 시작할수록 충성 고객을 늘릴 수 있다고 판단, 청소년 타깃 광고까지 서슴지 않았다. 지난 2016년 BAT에 인수·합병된 레이놀즈의 제품 ‘카멜’은 어린 소녀와 의사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광고에 삽입했다. 소녀가 의사에게 “저는 백 살까지 살 거예요!”라고 말하자 의사는 “그렇다면 카멜을 피우거라”라고 답한다. 소녀의 어머니는 이 장면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다. 이 같은 청소년 타깃 광고는 1967년에서야 금지됐다.

지난해 말, 담배 제조 업체들이 47년 만에 TV와 일간지 광고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는 예전처럼 자사 제품을 홍보하는 것이 아닌, 담배의 유해성을 인정하고 경고하는 내용이었다. 1999년 미 법무부가 담배 제조 업체들이 담배의 유해성을 감춘 채 제품을 판매해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소송을 걸었고, 2006년 법원이 이를 인정한 데 따른 것이다.


plus point

말보로 생산업체 ‘필립모리스’ 전자담배 주력


필립모리스의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

말보로·팔리아멘트·체스터필드 등으로 유명한 다국적 담배 제조 업체 필립모리스가 새해 결심으로 ‘금연’을 선언했다. 필립모리스는 최근 “2018년의 새로운 목표는 담배 연기 없는 미래를 건설하는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담배 판매를 중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필립모리스는 담배를 둘러싼 세계 각국의 규제가 점차 강력해지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흡연자들이 일반담배를 끊도록 돕는 대신, 담배 연기를 내뿜지 않는 전자담배와 가열형 담배제품으로 판매전략을 선회하겠다는 방침이다. 필립모리스의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는 담뱃잎을 태우지 않고 가열해 찌는 방식이다. 필립모리스는 “아이코스는 일반담배를 피우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 들지만, 타르 등 유해물질이 훨씬 적어 더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직 필립모리스의 이 같은 주장은 검증되지 않았다. 필립모리스는 아이코스를 ‘위험저감담배’로 승인해 줄 것을 미 FDA에 요구했지만, FDA 산하 자문위원회는 최근 “아이코스가 흡연과 관련된 질병의 위험을 줄인다는 필립모리스 주장에 근거가 없다”며 부결 결정을 내렸다. 아이코스를 피우는 것이 일반담배를 피우는 것보다 덜 위험하다는 주장에도 반대 의견을 밝혔다. 아이코스는 아직 FDA의 판매 승인을 받지 못해 미국 시장에 유통되지 않고 있다.

필립모리스의 ‘금연’ 선언이 이미지 쇄신에 불과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많다. 최근 미 하버드대학과 존스홉킨스대학을 비롯한 미국과 캐나다의 주요 대학 17곳의 공중보건관련 학부는 필립모리스가 자금을 대는 금연단체로부터 나오는 연구비는 거절한다는 공동 선언을 발표했다. 필립모리스는 10억달러를 들여 ‘담배 없는 세계’ 재단을 창설해 금연 연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미국과 캐나다 대학들은 “필립모리스가 담배의 생산 판매 자체를 금지하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사: 이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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