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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로맨스·예술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베로나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 살리에리의 음악 떠올려
  > 2017년06월 206호 > 컬처&
[음악기행 10] 이탈리아 베로나
불멸의 로맨스·예술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베로나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 살리에리의 음악 떠올려
기사입력 2017.06.26 14:20


셰익스피어의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인 이탈리아 베로나 구시가지 전경. <사진 : 안종도>

사랑 그리고 예술, 이 두 가지만큼 시공간을 넘어 영원히 존재할 수 있는 것이 또 있을까. 이탈리아 북부의 작은 도시 베로나는 사랑과 예술의 존재를 우리에게 가장 생생하게 말하는 장소 중 한 곳이다. 베로나는 셰익스피어의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으로 유명세를 떨친 후, 전 세계 연인들이 찾는 명소가 됐다. 많은 연인들은 이들의 가슴 시린 사랑 이야기를 떠올리며 베로나 구시가 중심부에 있는 줄리엣의 집 발코니 앞에서 영원한 사랑을 자물쇠에 담아 맹세한다.


괴테·모차르트가 사랑한 도시

오페라 작곡가들이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환생시켰는데, 여름이 되면 많은 오페라 작품이 족히 2000년은 된 고대 로마시대의 원형경기장 ‘아레나 디 베로나’에서 공연돼 수많은 관람객의 가슴에 뜨거운 감동을 준다. 어쩌면 이 도시가 ‘사랑은 예술이고, 예술은 곧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하는 건 아닐까 생각하게 한다.  

베로나는 세계적인 오페라 페스티벌이 열리는 고대 유적지 ‘아레나’ 외에도 고대 로마부터 중세, 바로크, 고전 그리고 현대에 이르는 다양한 시대에 탄생한 많은 건축물과 예술 작품이 가득한 장소로 구성돼있다. 이런 특유의 아름다움은 오래전부터 유명해, 여러 예술가와 문인들이 이곳을 찾았다. 특히 독일의 대문호 괴테는 1786년 이 도시의 아레나를 감상하며 본인이 지금껏 보았던 고대 건축물 중 최고라고 탄복하기도 했다. 그보다 조금 앞선 1770년 이탈리아 연주 여행 중 베로나를 찾은 14살의 음악 신동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역시 고대와 르네상스의 향취로 가득 찬 베로나를 무척 마음에 들어 했다. 모차르트는 베로나 사람들에게 천부적인 재능을 선보이며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모차르트에게 깊은 인상을 준 베로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그의 천재적인 재능에 심한 열등감으로 괴로워한 인물로 묘사된 안토니오 살리에리의 고향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그려진 왜곡된 이미지와 달리 생전 모차르트와 살리에리는 서로를 존중하는 관계였다고 전해진다. 살리에리는 비교적 오랜 삶(1750~1825)을 살았기에 크리스토프 글루크, 프란츠 요제프, 루트비히 판 베토벤, 프란츠 페터 슈베르트 심지어 프란츠 리스트의 음악에도 영향을 미쳐, 고전에서 초기 낭만으로 이어지는 음악사 발전에 크게 공헌한 인물이다.

살리에리는 베로나에서 바로크 대가의 전통을 전수받으며 천부적 재능을 키웠고, 후에 오스트리아 빈으로 건너가 이탈리아인 특유의 재치와 유머를 당시 크게 유행하던 음악 장르인 오페라에 담았다. 그는 거듭 이어진 성공으로 당시 직업 음악인으로서는 최고의 자리인 합스부르크 궁정작곡가라는 직위에 올라 죽기 직전까지 무려 36년간 재직했다고 한다. 유럽 각국의 음악가들과 활발하게 교류했고 품행 또한 세련돼 당시 음악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모차르트 사후 그들을 둘러싼 소문이 후에 그의 음악을 왜곡된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들었다는 후문이 있다.



여름마다 열리는 세계적인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로 유명한 ‘아레나 디 베로나’. 이곳은 서기 40년쯤, 고대 로마인들이 지었다고 전해진다. <사진 : 안종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천재 음악가 살리에리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소프라노 체칠리아 바르톨리는 살리에리의 음악을 “바로크 시대 전통이 살아 있는 고전음악이지만, 그 안에 다음 시대를 예견하는 낭만주의의 빛이 들어 있어 표현하기 매우 까다롭다”고 했다. 이는 당시 전통과 고전 사조가 살리에리의 이탈리아 색채와 어우러졌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된다.

지금은 그의 작품 대부분이 관객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지만 새로 발굴해 연주하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특히 체칠리아 바르톨리가 낸 살리에리 오페라 아리아 모음 음반은 살리에리의 음악을 다시 한 번 입체적으로 조명받을 수 있게 한 계기가 됐다. 이 음반을 통해 독자들도 베로나 출신 천재 음악가의 재기(才氣)를 마음껏 즐겨볼 수 있다.

또 베로나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고향인 만큼, 프랑스의 작곡가 샤를 구노가 작곡한 동명(同名)의 오페라를 들으며 베로나에 가득 담긴 사랑과 예술을 느껴보길 바란다. 구노의 세련된 오케스트레이션과 다채로운 화성은 두 주인공의 사랑을 황홀한 순간으로 이끌어낸다. 이 황홀함은 사랑은 예술이고, 예술은 곧 사랑이라는 베로나의 오래된 메시지를 아름답게 전달한다.


▒ 안종도
독일 함부르크 국립 음대 연주학 박사, 함부르크 국립음대 기악과 강사


plus point

베로나와 어울리는 추천 음반

살리에리 아리아 모음집
소프라노ㅣ
체칠리아 바르톨리
지휘ㅣ아담 피셔
오케스트라ㅣ더에이지오브엔라이트먼트

이 음반을 들으며 모차르트를 독살하려 음모를 꾀했던 영화 속 살리에리의 잘못된 이미지는 잊는 것이 좋겠다. 오랫동안 잠자던 살리에리의 음악을 세상에 일깨우고 유럽 팝 음악 차트에 오를 정도로 큰 화제가 된 명음반.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
테너ㅣ로베르토 알라냐
소프라노ㅣ안젤라 게오르규
지휘ㅣ미셸 플랑송
오케스트라ㅣ툴르즈 국립 오케스트라

프랑스의 작곡가 샤를 구노가 재구성한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 구노는 이탈리안 오페라의 전통, 독일 종교음악의 이해와 함께 프랑스 특유의 눈부신 색채까지 더해 두 연인의 사랑 이야기를 더 입체적으로 구성했다.

기사: 안종도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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