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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정보가 있었고, 우주는 도서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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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현의 독서수첩 26] 인포메이션
태초에 정보가 있었고, 우주는 도서관이다
기사입력 2017.07.31 14:27


작가 보르헤스는 자신의 책 ‘바벨의 도서관’에서 우주를 거대한 도서관으로 상상했다.

인포메이션
제임스 글릭 지음 | 박래선·김태훈 옮김 | 동아시아
2만5000원 | 654쪽

역사를 이끈 동력을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 여러 형태의 역사 기술이 이뤄졌다. 경제사, 과학사, 전쟁사, 철학사 등등, 이제는 정보가 인간과 자연·우주에 미친 영향을 통 크게 조명하는 역사 서술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한다. 이른바 빅히스토리의 시대다.

미국 과학저술가 제임스 글릭은 하버드대에서 문학과 언어학을 공부했고, 뉴욕타임스에서 10여 년간 기자로 일하며 과학자의 삶과 탐구 결과에 대한 글을 썼다. 그가 쓴 책 ‘카오스’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다. 그가 2011년에 낸 책 ‘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은 정보화의 역사를 일목요연하면서도 유장하고 경쾌하게 들려준다.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라고 했듯이, 정보도 이미 그때부터 있었는데, “정보는 화강암 묘비부터 전령의 귓속말까지 유무형의 형태로 선조들의 세계에도 스며들어 있었다”면서 시작한다.


빅데이터로 독감 조기 경보 시스템 만든 구글

“문자는 정보의 기초 기술이었다”는 관점에서 출발해 인류사를 되돌아보면 유무형의 정보를 생산하고 정보를 전송하면서 저장하는 기술이 발전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문자 이전의 시대엔 북소리가 정보를 전달하는 언어 역할을 했고, 문자 시대엔 정보를 읽는 길이 열렸다. 인쇄술이나 백과사전 모두 정보의 조직 체계를 새롭게 탄생시켰다. “인쇄술의 발명은 창의적이기는 하지만, 문자의 발명에 비하면 사소한 것에 불과하다”고 홉스는 말했다. 제임스 글릭은 “어떤 면에서는 홉스의 말이 옳았다”며 “모든 새로운 매체는 사고의 속성을 변화시킨다”고 평가했다.

이 책은 인간이 정보의 네트워크로 이뤄졌고, 우주는 정보의 바다라고 강조한다. “두뇌를 만드는 것은 지식의 양이 아니다. 심지어 지식의 분배도 아니다. 바로 상호연결성이 두뇌를 만든다.”

소셜 미디어는 어느덧 실제 사회에 버금가는 영역이 됐다. 소설가 마거릿 애트우드는 잠언의 달인으로 손꼽혀왔다. 그녀는 “토끼 굴에 빠진 앨리스처럼 트위터 세상에 빠져들었다”라고 했다.

정보 폭포가 대중을 선동하고 여론을 호도할 위험도 커졌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낙관적이다. “네트워크 속의 지식은 복제와 흉내내기에 토대를 둔 집단적인 의사결정과 다르다. 이 지식은 덧붙여짐으로써 발전하고 기발함과 예외도 수용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2008년 구글이 인터넷의 검색 데이터를 토대로 독감 조기 경보 시스템을 만든 사례를 높이 평가했다.

이 책은 우주를 거대한 도서관으로 상상한 작가 보르헤스의 소설 ‘바벨의 도서관’을 제시하면서 무한한 정보의 네트워크를 떠도는 미래 인간의 삶을 내다보기도 했다. 태초 이후 모든 책을 소장한 도서관에서 정작 원하는 책을 찾지 못하듯이, 정보의 망망대해에서 인간은 덧없이 익사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럴수록 더 적극적으로 정보에 도전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모두 바벨의 도서관의 이용자이면서 사서이기도 하다”는 것.

그렇다고 이 책이 미래를 분명히 예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보의 과거사를 되돌아보는 박학다식의 향연을 펼치는 데 더 주력한다. 인간과 우주가 바로 정보라는 것을 문학과 철학, 과학을 넘나들며 풀이하기 때문이다.

기사: 박해현 조선일보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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