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서울대입구역 인근에 조성된 샤로수길. 일반 주택가였던 이곳은 750m에 걸쳐 이색 음식점과 커피숍, 술집이 있는 상권으로 변했다(왼쪽). 서울 석촌동 송리단길. 석촌호수 인근 작은 아파트 단지와 빌라에 거주하는 젊은층을 대상으로 한 상권이 생기고 있다. 다세대 주택 1층을 개조해 만든 음식점과 커피숍이 많다. 사진 정해용 기자
서울 지하철 서울대입구역 인근에 조성된 샤로수길. 일반 주택가였던 이곳은 750m에 걸쳐 이색 음식점과 커피숍, 술집이 있는 상권으로 변했다(왼쪽). 서울 석촌동 송리단길. 석촌호수 인근 작은 아파트 단지와 빌라에 거주하는 젊은층을 대상으로 한 상권이 생기고 있다. 다세대 주택 1층을 개조해 만든 음식점과 커피숍이 많다. 사진 정해용 기자

9월 30일 오후 4시가 조금 넘은 시각, 서울 신촌 명물거리(신촌역의 대표 먹자골목)를 찾았다. 도로변에 있는 한 6층짜리 건물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곳은 원래 카페 ‘민들레영토’가 있던 곳이다. 10월 중에 오락실이 들어선다. 한쪽에는 오락기와 목재가 모여 있었고 인부 서너 명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명물거리에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촌역 방향으로 내려가자 홍익문고가 눈에 들어왔다. 1957년 개업한 이곳은 서울의 가장 오래된 서점 중 하나다. 홍익문고는 변함없었지만 바로 옆 건물의 사정은 달랐다. 이 건물은 1층에 나란히 붙어 있는 3개의 상가(화장품 가게 2곳, 속옷 가게 1곳)가 영업하고 있었는데 모두 간판을 떼어낸 채 새 임차인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명물거리가 시작되는 유플렉스 신촌점 앞 풍경도 많이 바뀐 상태였다. 유플렉스 신촌점을 마주 보고 영업하던 함흥냉면집은 없어졌고 이 자리에서 흑당 버블티 가게와 화장품 가게가 한창 영업하고 있었다.

‘이코노미조선’은 신촌 명물거리 대로변에 있는 29개 상점이 어떻게 업종을 바꿨는지 알아봤다. 5년 전인 2014년 당시 영업하던 상점들을 인터넷과 서적 등을 이용해 알아본 후 현재 영업하고 있는 상점과 비교했다. 최근 상권이 많이 축소된 지역인 신촌에서 어떤 상점이 없어지고 어떤 상점이 새로 생겼는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지역 상권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 5년 전에 있던 상점 중 19곳이 업종을 바꿨다. 같은 상호로 영업하는 상점은 10곳에 불과했다. 가장 많이 사라진 것은 술집과 고깃집이었다. 10곳이 사라졌는데, 그 자리에 오락실(3곳), 코인 노래연습장(1곳), 베트남 쌀국숫집(1곳), 패스트푸드점(1곳), 잡화점(1곳)이 들어섰다. 다른 술집과 고깃집도 3곳이 생겼다.

술집이나 고깃집뿐 아니라 유행을 타는 음식점 중 사라진 곳이 많았다. 5년 전 타코(옥수숫가루나 밀가루 빵에 고기, 채소를 넣어 먹는 멕시코 음식)를 팔던 한 상점은 마라탕 가게가 돼 있었다.

김영태 신촌 한탑부동산 소장은 “술집이나 카페 등 음식 장사는 업종이 바뀌면서 임차인이 자주 교체되고 있다. 최근에는 마라탕 가게를 연 임차인도 꽤 많다”고 했다.

미국 덴버대학(University of Denver)에서 교환학생으로 연세대에 온 김모(20)씨는 “한국에 온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거리의 상점들이 자주 없어지고 새로 생기는 모습을 종종 봤다”고 했다. 과거에 신촌은 대로변 등 핵심 지역에 있는 26.4㎡(8평)짜리 상가는 월 2000만원가량의 임대료를 받는 곳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1000만원 안팎으로 떨어진 상태다.

서울 관악구 서울대입구역 인근에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샤로수길은 신촌보다 훨씬 활기찬 모습이었다. 서울대입구역 2번 출구에서 대로변으로 160m가량 걸어가면 스타벅스가 있다. 이 건물을 끼고 왼쪽 이면도로로 접어들면 이색 음식점과 술집, 커피숍 등이 있는 거리가 있는데 강남구 신사동의 가로수길을 본떠 샤로수길로 부른다. 샤로수길의 길이는 750m 정도다. 샤로수길에는 프랑스식 홍합요리 전문점, 초교탕(닭육수에 전복, 도라지 등을 넣어 만든 궁중요리) 전문점 등 이색적인 음식점이 많다. 이곳에서 4년째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33)씨는 “사람이 주중 오후에도 많은 편이지만 주말이면 오전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거리에 가득 모인다”고 했다. 분식집을 운영하는 조혜련(32)씨도 “예전보다 유동인구가 5~6배 이상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하경식 대우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는 “1평(3.3㎡)당 4000만원 이상으로 건물 가격이 형성됐다. 2~3년 전보다 1000만원 이상 오른 상태”라고 했다.


부자들의 투자법 1위 ‘꼬마빌딩·상가’

‘이코노미조선’은 신촌과 샤로수길, 서울 송파구 석촌동 송리단길 등 서울 주요 지역을 돌아보며 상권 변화와 건물 형태 등을 살펴봤다. 또 10여 곳의 부동산중개업소와 존스랑라살(이하 JLL) 등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업체 전문가들을 만났다. 상가나 꼬마빌딩(중소형 빌딩) 등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이 관심 가질 만한 서울의 상권은 어디인지, 또 실제 투자할 때 어떤 건물이나 상가를 골라야 하고, 매입한 부동산 자산 가치를 어떻게 높일 수 있는지를 알아봤다.

상가나 꼬마빌딩 등 수익형 부동산 투자는 많은 자산가가 가장 관심을 가지는 분야다. KB금융이 발표한 ‘2019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부자 중 46.5%는 ‘장기적으로 수익이 예상되는 가장 유망한 투자처’로 ‘빌딩·상가’를 꼽았다. 많은 자산가가 주식, 채권 등 금융상품뿐 아니라 주택, 토지 등 다른 부동산보다 빌딩과 상가 투자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었다.

그렇다면 수익형 부동산 투자는 수십억원 이상 자산가들만의 리그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꼬마빌딩 투자는 5억원 안팎의 자금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서울 강남 등 꼬마빌딩이 몰려 있는 곳에는 30억~40억원짜리 매물이 종종 나온다. 이런 꼬마빌딩을 사기 위해선 대출을 제외한 자기 자본금이 10억~15억원가량 필요한데 3~4명이 공동 투자를 하면 한 사람이 5억원 이하의 돈을 투자해 건물을 살 수 있다. 실제 많은 투자자가 이런 방식의 투자를 하고 있다. 상가를 분양받거나 기존 상가를 매입하는 경우는 더 적은 돈으로도 투자가 가능하다.

꼬마빌딩이나 상가를 사면 매입 당시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팔아 이익을 거두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또 다른 매력은 임차인에게 꼬박꼬박 월급처럼 임대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특히 근로소득이 없는 은퇴자들에게는 꿈 같은 일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서울 지역 6개 상권(서울대입구역‧왕십리‧신림역‧홍대합정‧강남대로‧신사역)을 조사한 결과 26.4㎡(8평)짜리 상가의 월 임대료는 152만원에 달했다. 이는 이면도로 등을 접한 골목 상가를 포함한 평균 임대료다. 대로변에 있는 상가는 임대료가 수천만원에 달하는 곳도 많다. 한두 곳 상가에 임차인을 끌어들이면 매달 수백만원 이상 수입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꼬박꼬박 월급처럼 임대료를 받고 편안한 노후를 즐기려는 꿈은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철저한 상권 분석을 통해 투자 대상 지역을 선정하는 작업은 물론 투자 후에도 상권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파악하고 그 변화에 맞춰 가장 빠르게 대응해야만 높은 임대료를 내는 임차인을 놓치지 않는다.

가로수길은 임차인의 트렌드를 읽어낸 사람들이 상권을 일으킨 대표적인 곳이다. 이곳은 원래 철물점이나 세탁소 등이 있던 평범한 동네였다. 하지만 일부 임차인들이 커피숍과 젊은층의 취향에 맞춘 음식점 장소를 알아보기 위해 현지 부동산중개업소를 돌아다녔고 이를 파악한 건물주가 커피숍과 음식점 등에 맞는 형태로 건물을 리모델링한 후 임차인을 교체했다. 이렇게 한두 곳씩 새로운 가게가 들어서면서 가로수길에는 커피숍과 음식점뿐 아니라 의류매장 등이 모이는 큰 상권이 형성됐다.

신촌의 건물주들도 상권 변화에 맞춰 발 빠른 대응을 한 경우가 많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중국 관광객 대상 화장품 매출이 많이 감소하고, 인근 연세대 신입생의 송도캠퍼스 기숙사 1년 의무 거주로 술집 매출이 줄면서 신촌 상권은 위축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부 건물주들은 마라탕, 흑당 음료 등 유행하는 음식 아이템을 들고 오는 임차인을 잡아 화장품 가게나 술집이 빠진 자리를 메웠다.


투자한 건물 반경 1㎞ 샅샅이 살펴야

전문가들은 투자 지역의 상권을 분석할 때는 경제의 큰 흐름 변화와 주변의 대규모 시설 공사 등이 상권에 미칠 영향을 두루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새벽배송 등 배달 시스템이 보편화해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다”며 “오프라인 상권 자체가 온라인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되는 과정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도 충분히 고려해 투자 대상 건물과 상권을 골라야 하는 시점”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GS슈퍼마켓 등 유통 매장이 입점해 있는 상가 건물은 신중해야 한다. 덜컥 인수했다가 온라인 유통 업체에 밀려 매출이 줄어 매장을 없애면 임대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서울시의 영동대로 지하 공간 복합개발사업(2호선 삼성역과 9호선 봉은사역 사이 지하 6층, 연면적 16만㎡의 지하 공간 개발사업)이나 신분당선 연장(현재 강남역까지 운행되는 신분당선을 신사역과 용산역을 거쳐 경기도 고양의 삼송역까지 연장하는 사업) 등 대규모 인프라 건설 사업이 진행되는 경우, 인근 지역 상가나 빌딩 투자자들은 관심을 둬야 한다. 대규모 인프라가 건설되면 그 지역을 중심으로 상권이 발전하는데 이렇게 되면 인근 지역 상권의 유동인구가 대규모 인프라가 건설된 곳으로 이동해버려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명식 JLL코리아 이사는 “꼬마빌딩과 상가 투자자는 투자한 건물 반경 1㎞ 이내에 대기업이나 관공서 등 대형 빌딩이 얼마나 있는지, 그 대형 빌딩에서 생활하는 사람의 동선이 내가 투자하려는 건물을 지나가는지 아니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교통 시설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등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고 했다.


도로 폭도 건물 가치에 큰 영향

상권과 임차인의 업종 변화를 분석하는 것은 산업의 큰 흐름을 파악한다는 측면에서 꼭 필요하다. 하지만 성공적인 수익형 부동산 투자를 하기 위해선 이런 큰 흐름을 파악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개별 건물이나 상가를 이런 변화에 맞춰 어떻게 활용해 수익을 낼 수 있는지, 정확하게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같은 상권에 비슷한 조건의 건물이나 상가라도 작은 차이 때문에 매매 가격과 월 임대료가 많이 달라질 수 있다. 또 리모델링하면 현재보다 훨씬 더 높은 임대료를 받고 매매 가격도 크게 높일 수 있는 건물이 많다. 건물 하나하나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하는 이유다. 특히 꼬마빌딩과 상가를 매입할 때 중요한 것은 자산 가치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아파트처럼 정형화한 크기의 주택 가격은 인터넷 등에 모두 공개된다. 또 층수와 전망에 따라 가격이 약간씩 차이 나지만 같은 단지 내 아파트 가격은 비슷하다. 급매로 나온 것이라도 3000만~4000만원 이상 가격 차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빌딩이나 상가는 이렇게 정해진 가격이 없다. 또 매수하려는 사람이 빌딩이나 상가에서 나오는 월 임대료 등을 알기도 어렵다.

전문가들은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정보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투자하려는 건물의 지가(땅값)나 건물값, 임대료 수준 등 기초 정보는 물론 △도로 폭 △준공 연도 및 면적 △주차 공간 현황 △화장실 관리 상태 등까지 두루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형 임차인 유치하려면 리모델링 필수

꼬마빌딩이나 상가의 현재 가치를 파악했다면 이를 매입한 후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도 검토해봐야 한다. 싼 가격에 나온 매물을 리모델링 공사 등의 방법으로 개조하면 훨씬 더 높은 임대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정숙 둔촌주공부동산(서울 성내동) 대표는 “허름한 건물을 산 후 리모델링과 인테리어 공사를 해서 가치를 높이는 게 꼬마빌딩 등 수익형 부동산 투자의 매력”이라고 했다.

대표적 리모델링 방법은 엘리베이터 공사다. 엘리베이터가 없을 경우 매매 가격이 1평당 500만원 이상 싸게 나오는 건물이 많다. 50평(약 165㎡)짜리 건물이라면 2억5000만원이 싼 것이다. 4~5층 건물에 엘리베이터 설치 비용은 3000만~4000만원가량이다. 바닥 면적의 일부를 떼어내기 때문에 공간이 줄어드는 단점이 있지만 대형 브랜드의 임차인 중에는 엘리베이터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주택으로 사용하던 1층 외벽을 헐어내고 중간에 구조를 보강하는 건축용 철강 자재(H빔)를 세운 후 통유리로 내부가 들여다보이도록 하는 것도 음식점이나 커피숍, 의류점 등 임차인들이 선호하는 구조다. 서울 주요 상권에는 이런 방식으로 건물을 개조해 임차인을 받는 경우가 많다. 단 이런 리모델링을 위해서는 건축물 안전진단업체에 의뢰해 구조 보강을 위한 설계도면을 받아야 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저금리 시대가 계속되고 있고 정부가 아파트 등 주택 시장에 대한 규제를 계속 강화하고 있어 상가나 꼬마빌딩 등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계속 높아질 것 같다”며 “임차인과 임대인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상생할 수 있도록 돕고 서로 수익을 나누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지역 상권과 경기 진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했다.

정해용 기자, 김두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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