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중국의 꽌시(關係·관계) 문화는 어떻게 변하고 있나요?” (질문자)

“꽌시는 인간관계예요. 여기에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요? 자연스럽게 행동하세요. 중국인에게 맞춰 줄 필요는 없습니다. 솔직한 마음을 보여주는 것, 상대를 존중하는 것으로 관계를 자연스레 쌓는 거죠.” (토니 리 코카콜라 대중화·한국 이노베이션 컨설턴트)

#2. “자원이 부족한 극초기 스타트업이 동남아시아에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성공적으로 론칭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질문자)

“고객들은 그런 기술에 대한 구체적인 개념이 없습니다. 가격 대비 성능이 좋냐 안 좋냐만을 최우선으로 따지죠. 이미 기술 도입이 늦은 나라가 많기 때문입니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는 가성비가 좋습니다.” (최서진 스윙비 대표)

스타트업이 모여있는 서울 강남구에서 10월 29일 소규모 콘퍼런스가 열렸다. 아시아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인 창업자, 투자자, 글로벌 기업 임원 등이 한곳에 모여 생생한 현지 사정과 진출기를 들려주는 자리였다. 스타트업 지원기관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정기적으로 여는 콘퍼런스 중 하나로 이번에는 중국, 동남아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베트남), 중동(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쿠웨이트·바레인·아랍에미리트·오만) 지역을 대상으로 한 ‘아시아의 한국인’ 콘퍼런스였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중국의 한국인’ 등 해외에서 신시장을 개척 중인 창업자나 관계자를 지역별로 모아 매년 콘퍼런스를 연다. 올해는 기존 중국 지역에 동남아시아, 중동을 추가해 ‘아시아’로 엮었다.

150명 남짓 모인 소규모 콘퍼런스였지만, 행사장 열기는 뜨거웠다. 지역별 세 세션에 참석한 연사들은 주어진 20분을 최대한 활용해 자신이 겪은 경험을 살뜰하게 나눴고, 참석자들도 세션 중간중간 앱을 통해 실시간 질문을 쏟아내며 현지 사정과 진출 노하우 등 조언을 구했다. 직접 참가 신청서를 내고 왔다는 김다운 알레시오 대표는 “정보도 정보지만 앞서 해외에 진출한 선배 창업자의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알레시오는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태아 초음파 사진 정확도를 높이는 기술을 가진 창업 4년 차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이다. 신생아가 많이 태어나는 베트남, 중국 시장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김 대표는 “선배 창업자로부터 이 시장에서 대체 어떤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질 수 있는지 예습하고 싶었는데 궁금증이 해소됐다”고 했다.

올해 3분기 한국 경제는 전 분기보다 0.4% 성장하는 데 그쳤다. 올해 성장률은 1%대로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자 해외로 눈을 돌리는 발 빠른 스타트업도 늘고 있다. 정부도 해외 진출을 장려하고 있다. 창업진흥원의 글로벌 액셀러레이팅 지원 사업을 통해 해외로 나간 창업 7년 이내 신생 기업은 2012년 39개에서 2019년 60개까지 늘었다. 지난 7년간 해외로 나간 기업은 총 435개다.

그중에서도 아시아는 성장성이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한 동남아시아·인도·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4.5~6.5%에 달한다. 한국(2%)은 물론 세계 평균(3%)을 크게 웃돈다. 중동은 성장률 전망치가 한국보다 낮지만,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많다. 아랍에미리트(UAE)는 4만698달러로 한국(2만9742달러)보다 훨씬 높다. 신흥 시장은 성장성이 높은 만큼 신사업 규제에서도 자유로운 편이다. 최근 검찰이 승차 공유업체 타다를 기소한 것처럼 규제에 막혀 혁신이 사장될 위기에 처한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이코노미조선’은 아시아 속 한국인의 이야기를 더 들어봤다. 중국 코카콜라에 있는 토니 리 이노베이션 컨설턴트, 말레이시아에서 인사 관리 소프트웨어 업체 스윙비를 창업한 최서진 대표, 필리핀에서 기프티콘 서비스 업체 쉐어트리츠를 운영 중인 이홍배 대표, 베트남 진출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더인벤션랩 창업자 김진영 대표, 중동 의료 관광 중개 플랫폼 하이메디 창업자 이정주 대표, 카타르에 직접 만든 여성용품을 수출하는 해피문데이 창업자 김도진 대표, 사우디아라비아에 스마트팜을 수출하는 엔씽 창업자 김혜연 대표다. 콘퍼런스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또 다른 아시아 스타트업 대국 인도에서 성공 사례를 쌓고 있는 이철원 트루밸런스 대표와도 따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나는 전문가 아니라 아직 배우는 사람”

이들이 아시아 시장에 눈 돌리게 된 계기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대부분의 창업자들은 한국 기업의 현지 법인 혹은 해외 영업 담당자로 일하다가 기회를 봤다. 최서진 대표는 안랩에서 싱가포르·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6개국 해외 사업을 맡았던 경험이 밑천이 됐다. 현지 중소기업 관계자를 만나다 보니 이들에게 특별한 인사 관리 시스템이 없다는 점에서 사업 기회를 봤다고 한다. 이홍배 대표는 이철원 대표가 이전에 창업한 동남아시아·인도 대상 소프트웨어 업체 액세스모바일 출신이다. 회사 대표와 직원이 신사업을 발굴하다가 각자 활동 지역에서 전문 분야를 살린 경우다. 두 업체 모두 결제 시스템으로 ‘대박’을 냈다.

두번째 유형은 개척가형이다. 낯선 미지의 땅에서 스스로 기회를 발굴했다. 중동 시장 창업자가 여기에 속한다. 김도진 대표는 대기업과 경쟁이 치열한 국내 시장 대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여러 나라를 고려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오일 머니가 풍부하지만 여성 인권이 낮은 것으로 알려진 중동 시장을 점찍고 판로 개척에 열을 올렸다. 이정주 대표도 국내 1500개 이상의 의료 관광 중개 기업 대부분이 중국과 러시아 시장만을 놓고 싸우는 상황에서 홀로 중동 시장에 눈 돌렸다. 국내 기업 입장에서도 중동은 주요 시장이 아니고, 중동 고객 입장에서도 한국은 주요 목적지가 아니다. 그런데도 이 시장에 용감하게 뛰어든 이 대표의 베팅은 중동 의료 관광 수요 독점으로 이어졌다.

‘이코노미조선’이 만난 8인은 스타트업 창업가, 액셀러레이터(초기 투자자), 글로벌 기업 임원 등 배경과 직함이 다양했지만 공통점은 분명했다. 자신을 ‘현지 전문가’가 아니라 ‘아직 한창 배우고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했고, 대화 내내 개척 중인 시장과 사람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였다.

이들의 사업 모델은 사실 ‘세상에 없던’ ‘새로운’ 혁신은 아니다. 모바일 결제 시스템, 모바일 기프티콘 서비스, 인사 관리 소프트웨어, 여성용품 수출, 의료 관광 기업 등 기존에 있던 사업 모델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혁신’이 아니라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기존에 있던 사업 모델이라 하더라도 이를 변형해 현지인도 모르던 수요를 창출하고 돈을 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세계 시장으로 나가려는 또 다른 한국 기업이 참고할 만하다.

전문가들은 혁신의 정의를 새로 써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시장의 문제를 발견해서 해결하면 그것이 혁신”이라며 “누군가 생각했던 것을 더 나은 방법으로 또 하는 것 역시 혁신”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슷한 것을 하는 것 같아도 지역별로 문제가 다 다르고 자세히 들어가 보면 모두 다른 접근 방법으로 해결한다”고 설명했다.

송현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