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5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금리가 더 오르는 환경이 된다면 미국 사회와 연방준비제도(Fed)의 관점에서 플러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AFP연합
6월 5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금리가 더 오르는 환경이 된다면 미국 사회와 연방준비제도(Fed)의 관점에서 플러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AFP연합

세계 5위 쇠고기 수출국인 아르헨티나는 5월 17일(이하 현지시각) 쇠고기 수출을 한 달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으로의 수출량이 급증하면서 국내 공급이 부족해진 탓에 아르헨티나의 쇠고기 가격은 지난 1년간 64.7% 급등했다. 같은 기간 아르헨티나 물가 상승률(46.3%)을 18.4%포인트 웃돈 수준이다. 미국의 컨설팅 업체 글로벌 애그리트렌즈의 공동 설립자 브렛 스튜어트는 “아르헨티나가 중국에 한 달간 공급을 중단하면 전 세계적으로 쇠고기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호무역이 최근 부각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하 인플레) 공포를 키우고 있는 단적인 사례다. 보호무역 확산은 물론 미․중 무역전쟁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더 뚜렷해진 중국 중심 글로벌 공급망 위축 등 실물경제의 공급 측면에서만 인플레 유발 요인이 있는 건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빠른 속도를 내고 있는 소비 회복, 인구 변화, 팬데믹 위기를 넘기 위한 경쟁적인 유동성 확충 정책 등 4대 요인이 인플레 우려를 확산시키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월 5일 “정치와 경제, 국제 관계, 인구 변화가 모두 인플레를 유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1│넘치는 유동성

미국은 코로나19에 따른 고용 부진과 내수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난해 2조3000억달러(약 2576조원)의 지원책을 내놨고, 올해 1조9000억달러(약 2128조원)의 경기부양책도 시행 중이다.

5월에는 2022회계연도 예산안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치인 6조달러(약 6720조원)를 제시하며 재정과 통화 정책 모두 경기 부양에 집중하고 있다.

10월부터 적용될 2022회계연도 예산안에는 총 4조1000억달러(약 4592조원) 규모의 인프라·교육·보육투자가 포함돼 있다. 연준이 지난해 인플레를 일정 기간 용인하는 평균물가목표제를 도입한 데 이어 물가 안정보다는 일자리 회복에 집중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방향성도 인플레 우려를 키운다.

유럽의 경우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에 대비하기 위해 도입한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 규모를 내년 3월까지 1조8500억유로(약 2534조원)로 유지하면서 채권 매입을 늘리기로 했다.

한국 역시 3월 광의통화(M2)가 3313조1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 증가했다. 정부는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추가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2│글로벌 공급망 위축

미국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는 5월 모델Y, 모델3 가격을 각각 500달러(약 56만원)가량 올렸다. 최근 수개월 내 다섯 번째 인상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5월 31일 “원자재 비용 압박이 심하다”고 트윗을 올렸다.

중국 중심 글로벌 공급망 위축도 완성품 가격 상승 우려를 키운다. 5월 17일 광둥성은 둥관 등 17개 공업도시에 전력소비제한조치를 발령했다. 이상 고온과 가뭄이 겹치고, 석탄 가격 상승으로 화력발전소 추가 가동까지 힘들어져 전력난이 심화되자, 중국의 공장이 멈춰 설 상황에 처한 것이다. 광둥성은 세계의 공장인 중국에서도 최대 공업생산지역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이은 바이든 대통령의 중국 디커플링(탈동조화)과 팬데믹, 기후변화까지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을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6월 8일 반도체, 자동차용 배터리, 희토류, 제약 등 4개 핵심 분야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공급망 재편 전략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중국이 전 세계 첨단 배터리 셀 제조 역량의 75%를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3│봇물 터진 소비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신속하게 이뤄지면서 중국과 유럽, 미국 등에서 일순간 터져나온 보복소비는 인플레에 불을 붙였다. 미국 금융 정보 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으로 미국의 개인 저축률은 33%를 기록했다. 1960년대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소비의 실탄’이 되고 있다. 경제가 재개되고, 억눌렸던 소비 욕구가 터지면서 미국의 4월 근원개인소비지출(PCE) 지수는 전년보다 3.1% 상승했다. 4월 상승률 기준으로 보면 1990년대 이후 최고치다.

영국 명품 브랜드 버버리의 2021회계연도 4분기(1월 1일~3월 27일) 매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2% 늘었다. 중국의 경우 올해 두 번째 장기 연휴인 노동절(5월 1~5일) 소비가 급증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내 여행객은 2억3000만 명으로, 전년보다 119.7% 증가했고, 관광 수입은 1132억위안(약 20조3760억원)으로 138.1% 늘었다.


4│인구 감소와 노동자 권리 향상

세계적 통화 정책 석학인 찰스 굿하트는 저서 ‘인구 대역전’에서 인구 고령화 등으로 초인플레이션 시대가 막을 올렸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인구 증가가 정점에 이르렀고, 지난 10년간 미국이 1930년대 이후 가장 느린 인구 증가 추이를 보였다는 점도 인플레를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게 WSJ의 분석이다.

중국 인구는 지난해 11월 기준 14억1178만 명으로 증가 추세를 이어갔지만, 지난 10년간의 인구 증가율은 0.53%로 1960년대 이후 가장 낮았다. 2020년 출생 인구는 1200만 명으로 떨어져 대약진 운동이 초래한 대기근으로 수천만 명이 사망한 1961년 이후 가장 적었다. 중국 정부가 지난 5월 부부당 최대 3명의 자녀를 가질 수 있도록 산아제한을 완화한 배경이다. 미국 역시 2007년부터 2019년까지 3억 명대의 인구 수준에 머물러 있다.

풍부한 노동력에 기반한 중국 공장의 저렴한 인건비 시대가 저무는 데다 바이든 대통령의 친노조 정책에 따라 임금 상승 압박이 거세지는 것도 인플레를 자극할 만한 이유로 분석된다고 WSJ는 전했다.


plus point

인플레 대응 나선 각국 정부

인플레 우려 확산에 세계의 눈은 미국으로 쏠리고 있다. 5월까지 인플레는 일시적이라고 일축하던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최근 긴축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다. 영국 런던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한 옐런 장관은 6월6일(이하 현지시각) 블룸버그와 인터뷰하며 “금리가 더 오르는 환경이 된다면 미국 사회와 연방준비제도 관점에서 플러스(도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상적 금리 환경으로 되돌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시간 문제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6월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 테이퍼링(양적완화 정책 축소) 논의 가능성이 부각되는 배경이다.

중국의 경우 인민은행이 5월 20일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13개월째 동결했다. 다만, 원자재 가격 상승과 경기 과열이 이어질 경우 인민은행이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에 나선 국가도 있다. 캐나다중앙은행(BOC)은 올해 4월 국채 매입 규모를 40억캐나다달러(약 3조6900억원)에서 30억캐나다달러(약 2조7600억원)로 축소했다. 뉴질랜드 중앙은행(RBNZ)은 5월 26일 기준금리를 0.25%로 동결했지만, 2022년 3분기에는 0.5%, 2024년 2분기에는 1.8%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WSJ에 따르면 올 들어 터키와 러시아, 브라질 등이 금리를 올렸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달러화 자금이 빠져나갈 것을 우려하는 신흥국들이 선제적인 조치를 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투자자 자금이 빠져나가 신흥국 통화 가치와 증시가 급락한 2013년 테이퍼 탠트럼(긴축 발작) 재연을 우려하고 있는것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5월 27일 “연내 금리 인상 여부는 경제 상황에 달렸다”며 “경제 회복 흐름과 속도, 강도 등을 더 지켜보면서 통화 정책을 운용하겠다”고 말해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남겨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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