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 보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금융시장에 막대한 유동성이 투입됐음에도 꿈쩍 않던 물가가 최근 요동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에 따른 경기 침체를 벗어나기 위한 각국 정부의 유동성 투하 탓이 크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경제학자들은 현재의 경제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을까. ‘이코노미조선’은 6월 6일 스티브 한케 존스홉킨스대 교수, 윌리엄 잉글리시 예일대 교수, 애즈워스 다모다란 뉴욕대 스턴 경영대학원(MBA) 교수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인플레이션과 이 현상이 앞으로 글로벌 경제에 미칠 영향을 물었다. 이들은 대체로 현 상황을 ‘인플레이션’으로 진단했고, 장기화할 경우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케 교수는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경제고문을 지낸 응용경제학 전문가이며, 잉글리시 교수는 2010~2015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서 통화 정책 개발과 정책 정상화 등을 담당했다. 다모다란 교수는 가치평가의 세계적 석학으로 꼽힌다. 다음은 일문일답.


현 경제 상황을 인플레이션으로 진단하나.

한케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얘기한 것처럼 ‘인플레이션은 언제나, 모든 곳에 존재하는 통화 현상이며, 통화량 증가와 동반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빠르게 통화량이 증가한 이후 인플레이션은 더욱 명확해졌다. 유일한 예외는 중국이다. 중국은 화폐 가치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두는 프리드먼 스타일의 통화주의를 따르고 있다. 그 결과 중국의 통화 증가량은 내가 ‘골든 증가율’이라고 부르는 것에 더 가까워졌다. 골든 증가율이란 한 국가의 타깃 인플레이션율과 일치하는 광의통화(M2) 증가율을 말한다. 이는 중국의 인플레이션율이 연 3%라는 타깃 인플레이션율에 상당히 가까워졌다는 걸 설명한다.”

잉글리시 “인플레이션 관련 데이터는 분명 상승하고 있지만, 빠르게 회복하는 소비는 팬데믹에 따른 공급망 붕괴로 한계점에 도달했다. 중요한 건 인플레이션이 일시적 ‘불꽃’인지, 향후 유지될 것인지다. 불확실성이 굉장히 높다. 우리는 팬데믹으로 마비된 경제가 회복한 것을 본 적이 없고, 코로나19가 언제 사라질지도 모른다. 지금 같은 재정 정책을 본 적이 없어 규모와 타이밍의 효과를 평가하기도 어렵다. 인플레이션 리스크(위험)는 있지만, 올해 말과 내년에 경기가 급격히 둔화할 리스크도 있다. 연준도 두 가지 리스크를 두고 균형을 지키려고 하지만 어려울 것이다.”

다모다란 “현 상황이 인플레이션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을 오히려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기 침체 후 회복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의 일시적 현상인지, 장기적으로 지속할 것인지가 문제라고 본다.”


인플레이션 원인은.

한케 “인플레이션은 통화적 현상이다. 중앙은행이 완화된 통화 정책을 너무 쉽게 운용했고, 이것이 인플레이션을 일으켰다.”

다모다란 “부분적으로 경제 활동 재개, 또 다른 이유는 작년에 각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돈을 분별없이 찍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까.

잉글리시 “최근 미국 금융시장을 보면 고(高)인플레이션 시나리오 아래 가격이 정해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1.6%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연준이 오랜 기간 기준금리를 낮게 유지한 후 적정한 수준으로 올리는 시나리오와 일치한다. 만약 인플레이션이 계속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시장 관계자들이 믿는다면, 채권 금리는 훨씬 더 높아야 하며, 주식시장은 둔화해야 한다.”


인플레이션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한케 “통화량 증가 후 1~9개월 동안에는 자산 가격 인플레이션이 야기된다. 두 번째 단계에선 이후 6~18개월간 경제 활동이 활성화된다. 궁극적으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오르는 것이다. 통화량 확대 이후 여기까지 12개월에서 24개월이 소요된다. 미국 M2는 2020년 5월부터 2021년 3월까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0% 이상 증가했다. 올해 4월 M2는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했다. 우리는 이미 자산 가격 붐을 봤고, 미국 경제에 더 강한 인플레이션이 올 것이라는 신호도 감지하고 있다.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4.2%, 생산자물가지수(PPI)는 6.2%를 기록했다. 짧은 기간 이뤄진 미국의 과도한 통화 공급은 주식시장과 경제를 부양했다. 길게 보면 통화량은 더 높은 인플레이션율을 야기할 것이며 그 후엔 더 높은 금리가 따라올 것이다. 이 시점에 주식시장과 자산시장의 강세장도 끝날 것이다.”

잉글리시 “높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으로 나타난다면 미국이나 세계 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없다. 하지만 더 오래 간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는 (시장의) 왜곡을 일으키고 더 큰 변동성을 가져올 것이다.”

다모다란 “인플레이션은 불확실성을 만들고, 불확실성은 회사들이 장기적 투자를 하는 데 망설이게 한다.”


연준의 정책 방향을 전망한다면.

한케 “연준은 금리에 대한 걱정을 그만둬야 한다. 금리는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 스탠스(태도)를 보여주는 나쁜 지표다. 대신 연준은 통화 공급 증가율을 걱정해야 하며, 기준금리를 연간 2%의 타깃 인플레이션율과 일치하는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이는 통화 공급 증가율이 현재 연간 18%에서 6~6.5%로 축소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잉글리시 “경제 상황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통화 정책에도 많은 불확실성이 있다. 연준은 앞으로의 정책 결정이 팬데믹과 경제 회복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하지만, 분명한 것은 데이터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모다란 “정부가 금리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투자자들에 의해 금리는 변하며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면 금리도 오른다. 결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한국 등 신흥국에 미칠 인플레이션 영향은.

한케 “모든 중앙은행은 통화주의에 새겨져 있는 교훈을 가장 중요하게 따라야 한다.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중앙은행은 통화주의의 교훈을 따르지 않고 있다. 이들은 통화 공급량을 주의 깊게 보지 않는다. 이는 곧 타깃 인플레이션율을 맞출 수 있는 성장률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모다란 “성장이 부분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상쇄할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의 부정적인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인플레이션 시대의 투자 방법은.

한케 “인플레이션 환경에선 금을 포함한 원자재들이 항상 유망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잉글리시 “투자 관련 조언은 하지 않겠다.”

다모다란 “지금은 채권에 투자하기엔 나쁜 시기다. 주식도 그다지 좋지 않다. 실물자산은 보통에서 좋은 정도의 수준이다. 사람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그들의 인적 자본을 보호하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시기에도 소득이 계속 높아질 수 있는 일자리를 갖는 것이 대표적이다. 투자의 측면에서는 부동산이나 금처럼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데 더 큰 비중을 둬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잉글리시 “어떤 사람들은 연준이 고인플레이션 시나리오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고 말한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올리기 전에 자산 매입을 축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이 주장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다모다란 “인플레이션은 호리병 속의 지니와 같다. 병 안에 있는 한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한 번 병 밖으로 빠져나오면 통제하기 어렵다. 정부와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에 아주 제한된 통제력을 갖지만, 기업, 고용주, 근로자 등의 마음가짐에는 인플레이션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이진혁 기자, 정현진 인턴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