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울프(Martin Wolf) 파이낸셜타임스 수석경제논설위원 영국 옥스퍼드대 경제학 연구석사,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국제무역정책센터(TPRC) 연구부장
마틴 울프(Martin Wolf)
파이낸셜타임스 수석경제논설위원 영국 옥스퍼드대 경제학 연구석사,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국제무역정책센터(TPRC) 연구부장

“우려 사항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작스러운 테이퍼링(양적완화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해나가는 것)이다. 시그널 없는 긴축 정책은 재앙이다.”

마틴 울프(75) 파이낸셜타임스(FT) 수석경제논설위원은 6월 4일 ‘이코노미조선’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은 걱정할 단계가 아니다”라면서 “인플레이션보다는 막대한 부채로 인한 불안정성, 연준의 느린 대응이 걱정”이라고 했다. 그는 선진국들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덕분에 ‘1945년 이래 가장 강력한 경기 회복’을 누리고 있지만, 백신이 늦게 보급되고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신흥시장국과 개발도상국의 타격은 극심하다고 봤다. 특히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부채가 많은 국가는 꼼짝없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마틴 울프는 FT에서 수석경제논설위원을 맡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 연구석사 학위를 받은 뒤 세계은행, 런던에 있는 무역정책연구소를 거쳤다. FT로 자리를 옮긴 뒤, ‘저널리즘 이코노미스트’로 자리 잡았으며, 영국 윈코트재단이 뛰어난 금융 저널리스트에게 주는 상을 두 차례 받기도 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인플레이션 우려를 어떻게 보나.
“세계 경제가 회복하는 상황이라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경제가 셧다운됐고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병목현상이 벌어진 데다 각국 정부의 강력한 통화·재정 정책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이라고 할 수 있지만 특별히 걱정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10년 이상 굉장히 낮은 물가 상승률을 기록해왔기 때문에 언젠가는 벌어질 현상이었다. 아직까지 나쁘지 않다. 원유 같은 원자재 가격은 여전히 높지 않고 회복세라고 보면 된다. 가격이 높은 편은 아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등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하지만, 이제 겨우 한 달이 지났을 뿐이다. 인플레이션이 문제가 될 때는 소비 수요가 더 강하고, 원자재 공급이 무너지고, 높은 인플레이션이 유지될 때다. 지금은 걱정할 때가 아니다.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 많은 사람이 1970년대 같은 인플레이션이 벌어질까 봐 두려워할 거다. 하지만, 나는 지금 상황이 1970년처럼 변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내가 걱정하는 건 인플레이션보다 불안정성이다. 지금 세계 각국에 부채가 너무 많다. 인플레이션 시기 채무자들은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파산하거나 부도 날 수 있다. 단순한 경기침체를 넘어 주식 등 자산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에 코로나19 영향은 없나.
“대부분의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물가 상승률 목표치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통화 정책(물가안정목표제)을 운영하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제시한 물가 상승률 목표에 도달하는 건 쉽지 않았다. 세계 주요 중앙은행 4곳 중 영란은행(영국 중앙은행)만 물가 상승률 목표치를 달성한 편이다. 미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치는 2%인데, 2007년부터 현재까지 누적 기준 5%포인트를 밑돌았다. 투자자들도 ‘연준이 목표 물가 상승률을 2%로 설정했지만, 한 번도 달성한 적 없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그렇다고 목표 인플레이션율을 조정하기도 쉽지 않다. 여기에 코로나19가 영향을 미치긴 했다. 미국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영국 등 주요 나라의 중앙은행과 재무부가 지난해 3월 공격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면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에 빠졌을 수 있다. 미 연준은 역사상 가장 공격적인 통화 정책을 펼쳤고, 돈이 풀리는 속도와 규모가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 미국에서는 많은 이가 백신 접종을 했고, 빠른 속도로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코로나19에서 벗어나기 위한 모든 일이 인플레이션 위험을 키우고 있다.”

공급망 문제도 영향을 미쳤나.
“물론 가능성이 있지만, 크게 중요한 건 아니다. 문제는 공급망이 무너지고 있다는 거다. 코로나19 이후 셧다운, 거래 중단, 무역 위축, 공급 부족 등으로, 많은 사람은 공급망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반도체 같은 주요 상품의 공급 대란이 벌어지고 있는데, 한국의 인플레이션에는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다만 이는 인플레이션 문제보다는 ‘장기적인 전략’ 차원으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서양 국가들은 공급망을 자기 나라로 가져오는 것이 어렵더라도, 안전한 지역에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힘쓸 것이라 본다. 코로나19 사태와만 관련 있는 것은 아니고, 세계 경제와 글로벌 공급망 구조에서 발생한 문제다.”

앞으로 연준은 어떤 행보를 보일까.
“연준은 앞으로 2년간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데,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저금리가 지속될 경우, 연준은 원하는 만큼 통화 정책을 펼 수 없을 것이다. 강한 경기 회복으로 노동시장이 1~2년간 굉장히 견고해질 것이다. 정부 지출을 늘리는 확장적 재정 정책이 이어지겠지만, 코로나19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날 때까지 지금의 통화 정책이 지속 가능할 것 같지는 않다. 나는 연준이 자산매입을 중단하는 테이퍼링을 할 것이라 본다. 투자자들도 테이퍼링이 곧 시작된다고 생각하고 움직이고 있고, 약세장이 이어지고 있다. 연준은 갑작스럽게 테이퍼링을 시행해 시장에 충격을 주면 안 된다. 통화 정책의 변화는 달러화, 자산 가격, 인플레이션 기대치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연준이 통화 긴축 정책이 필요할 때가 되어서야 움직이면 재앙이다. 중요한 것은 빠른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 오기 전, 미리 시그널을 보내고 행동을 취하는 것이다.”

미국 금리 인상 시 수혜자와 피해자는 누구일까.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누가 혜택을 본다고 말하긴 어렵다. 누가 가장 큰 피해를 입고, 누가 작은 피해를 입는지 봐야 한다. 가장 큰 피해자는 미국 달러화 부채를 많이 지고 있는 국가다. 대표적으로 개발도상국이 피해자가 될 거다. 개발도상국에 투자하려던 자금도 미국으로 흘러가고, 개발도상국이 돈을 빌리면 내야 하는 금리도 올라갈 거다. 꽤 많은 개발도상국이 심각한 부채 문제를 겪을 수 있고, 그중 많은 국가가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태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재구조화를 겪을 거다.”

부채가 많은 국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부채가 많은 국가는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다. 돈을 더 찍어낼 수도 없고, 환율은 손댈 수 없는데 무엇을 할 수 있겠나. 딱 1997년의 한국 상황이다. 경제공황을 피하고자 금리를 올리면 경제가 둔화되고,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자국 통화 가치가 추락하고 기업이 파산한다. 한국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시기 상당한 유연성을 가지고 있어서 경제를 회복할 수 있었지만 대부분 개발도상국은 그런 유연성이 없다. 외환을 빌린다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이다. 최대한 달러화를 빌리지 말아야 하는 상황이다.”

안소영 기자, 정현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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