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 벡 독일 포르츠하임대 경제학과 교수 요하네스 구텐베르크 마인츠대 경제학 학사·박사, ‘인플레이션 ‘돈의 붕괴’ ‘부자들의 생각법’ 저자 / 사진 하노 벡
하노 벡 독일 포르츠하임대 경제학과 교수
요하네스 구텐베르크 마인츠대 경제학 학사·박사, ‘인플레이션 ‘돈의 붕괴’ ‘부자들의 생각법’ 저자 / 사진 하노 벡

“정부가 하는 일을 바라만 보던 사람들이 이제는 정책 결과를 예측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두려움이 돈을 자산 시장으로 향하게 하고 있다.”

하노 벡 독일 포르츠하임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6월 7일 ‘이코노미조선’과 화상 인터뷰에서 지난해부터 이어진 자산 가격 급등 현상을 이렇게 분석했다. 전 세계 정부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부양책을 펼치자, 대중이 이어질 인플레이션을 예상하고 미리 부동산, 주식, 채권, 암호화폐 등에 투자했다는 것이다.

그는 “민주주의와 세계화, 인터넷의 발달이 대중의 정보력을 강화하고 금융·투자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해 ‘헤지(위험 회피)’할 수 있게 했다”면서도 “거품이 터지면 대중은 또 돈을 잃게 될 것”이라고 봤다. 벡 교수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커질수록 자산 시장에 돈이 몰려 자산 인플레이션 위험성이 더욱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과거의 인플레이션과 현재 인플레이션은 다른가.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 하면 상품 가격이 상승하는 실물 인플레이션만을 떠올리는데, 이제는 다른 종류의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 바로 자산 인플레이션이다. 부동산, 채권, 주식, 파생상품 등 자산 시장의 가격이 상승하는 현상이다.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이 물가 상승으로만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산 시장으로도 몰렸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됐을 때 주식시장이 붕괴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지만, 잠시 흔들렸을 뿐 곧바로 반등하기 시작했다. 채권, 부동산, 암호화폐 시장도 지난 몇 개월 동안 엄청난 강세장이었다. 이는 시중에 풀린 돈이 자산 시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증거다. 자산 시장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실물 경제가 무너질 때보다 더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자산 시장으로 돈이 몰린 이유는 뭔가.
“이성적으로 예측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과거 인플레이션을 겪으며 정부가 통화 공급을 늘리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화폐 가치가 하락한다는 것을 학습했다. 그래서 지난 1년 동안 각국 정부가 막대한 돈을 풀자 곧 인플레이션이 올 것을 예측한 사람들이 자기 자산을 지키기 위해 부동산, 주식 등에 돈을 넣기 시작한 것이다.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질수록 더 많은 현금이 자산 시장으로 몰린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두려움이 돈의 흐름을 자산 시장으로 향하게 한다. 암호화폐 시장이 가장 대표적이다. 암호화폐는 정부의 통제 아래 있지 않다. 그래서 화폐 가치가 떨어질 것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화폐의 일부를 정부의 영향력 밖에 있는 비트코인으로 바꿔두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으로부터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서. 최근 암호화폐 열풍의 이유이기도 하다.”

과거에도 자산 인플레이션이 있지 않았나.
“사람들은 과거에 실물 인플레이션을 피하는 방법에 대해 전혀 몰랐다. 예를 들면 1919~23년 독일은 급격한 초인플레이션을 겪었다. 그러나 자산 시장에는 눈에 띄는 변동이 없었는데, 사람들이 자산을 사서 실물 인플레이션에 대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다. 알았다고 하더라도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휴대전화로도 주식에 투자할 수 있고, 인터넷을 통해 엄청난 정보력도 갖추게 됐다. 지금은 투자가 너무 쉬워졌다. 그만큼 자산 인플레이션 리스크도 커졌다.”

막대한 유동성 공급이 자산 인플레이션을 야기한다면, 중앙은행은 돈을 거둬들여야 하지 않나.
“그래야만 한다. 하지만 나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앞으로 최소한 3년 안에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거의 확신한다. 테이퍼링이 시작되면 유로존의 금리가 엄청나게 상승할 것이고,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몇몇 국가가 심각한 위기에 처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ECB보다는 훨씬 이른 시기에 테이퍼링을 하게 될 것이다. 테이퍼링이 경기 회복 속도를 더디게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미국이 이른 시일 내에 테이퍼링을 시작할 것 같진 않다. 내 동료 교수들과 나는 이것을 디즈니 만화영화 ‘정글북’에 나오는 곰 ‘발루’의 이름을 따 ‘발루효과’라고 부른다. 만화영화에서 발루는 주인공을 해치려는 호랑이에게 몰래 다가가 호랑이의 꼬리를 밟아버린다. 덕분에 호랑이에게서 벗어난 주인공은 발루에게 호랑이의 꼬리를 놔주라고 말하지만, 발루는 놓아줄 수가 없다. 호랑이에게 공격받을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세계 정부가 처한 상황과 같다. 호랑이 꼬리를 놓아주는 것은 쉽다. 그러나 그 결과를 어떻게 감당할지가 문제인 거다.”

인플레이션이 오래 지속됐을 때 누가 더 피해를 볼까.
“인플레이션은 더 가난한 사람에게 더 큰 피해를 준다. 왜냐면 돈이 많은 사람은 인플레이션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식, 부동산, 암호화폐 투자 등 인플레이션에 대비하기 위한 방법이 너무 잘 알려졌고, 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아졌다. 가난한 사람이 인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가 더 힘들어진 것이다.”

인플레이션에 더 취약한 산업도 있을까.
“수요의 탄력성(어떤 재화의 가격 변동 비율에 따라 수요량이 변화하는 비율)에 달려 있다. 수요 탄력성이 높은 산업의 경우 가격이 올랐을 때 사람들은 구매를 망설이게 된다. 생산품의 수요 탄력성이 낮다면 사람들은 어떤 가격에도 물건을 사려고 할 거다. 원자재 가격 상승을 상품 가격에 반영하기가 쉽다. ”

투자자들은 어떻게 투자해야 할까.
“인플레이션은 기본적으로 구조적 문제다. 구조적 문제를 완전히 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유망 자산에 남들보다 먼저 투자했다가 가격이 하락하기 직전에 팔 수 있다면 제일 좋다. 정말 쉬운 투자법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시장의 붕괴를 미리 알려주지 않는다. 하차 알림이 없기 때문에, 거품이 터지면 투자자들은 결국 돈을 잃게 된다. 그래서 나는 공부에 투자하라고 권한다. 교육에 투자하는 것은 언제나 가치를 지니며, 높은 수익을 가져다준다. 무엇보다 시야를 넓혀준다. 이것은 꼭 투자자로서의 시야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시야도 포함한다.”

정현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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