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6월 28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 있는 한 워터파크에서 아이들이 수영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백신 접종을 한 사람들에 대해 사회적 거리 두기 및 마스크 의무 등 대부분의 코로나19 규제를 6월 15일 해제했다. 콜롬비아에서 코로나19 누적 사망자가 10만 명을 넘은 6월 27일 코구아 인근 파라모데게레로 자연보호구역내 사망자의 유골들이 안치된 곳에서 한 여성이 오열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왼쪽부터 6월 28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 있는 한 워터파크에서 아이들이 수영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백신 접종을 한 사람들에 대해 사회적 거리 두기 및 마스크 의무 등 대부분의 코로나19 규제를 6월 15일 해제했다. 콜롬비아에서 코로나19 누적 사망자가 10만 명을 넘은 6월 27일 코구아 인근 파라모데게레로 자연보호구역내 사망자의 유골들이 안치된 곳에서 한 여성이 오열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미국 의약품 드론 배송 업체 ‘집라인(Zipline)’은 6월 30일(이하 현지시각) 2억5000만달러(약 290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기업 가치는 27억달러(약 3조1320억원)로 평가됐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투자 유치 때 받은 평가액(12억달러)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이 회사의 기업 가치 급상승 배경에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이 있다. 집라인은 올해 말까지 240만 회분의 코로나19 백신을 아프리카 르완다에 공급할 계획이다. 2014년 설립된 이 회사의 주요 사업 거점은 아프리카다. 2016년 르완다에서 드론으로 혈액, 백신 등 의료물품을 배달하는 것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나이지리아 등 다른 아프리카 국가에 진출한 뒤 미국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집라인의 사업 터전이 된 르완다는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2%에 머물고 있다. 낮은 백신 접종률은 경제 성장률 전망치 하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10월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르완다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6.3%로 봤지만, 4월 발표에서는 5.7%로 낮췄다. 집라인의 부상은 백신 접종 이후 경제 회복세를 주도하는 빅테크의 약진, 르완다의 어려움은 백신 보급 불균형으로 심화되고 있는 글로벌 경제 불평등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포스트 백신의 승자와 패자가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경제 회복 불균형…백신 접종 격차 경제 불평등 심화

지난 6월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WB) 총재는 “세계 경제의 회복 신호들이 있지만 이번 팬데믹은 전 세계 개도국 국민에게 빈곤과 불평을 계속 안겨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7월 11일 보고서를 통해 2020년에만 전 세계적으로 기아 인구가 1억1800만 명 늘어 7억6800만 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기아 인구의 증가를 대륙별로 보면 아프리카에서만 4600만 명, 아시아 5700만 명, 중남미가 1400만 명 더 늘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고통의 나날을 보낸 지 1년 6개월이 지났다. 지난해 12월 영국에서 백신 접종 개시 후 세계 각국이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델타 등 변이 바이러스가 퍼지며 한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대유행이 다시 발생했다. 페루 등 남미에서는 람다 변이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있다. 반면, 미국과 영국 등 백신 접종률이 높은 나라에서는 실외에서 마스크 의무 착용 조치를 해제했다. 도시국가인 싱가포르 정부는 확진자 수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독감처럼 장기화할 것을 인정한 것이다. 이른바 ‘지속 가능한 방역’으로의 전환이다. 백신 접종이 잘사는 국가 인구에게 집중되면서 ‘백신 패자군’을 키우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7월 12일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지 않은 나라를 위해 세계 각국은 ‘부스터 샷(3차 접종)’을 지시해서는 안 된다고 공개 압박하고 나선 배경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사망자가 다시 증가하고 있으며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다”며 “전 세계 코로나19 백신 공급의 격차는 매우 고르지 못하고 불평등하다”라고 했다. 이어 “일부 국가는 다른 나라가 그들의 의료 종사자와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접종하기 위한 백신을 확보하기 전에 수백만 건의 부스터 샷을 주문했다”라고 지적했다.

백신 접종률은 선진국과 개도국 간 경제 회복 기대 차이를 키우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5월 발표 기준, 2022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에 따르면 미국 3.6%, 영국 5.5%, 중국 5.8%를 각각 기록했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7월 12일 현재 이들 국가의 백신 접종률(1회 기준)은 미국 55.13%, 영국 67.73%였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7월 13일 기준으로 14억 회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졌다고 발표했다.

반면, 멕시코 3.2%, 콜롬비아 3.5% 등 중남미 국가의 2022년 GDP 성장률 전망치는 선진국보다 낮았다. 백신 접종률은 멕시코 27.71%, 콜롬비아가 27.08%다. 통상 성장률은 개도국에서 높지만, 백신 접종률에 따라 선진국의 성장률 전망치가 더 높은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한국의 경우 2022년 성장률 전망치가 2.8%로 미국, 중국보다 낮다. 일본은 2.0%다. 한국과 일본의 백신 접종률은 각각 30.67%, 30.84%다. 백신이 글로벌 경제 불평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어느 나라건 백신 접종이 최고의 경기 부양책”이라고 강조했다.


팬데믹 타격에 변신 안 하면 도태

이는 개별 기업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백신이 불확실성을 얼마나 빠르게 감소시키는지에 따라 산업 전반에 걸쳐 영향이 클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코로나19로 심대한 타격을 받았지만, 이를 기회로 도약한 기업들도 적지 않다. 줄어든 항공 승객 수요를 역발상으로 타개해 화물 수요를 늘린 대한항공, 새로운 숙박 수요를 공략한 에어비앤비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영화관 업계, 오프라인 쇼핑 매장, 호텔 업계 등은 큰 타격을 입으며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CGV가 극장에서 콘서트 실황 중계와 팬미팅 생중계를 하고, 코인노래방이 1인 독서실로 변신하는 게 대표적이다.

문제는 개도국의 방역망이 계속 흔들리면 이를 뚫고 나온 바이러스가 선진국의 방역망도 엄습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특히 개도국과 선진국을 아우르는 글로벌 공급망도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저임금 개도국의 공급망 차질은 금리 인상을 촉발할 수 있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를 심화시킬 수도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인류의 목표는 최소 올해 말까지 모든 국가 인구의 40%, 2022년 중반까지 60%를 백신 접종에 포함하는 것이어야 한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더 빠른 접근을 제공함으로써 고위험 인구에게 백신을 제공하면 올해 50만 명 이상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라며 “모든 곳에서 정상적인 활동으로 복귀하면 2025년까지 세계 경제에 총 9조달러(약 1경440조원)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코노미조선’은 커버 스토리에서 백신 접종률에 좌우되는 글로벌 경제 전망과 정부 및 기업에 대한 조언을 담았다. 효과적으로 위기를 극복한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얘기도 들었다. 백신 접종 개시 반년이 넘었지만 인류는 코로나19가 가져온 불확실성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의 마틴 울프 수석경제논설위원은 7월 13일 칼럼에서 “우리가 좋든 싫든, 분명히 우리는 세계 문명을 만들었다. 우리는 모두 서로의 경계에 있으며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전 지구적인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내가 두려워하는 건 이런 결단에 대해 ‘아니오’라고 누군가가 말하는 상황”이라고 썼다. 팬데믹이 인류 공동의 문제임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시점에서 곱씹어봐야 할 얘기다.

김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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