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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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멘탈 헬스케어(정신 건강 관리) 기업 디맨드는 스트레스 관리 애플리케이션(앱) ‘인마인드(inMind)’를 약국, 한의원, 홈쇼핑 등을 통해서도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오는 3월 유통채널을 확대한다. 우울증 처방약을 사러오는 환자들에게 작은 상자에 담은 앱 사용 설명서를 파는 식이다. 2020년부터 연회비 6만원을 내고 이용하는 서비스 인마인드는 ‘광학성맥파측정(PPG)’ 기술을 통해 스마트폰 카메라에 손을 갖다 대면 스트레스 수준을 측정하고 맞춤형 치료 솔루션을 제공한다. 김광순 디맨드 대표는 “B2B(기업 간 거래) 위주로 해왔는데 방치된 정신 질환자들이 많아 이들을 위한 유통채널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낙인 효과'를 우려해 정신 문제가 있는 사람의 일부(국내는 12% 정도)만이 병원을 찾고 있어 비대면 멘탈 헬스케어가 주목받고 있다. 전세계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의 30% 이상이 정신 질환 관련이라는 설명이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이 마음에 남긴 ‘코로나 블루’라는 깊은 상처에서 멘탈 헬스케어 산업이 성장동력을 얻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 도시 봉쇄 등에 따른 고립에 이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경기 침체 우려까지 커지면서 마음의 병을 앓는 사람들은 급증세를 보여왔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해 6월 발표한 ‘세계 정신 건강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우울증 환자는 2020년 2억4600만 명으로 팬데믹 발생 이전인 2019년보다 28% 증가했고, 같은 기간 불안 장애 환자도 3억7400만 명으로 26% 늘었다. 

개별 국가로 봐도 상황은 심각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분석 결과 미국은 2019년 6.6%였던 인구 대비 우울증 유병률이 2020년 23.5%로 크게 늘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진료를 받은 우울증, 불안 장애 환자는 약 180만 명으로, 2019년보다 15.6% 증가했다. 전국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접수된 정신 상담 건수도 2021년 235만여 건으로 코로나19 이전 2018년 대비 3.2배 수준에 달했다. 

과거 정신 질환은 드러내기를 꺼리는 특성상 사회적 문제보다는 개인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우울증 같은 정신 질환자가 급증하면서 사회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 WHO와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우울증 등 정신 건강 악화로 인한 잦은 결근 등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연간 손실은 약 1조달러(약 1270조원)로 추정된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에서 큰 사회 문제로 떠오른 ‘대퇴직’ 사태 배경에도 이런 문제가 깔려 있다. 비영리 기구 마인드셰어파트너스에 따르면, 미국 직장인 1500명 중 퇴사를 결정한 이유로 정신 건강 문제를 꼽은 응답자는 2019년 34%에서 2020년 50%로 늘었다. 정신 질환 팬데믹이 사회 복지 문제를 넘어 경제 이슈로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이코노미조선’이 정신 건강 회복을 위한 조언과 멘탈 헬스케어 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조명하는 ‘멘탈 헬스케어 테크가 뜬다’를 기획한 이유다. 


디지털 멘탈 헬스케어, 정신 건강 해결사로 부상

코로나 블루로 대표되는 정신 질환이 사회 및 경제 문제로 인식되자 이의 해결사로 디지털 멘탈 헬스케어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온라인이나 앱 등을 통한 원격 진료 같은 비대면 서비스는 공개된 병원에서 정신 건강 진단과 치료받기를 꺼리는 심리적 장벽을 낮췄다. 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 상담 대기 줄이 길어진 것도 디지털 멘탈 헬스케어의 보급을 촉진했다. 미국 시장조사 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멘탈 헬스케어 관련 앱 시장 규모는 2021년 42억달러(약 5조2900억원)로 2019년(27억달러) 대비 55% 성장했다. 

시장이 커지자 투자 자금도 몰렸다. 글로벌 데이터 분석·리서치 기관 CB인사이츠는 2018년 10억달러(약 1조2600억원) 수준이었던 전 세계 멘탈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2021년 5.5배인 55억달러(약 6조9300억원)로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멘탈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몸값이 급등한 배경이다. CB인사이츠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동안 유니콘으로 등극한 멘탈 헬스케어 분야 스타트업은 9개다. 정신 건강 상담 서비스 앱을 운영하는 베터업(BetterUp‧기업 가치 47억달러)을 비롯해 정신 질환 관련 온라인 약물 처방 플랫폼인 서리브럴(Cerebral·기업 가치 48억달러), 인공지능(AI) 머신러닝(기계학습) 기술 기반 멘탈 헬스케어 기업 스프링헬스(Spring Health·기업 가치 20억달러) 등이 유니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에서도 2016년 익명 정신 건강 커뮤니티 ‘마인드카페’로 출발한 스타트업 아토머스가 AI 데이터 기반 심리 상담, 치료 서비스 등을 150만 명 이상에게 제공 중이다. 총투자 유치액은 약 400억원에 달한다. 정신의학과 전문의가 창업한 포티파이는 비대면 스트레스 관리 플랫폼 ‘마인들링’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 역시 모바일 앱 같은 비대면 플랫폼을 내세웠다는 점이다. 


젊은층 우울증 확산에 직원 마음 챙기는 기업 증가

이헌정 고려대 안암병원 교수는 “정신과는 낯선 공간이지만, 디지털 환경은 익숙한 시대다. 멘탈 헬스케어 산업의 발전으로 기분 장애, 정신 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비대면 플랫폼의 진격은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젊은층을 중심으로 우울증이 확산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20대 우울증 환자 수는 17만여 명으로 2017년 대비 127% 늘었다. 60대를 제치고, 우울증 환자가 가장 많은 연령대가 됐다.

기업들은 젊은 직원들의 심리적 요인으로 인한 퇴사, 생산성 저하가 기업 생존에 큰 영향을 미치자 직원들 정신 건강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일찌감치 직원 정신 건강을 상담해주는 EAP(근로자 지원 프로그램)를 도입한 기업이 많다. 구글, 시스코, 존슨앤드존슨, 포드, HP 등은 오래전부터 이런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미국근로자지원전문협회(EAPA)에 따르면 미국에서 상시 근로자 5000명 초과 사업장은 97%, 5000명 이하 사업장은 80%가 EAP를 제공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제너럴 밀스 등을 고객사로 둔 스프링헬스의 에이프릴 고 최고경영자(CEO)는 “멘탈 헬스케어는 모든 기업에 매우 현실적이고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 SK, 현대자동차그룹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심리 상담소 운영이나 멘탈 헬스케어 스타트업과 협력하는 방식의 직원 정신 건강 챙기기에 나서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2011년 직원 심리적 안정을 돕는 조직 ‘파트너행복추진팀’을 설립한 데 이어 2014년 직원들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전문 심리 상담 서비스 ‘PAP(Partner Assistance Program)’를 도입했다.

이선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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