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미·중 무역갈등으로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베트남과 멕시코 등이 ‘넥스트 차이나’로 거론되고 있다.
코로나19와 미·중 무역갈등으로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베트남과 멕시코 등이 ‘넥스트 차이나’로 거론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대만 폭스콘, 인도 라바 등 16개 사가 지난해 10월 인도에서의 스마트폰 공장 신⋅증설을 조건으로 향후 5년간 총 66억달러(약 7조4500억원)의 인센티브를 받을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스마트폰 생산 대국인 인도 정부가 2025년까지 연간 10억 대로 생산 능력을 확충하기 위해 작년 초 도입한 생산 연계 인센티브 제도의 첫 수혜 기업들이다.

“인도 정부의 제조업 육성 노력이 강화되는 가운데 미·중 갈등 및 코로나19로 촉발된 글로벌 공급망 구조 변화 움직임에 따라 미국을 중심으로 인도로의 생산 기지 이전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한국은행)”는 관측을 뒷받침하는 사례다. 삼성전자가 중국에서 스마트폰을 만들던 톈진 공장과 후이저우 공장을 2018년, 2019년 폐쇄하고 인도와 베트남 시설 확충에 나선 건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거점인 중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거점으로 성장해왔다. 2010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제조 대국, 2013년엔 세계 최대 무역 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은 전 세계 제조업이 만들어내는 부가 가치의 28.7%(2019년 기준)를 책임지고 있다. 중국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됐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하지만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이 변곡점을 맞고 있다. 급작스레 해체되진 않겠지만, 다른 나라와 대륙으로 공급망이 다원화하는 건 피할 수 없는 추세로 관측되면서 중국의 역할을 일정 부분 떠안을 ‘넥스트 차이나’ 후보군이 주목받고 있다. 인도, 베트남, 멕시코, 아프리카 등이 꼽힌다. 특히 베트남과 멕시코의 시간당 제조업 평균 인건비는 2.99달러(약 3300원)와 4.82달러(약 5400원)로, 중국(6.5달러)보다 경쟁력이 있다.


첨단 제조 허브 시동 인도, 외자 유치 사상 최대

세계 백신 생산의 60%를 차지하는 인도는 첨단 제품 글로벌 공급망에서도 핵심 허브가 되려고 한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인도를 글로벌 제조업의 허브로 키우기 위해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프로그램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2년까지 제조업에서 1억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2025년까지 제조업 비중을 국내총생산(GDP)의 25%까지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제너럴일렉트릭(GE)과 지멘스, HTC, 도시바, 보잉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이 프로그램과 거대한 시장에 매료돼 인도에 생산 시설을 짓거나 짓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인도의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전년 동기보다 22% 늘어난 583억달러(약 65조8800억원)를 기록했다. 회계연도 기준 첫 8개월 실적으로는 사상 최대치다.

베트남도 아시아의 공급망 요지로 꼽히는 곳이다. 산업용 펌프 제조 업체 옴니덱스는 2019년 일부 생산 시설을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이전했고, 애플은 무선 이어폰인 에어팟 생산량의 30%인 300만~400만 개를 베트남 생산 시설에 배정했다. 2009년 일본, 2015년 한국, 2019년 EU와 FTA를 맺기도 했다.

멕시코는 미국의 가장 유력한 공급망 후보지다. 지난 3월에는 북미 최대 철도 회사 두 곳인 캐나디언퍼시픽철도와 캔자스시티서던철도가 290억달러(약 32조7700억원)의 합병을 발표하며 사상 처음으로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를 연결하는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게 됐다.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가 기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해 체결한 통상협정 USMCA가 지난해 발효되며 북미 공급망을 효율적으로 통합하는 것이 중요해진 데 따른 것이다. CNN은 “공급망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멕시코는 2000년에 유럽연합(EU), 2005년에 일본과 FTA가 발효돼 세계 주요 국가들과 자유로운 교역을 하고 있다. 2014년 기준으로 FTA 파트너 대상 수입 품목 특혜 관세를 0.1%대로 책정해 상대적으로 관세장벽이 낮다는 점도 유리하다. 멕시코의 수출액은 1990년 약 263억달러(약 29조7100억원)에서 2020년 4180억달러(약 472조3400억원)로 커졌다. 지난해 멕시코의 대미 교역은 미국 전체 교역의 14.3%를 차지했다.


“아프리카 다음 산업혁명 발생지”

아프리카도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생산 기지로 눈여겨보는 곳이다. 미국의 포드는 지난 2월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공장을 고도화하고 증설하기 위해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2017년 제너럴모터스(GM)의 남아공 공장 폐쇄는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일자리의 25%를 잃어버린 남아공 자동차 산업 쇠락의 상징이었지만, 포드 공장 투자는 아프리카 제조업이 바닥을 치고 반등한다는 관측을 뒷받침한다. 마우로 기옌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저서 ‘2030 축의 전환’에서 다음 산업혁명이 일어날 곳으로 아프리카를 꼽았다. 그는 “아프리카가 2030년이면 인도를 포함한 남아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인구가 두 번째로 많은 지역이 될 것이다. 지난 세기에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 동아시아에서 일어난 것과 비슷한 농업 및 산업의 이중 혁명을 경험할 것”이라고 했다. 세계은행은 올 1월 발효된 아프리카 역내 FTA 덕분에 2035년까지 제조 상품의 역내 교역이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불안한 전력 공급과 부족한 도로·항만 등 열악한 인프라와 근로자의 낮은 교육 수준은 걸림돌이다. 영국 경제 잡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3월 ‘제조업의 희망 아프리카’란 기사에서 “아프리카가 제조업에서 너무 빨리 벗어났다는 생각은 성급한 판단”이라며 “2010년 이후 아프리카 공장의 일자리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넥스트 차이나를 꿈꾸는 수많은 후보지가 있지만 단기간에 중국을 대체할 공급망을 찾긴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자산운용사인 인베스코는 “중국의 거대한 내수 시장에 끌리는 기업들은 중국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중국의 소비 시장 규모는 미국에 이어 2위인데다 전자상거래 규모는 2조달러(약 2260조원)로 미국과 유럽을 합친 것보다 크다. 원자재부터 부품 조달까지 풍부한 산업 생태계도 탈중국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세계 경제를 강타한 지난해, 중국으로 흘러든 FDI는 1630억달러(약 184조1900억원)로 세계에서 가장 많았다.

주중미국상공회의소(암참차이나)는 지난해 5월 보고서를 통해 중국 진출 미국 기업들이 중국 내 공급망을 유지하면서 다른 지역의 공급망을 일부 활용하는 ‘차이나+1’ 전략을 채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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