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카를로스 코르돈 스위스 IMD 비즈니스스쿨 교수, 스페인 바르셀로나과학기술대 도시공학 학사, 인시아드 경영관리 박사, 전 액센추어 제조·분류 매니저, 전 에스파뇰제너럴케이블그룹 매니저 / 사진 IMD / 니트야 판달라이-나야르 미국 텍사스대 조교수, 웰즐리대 수학·경제학 학사, 런던정경대 경제학 석사, 미시간대 경제학 박사 / 사진 텍사스대
왼쪽부터
카를로스 코르돈 스위스 IMD 비즈니스스쿨 교수, 스페인 바르셀로나과학기술대 도시공학 학사, 인시아드 경영관리 박사, 전 액센추어 제조·분류 매니저, 전 에스파뇰제너럴케이블그룹 매니저 / 사진 IMD
니트야 판달라이-나야르 미국 텍사스대 조교수, 웰즐리대 수학·경제학 학사, 런던정경대 경제학 석사, 미시간대 경제학 박사 / 사진 텍사스대

글로벌 공급망 이슈가 요즘처럼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 적은 없었다. 반도체 부족으로 자동차·스마트폰·가전제품 등 전 세계 제조업은 차질을 빚었고 미·중 무역갈등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은 중국에 집중된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을 부각했다.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효율성은 안전성으로, 세계화는 지역 블록화로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전문가들은 중국 중심의 공급망 고리가 약화하며, 세계화의 변화도 불가피하다고 본다. ‘이코노미조선’은 카를로스 코르돈 스위스 IMD 비즈니스스쿨 교수와 니트야 판달라이-나야르 미국 텍사스대 조교수와 서면으로 변곡점에 선 글로벌 공급망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글로벌 공급망은 지금 어떻게 변하고 있나.

코르돈 “각국 정부는 최근 중국보다 더 회복력 있는 공급망이 있을지, 또 이를 어떻게 만들지 고민하고 있다. 일본은 중국 밖에서 공급망을 찾기 위해 자국 회사들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아시아 외에 다른 공급망을 찾을 수 있을지 기업들에 묻고 있다. 기업은 두 가지 문제에 직면했다. 첫 번째는 물건을 배송할 수 없다는 점이다. 코로나19 봉쇄 조치와 수에즈 운하 사태 탓에 특정 공급망은 일시적으로 아예 접근이 어려워졌다. 이들은 리쇼어링(제조업의 본국 회귀)을 고민하는 한편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급자를 찾으려고 한다. 두 번째로 기업은 미·중 무역갈등이 벌어지는 모습을 보며 어떻게 특정 국가와 지역에 상품을 보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지금 정부와 기업은 글로벌 공급망을 어떻게 지역적으로 만들지 생각하고 있다. 많은 시간이 걸리며 당장 엄청난 변화를 기대할 순 없지만, 지역적인 차원에서 보면 어느 정도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미국은 멕시코와 캐나다에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고, 아시아 국가들도 중국 외의 공급망을 찾아 나설 수 있다.”

판달라이-나야르 “코로나19에 대응한 글로벌 공급망 복원 논의가 많다. 일부 지역의 글로벌 공급망이 국가 차원으로 좁혀진다면 향후 유사한 사태가 벌어져도 국내총생산(GDP)에 악영향을 덜 받을 수 있다는 말도 있다. 우리의 최근 연구인 ‘글로벌 공급망과 감염병’은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사태로 한 국가가 봉쇄되면 결과적으로 경제는 충격에서 더욱 헤어나오지 못한다. 팬데믹에 대응해 빗장을 닫는 것보다 글로벌 공급망에 참여하는 게 낫다. 만약 그들이 해외에서 제품을 구매하지 못하면 국내에서 모든 제품을 생산해야 하는데, 이 역시 국내 폐쇄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GDP가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연구는 미래에 일어날 팬데믹에 탄력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글로벌 공급망을 국가 차원으로 좁히는 행위를 경고한다.”


정부나 기업이 훼손된 공급망을 어떻게 정비할까.

코르돈 “글로벌 공급망 전략을 수립하는 기업들을 도와달라는 EU의 연락을 최근 받았다. 문제는 아무도 글로벌 공급망에 대해 모르고, 이것이 왜 중요한지도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원래 기업의 공급망에 개입하지 않았다. 코로나19 백신 공급망과 관련한 문제가 생기다 보니 정부가 나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건데, 앞으로는 정부의 역할이 엄청나게 커질 것으로 본다. 기본적으로 정부는 모르는 분야이니 기업의 조언을 듣고 움직일 테고, 기업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에 협조적일 것이다. 새로운 글로벌 공급망을 두고 정부와 기업의 협력이 이뤄지는 셈이다.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

판달라이-나야르 “많은 나라와 기업이 리쇼어링을 고민하고 있다. 우리의 연구는 팬데믹에서 리쇼어링은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없다는 걸 보여준다. 리쇼어링을 해도 결국 자본과 자동화에 의해 더 적은 노동력을 투입해 제품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리쇼어링이 반드시 국내 고용을 늘리지도 않는다.”


글로벌 공급망 새 판을 짤 때 고려해야 하는 요인은.

코르돈 “첫째, 리스크(위험)다. 리스크가 그동안 너무 저평가됐다. ‘사람들은 사고가 나서야 자동차 보험에 가입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게 지금 기업이 하는 일이다. 기업은 지나치게 저비용에 집중하다 보니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보자.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최근 자동차 회사들의 생산이 중단됐다. 그런데 도요타는 아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었을까? 도요타가 10년 전 동일본대지진을 겪었기 때문이다. 생산시설이 멈출 때를 대비해 반도체 재고를 쌓아둬야 한다는 걸 이들은 알았다. 도요타는 2개월분의 반도체 칩을 보유했고, 이번 반도체 부족 사태의 영향을 덜 받았다. 이게 바로 리스크 관리다. 두 번째는 가격이다. 많은 회사는 지역 공급망 비용이 (글로벌보다) 더 낮을 수 있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중국이 아닌 터키에 공급망을 갖춘 유럽 회사는 생산 비용을 더 치르지만, 운송이 빨라 재고 비용이 줄어든다는 걸 알게 됐다. 세 번째는 차별화다. 사람들은 특정 국가에서 생산한 특정 제품에 대해 더 많이 신뢰한다. 극단적인 예가 바로 스위스 시계다. 특정 나라에서 특정 상품을 생산한다는 건 엄청난 부가가치가 될 수 있다. 네 번째는 지속 가능성(ESG)이다.”

판달라이-나야르 “기업들은 지역·정치적 사건, 자연재해, 팬데믹 등 생산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는 요인은 피하고, 이를 증대하는 글로벌 공급망의 이점은 살려야 한다.”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을 최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반도체 시장은 어떻게 될까.

코르돈 “보통 반도체를 떠올리면 예술의 경지까지 오른 기술을 생각하지만, 최근 반도체 부족 사태는 가장 단순한 형태의 반도체가 부족해서 벌어진 일이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기업들은 공장 가동과 투자를 멈출 생각에 반도체 공급도 줄여달라고 요청했다. 기업의 예상은 빗나갔다. 집에 갇힌 사람들이 가전과 스마트 기기 등을 찾기 시작했다. 코로나19가 끝나면 사람들의 소비가 지금보다 더 살아나고, 제조업체는 무조건 제품 가격을 올릴 것이다. 반도체 회사들은 엄청난 돈을 벌 수밖에 없다. 과거 자동차 회사들은 반도체 회사들에 가격을 내리라는 압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이제 이런 행태는 먹히지 않는다. 최소 3년간은 반도체 기업들이 엄청난 돈을 벌며, 수급 조절을 위해 더 생산할 수 있어도 하지 않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이들이 세상을 지배하는 셈이다.”


그럼 정부나 기업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코르돈 “‘채찍 효과’라는 말이 있다. 공급망 관리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 중 하나로, 제품에 대한 수요 정보가 공급망의 참여 주체를 하나씩 거칠 때마다 왜곡된다는 의미다.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어보자. 5%의 수요 증가가 예상되면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는 1차 공급사에 기존보다 10% 많은 부품을, 1차 공급사는 2차 공급사에 20% 더 많은 부품을 요청한다. 이런 식으로 진행되다 결국은 공급 과잉으로 이어지는데, 정반대의 일이 지난해 여름에 있었다. 차가 안 팔려 부품 공급을 줄였는데, 갑자기 수요가 폭발하며 반도체 부족 사태로 이어진 것이다. 이런 수요 변화의 ‘파도’는 마치 채찍을 휘두를 때처럼 순식간에 가속화한다. 스위스에선 최근 버터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 사람들이 집에서 할 게 없으니 케이크를 많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스위스 정부가 버터 수입 쿼터를 늘렸는데도, 여전히 버터 부족 사태는 이어졌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사람들이 케이크를 만들지, 그렇다면 얼마나 만들지를 알아내는 일이다. 버터 정도야 극적인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테지만, 반도체는 다르다. 반도체 회사엔 분명히 기회지만, 변동성과 상대성도 커질 것이다. 공급망의 불안정을 어떻게 관리할지가 향후 과제다.”

이진혁 기자, 정현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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